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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호 새로나온 책
881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7.06.0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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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 나는 우리 헌법이 주어를 가진 문서라는 사실을 새삼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적어도 헌법학에 관한 한, 실정법학자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객관 문체는 기실 거대한 따옴표 속에 있는 문장들의 특징일 뿐이었다. 따옴표 안의 문장들은 당연히 그 문장들을 발화하는 따옴표 바깥의 말하는 주체, 즉 헌법의 주어의 입장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또한 그 주체가 발화의 상대방과 형성하는 다양한 콘텍스트를 전제로도 재해석되어야 한다. 실정법학의 객관적 글쓰기가 없애버린 주체와 그 상대방을 드러내지 않으면, 거대한 따옴표 안의 헌법 조문들은 제대로 해석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의 주어는 전문에 등장하는 ‘우리 대한민국’이다. 우리 헌법은 그 주어의 발화로 읽고 해석할 때 진정한 의미가 살아난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헌법의 주어는 무엇인가: 헌법 묵상, 제1조』(김영사, 2017.5) 중에서

 

 사르트르의 미학, 강충권 외 8인(한국사르트르학회) 지음, 기파랑, 440쪽, 30,000원
철학자, 작가 장폴 사르트르의 예술과 미학이론을 망라한 사르트르 종합해설서. 한국사르트르연구회라는 학문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는 연구자들 중 9명이 한국연구재단(KRF)의 지원을 받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만 2년에 걸쳐 수행한 공동연구 성과를, 일반 독자를 위한 14편의 글로 다시 정리한 것이다. 대학 정년퇴임 후에도 다방면으로 왕성한 필력을 과시하는 노익장부터 30대 소장 철학자까지, 저자의 면면이 다채로운 만큼이나 책이 포괄하고 있는 관심사도 다양해, 사후 반세기를 바라보는 현대 지성사의 이 거인에 대한 국내 연구의 지평을 한층 넓히고 심화했다. 모두 7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제1부에서 ‘미학’의 이론적 준거틀을 집중 조명한다. 비실재 미학, 無의 미학, 헤겔 미학의 수용과 비판, 후설의 수용과 비판과 관련된 개별 글들을 거쳐 구체적 사례까지 검토한다. 

 

■ 세계화의 풍경들: 그림의 창으로 조망하는 세계 경제 2천년, 송병건 지음, 아트북스, 368쪽, 18,000원
이 책은 그림을 미술사적 의미로 해석하기보다 시대를 반영하고 기록한 기록물로 인식하고 그림 뒤에 숨겨진 역사적 사실과 해석을 풀어나간다. 역사를 경제사의 관점에서 풀어가며, 그중에서도 특히 세계화에 관련된 사건이 일어난 순간들에 집중한다. 이 녹록치 않은 주제를 거장이 남긴 명화, 필부들의 사진, 삽화, 만화 속에 투영된 이야기로 풀어본다. 책에서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세계화’다. 세계화는 지구 곳곳이 인간의 교역과 교류를 통해 점차 가깝게 연결되는 과정으로, 간단히 말해 세계가 좁아지는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고대 로마 제국에서 시작해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약 2천년의 역사 속에서 꼽은 24개의 세계화 사건들을 다루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어느 시대에 세계화가 가속·감속·후퇴했는지, 또 세계화 추세에 변화를 가져온 지리적·기술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정치적 요인들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본다.

 

■ 시험국민의 탄생, 이경숙 지음, 푸른역사, 452쪽, 25,000원

과거시험에서 학종부까지 시험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룬 책. 천 년 세월 동안 과거시험으로 인해 만들어진 양반의 삶과 국가권력, 일제시대를 거쳐 해방 이후 객관식 위주의 시험방법이 학교와 사회를 장악하기까지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인들에게 시험은 통제의 좁은 수로에 가두는 수단이자 그 수로를 타고 상승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시험에 울고 웃었던 가족과 개인들의 가장 내밀한 마음에서 권력구조까지 그야말로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을 넘나들며 다양한 이야기가 쌓였다. 뿐만 아니라 시험 이야기는 확장성이 넓다. 식민지 시기에는 시험 이야기가 민족적 저항과 순응을 담은 민족서사로 펼쳐지기도 하고, 개인의 인생만이 아니라, 사회의 기회 분배와 정의, 계급 재생산으로도 확장된다. 시험을 이야기하면 사회의 정의가 어디에 있는지, 선발방식이 한 인간과 사회를 얼마나 바꾸어 놓는지, 그리하여 마침내 한 사회가 규정하는 인간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 신학-정치론, B. 스피노자 지음, 강영계 옮김, 서광사, 464쪽, 33,000원
스피노자가 제시하는 신학, 정치학의 핵심 주제 들, 곧 스피노자의 종교철학과 정치철학의 핵심을 제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스피노자는 자연=신=실체라는 자연주의적 범신론의 기초를 자신의 합리론 철학의 바탕으로 삼고 있다. 또한 그는 인간의 이성과 모든 정서의 원천은 성향(conatus)이라고 생각한다. 2. 스피노자에 의하면 성서(특히 구약)에 등장하는 예언자들은 비록 감정이 풍부하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지성(지적 수준)은 일상인들의 지 적 수준과 동일할 뿐이다. 3. 스피노자는『신학-정치론』7장에서 유대 철학자 마이모니데스가 자연과 신을 분리하고 또 철학과 신학을 분리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 한다. 4. 신은 이스라엘 민족만을 선택한 것이 아니고 모든 인간과 만물을 선택했다. 5. 교황의 권위는 그 증거가 불확실하므로 인정할 수도 그리고 믿을 수도 없다. 만일 교황들이 교황의 권위를 성서 자체에 의해서 증명한다면, 그것은 교황이 이교도거나 자유사상가라고 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을 말해 주기 때문이다. 

 

■ 여성의 진화: 몸, 생애사 그리고 건강, 웬다 트레바탄 지음, 박한선 옮김, 에이도스, 446쪽, 22,000원
‘사냥꾼 남성’ 중심의 인류 진화사에서 남성에 가려져 주변부로 밀려나 있었던 여성의 몸과 생애를 진화론적 입장에서 다룬 책. 사춘기와 생리에서부터 성적 행동, 생리 전 증후군, 임신과 출산, 산후 우울증, 수유와 양육, 그리고 폐경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일생 동안 겪는 몸의 변화와 건강을 인류학, 내분비학, 심리학, 의학, 진화생물학에서 나온 연구 성과를 토대로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저자는 현대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건강상의 문제, 이를테면 증가하는 유방암 발병률, 앞당겨지는 초경, 생리 전 증후군이나 폐경 증후군 등은 인류가 다른 영장류와 진화적으로 다른 길을 걷게 된 홍적세의 환경에서 ‘진화한 우리의 신체’과 현대의 환경과 불일치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명화에 따른 질병’이라고 주장한다. 여성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다룬 책이 거의 없다시피 한 우리 사회에서 여성을 이해하는 데 좋은 균형추 역할을 할 것이다.

 

■ 휴먼 에이지: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의 지구사용법, 다이앤 애커먼 지음, 김명남 옮김, 문학동네, 468쪽, 18,800원
2015 헨리 데이비드 소로 상 수상작. 자연과 과학의 언어를 시의 언어로 옮기는 작가, ‘경계 없는 글쓰기’의 대가 다이앤 애커먼의 과학논픽션이다. 저자는 수많은 생물종 중 하나에 불과한 인류가 지구 전체를 쥐락펴락하게 된 유례없는 현상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인간의 재주가 펼쳐지는 현장을 다큐멘터리영화처럼 생생하게 펼쳐 보여준다. 그 영역은 농업, 어업, 기후, 조경, 지질, 식물, 동물, 유전자, 미생물, 컴퓨터, 로봇에 이르기까지 폭넓고도 다채롭다. 저자가 찾아간 곳곳의 광경과 그가 만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과 자연의 유대를 되새기도록 일깨우고 미래를 가늠하는 지혜를 북돋아줄 것이다. 한편 이 책은 영어권 지역에서 출간 당시 ‘미래 사회를 내다보는 참신하고 희망적인 관점’으로 주목을 받으며 일약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싯다르타 무케르지, 조너선 와이너 등 퓰리처 상 수상자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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