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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은 추위 … 이젠 어엿한 ‘우리 개구리’
약점은 추위 … 이젠 어엿한 ‘우리 개구리’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7.06.05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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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80. 황소개구리
▲ 황소개구리         사진출처=나무위키

황소개구리(american bullfrog)는 1970년대부터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식용개구리를 미국과 이미 키우고 있던 일본에서 들여왔다. 그러나 황소개구리를 키우던 농가들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 자연계를 교란시키는 공격적인 침입종(invasive species)을 무단방류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를 식용 말고도 생물해부 실험용이나 애완용으로 키운다.

한때 미국흰불나방이(Hyphanria cunea)가 난생처음 들어 왔을 때 천적이 없어 나방이유충들이 많고 많은 200여종의 활엽수 잎을 갉아먹어 산들(山野)을 온통 쑥대밭으로 만든 적이 있었다. 그렇듯 황소개구리도 들여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天敵(natural enemy)이 없는 무주공산이라 재빨리 그 수가 늘어나 우리나라의 고유종을 잡아먹는 바람에 생태계에 큰 혼란이 일었다.

덩치 큰 이 개구리는 미국과 캐나다남동부가 원산지로 개구리다리를 먹기 위해 다투어 유럽·남미와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에 들여왔던 것. 지금도 일본·대만·중국 등지에서 잡은 개구리뒷다리(넓적다리)가 거래되고 있다는데 주로 미국이 수입한다고 한다. 황소개구리도 줄이고, 돈도 버는 꿩 먹고 알 먹기다.

황소개구리(Rana catesbeiana/Lithobates catesbeiana)는 물뭍동물(兩棲類), 개구릿과의  꽁지 없는 無尾類(anuran)로 수놈울음이 황소(bull)소리 같다해 붙은 이름이다. 몸길이 12~20cm이고, 성체가 되면 체중이 보통달걀 10개 무게인 500g이나 나가며, 아주 큰 놈은 800g이나 되는 대형종이다. 성질은 억척스레 사납고, 식성은 걸신들린 듯 게걸스러우며, 작은 뱀을 잡아먹기도 한다니 이는 먹이사슬이 거꾸로 뒤집어지는(逆轉) 기현상이렷다.
 
머리는 넓적 편평하고, 등은 황록색(olive green color) 바탕에 회갈색 점이나 무늬기 퍼졌으며, 옆구리는 얼룩진 갈색 무늬가 있고, 배 바닥은 흰 것이 황갈색 반점이 난다. 윗입술은 진한 녹색이고, 아래 입술은 갈색이며, 양턱에 난 잔 이빨은 오직 먹이를 붙잡는 일을 할 뿐이다. 갈색 홍채에 아몬드 꼴의 눈동자가 있고, 눈 바로 뒤에 또렷한 고막(eardrum)이 있다. 앞다리는 짧은 것이 통통하고, 뒷다리는 거짓말 섞어 닭다리만하며, 물갈퀴가 앞발가락에는 없으나 뒤발가락사이에는 있다(넷째 발가락엔 없음).
 
겉으로 보아 암수가 다르니(sexually dimorphic) 암컷이 수놈보다 등치가 크고, 수놈 목덜미는 노릇하며, 수놈고막은 눈보다 크지만 암컷은 눈과 고막이 비슷하다. 목에 큰 울음주머니가 있어 밤에 황소울음소리를 내고, 뒷다리는 길고 튼튼해 5m 넘게 펄쩍펄쩍 뛸 수도 있다. 자식들이 뜀뛰기선수 아닌가!

늪지나 연못, 호수에 살고, 보통은 물가를 거의 벗어나지 않지만 비오는 날에는 멀리까지 이동한다. 번식시기에는 수컷이 심한 텃세를 부려서 수놈 한 마리가 차지하는 영역이 3~6m나 된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니 자기영역을 알리는 소리, 암컷에 대한 구애소리, 수놈끼리 싸우기 전에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다 다르다(암컷은 음치임). 그렇다. ‘개구리소리도 들을 탓’라고 같은 일도 기분에 따라 좋게도 보이고 나쁘게도 보인다.

그리고 수놈들이 모여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 암컷들이 그리로 슬금슬금 찾아드니 일종의 레크(lek: 번식시기에 수컷이 모여 암컷에게 구애하는 구혼장 또는 그 행동)다. 암놈이 나타났다하면 수놈들은 건곤일척으로 일대 혈투를 벌려 힘센 놈이 암컷을 꿰차고, 수놈이 등에 엉겨 붙어 한나절쯤 애무(前戱)를 한다. 때가 됐다 싶으면 암컷이 물풀이 우거진 물가에 얼추 2만 개의 알 덩어리(卵塊)를 산란하고, 수컷은 거기에 정자를 잽싸게 뿌려 체외수정을 한다. 알은 24~30°C에서 3~5일 안에 부화한다.

황소개구리올챙이는 처음에는 3쌍의 바깥아가미로 세균·단세포조류·원생동물·꽃가루들을 걸러먹지만 더 자라면서 아래로 구부러진 입으로 수초를 갉아 먹거나 올챙이, 알 등을 먹으면서 1년 넘게 올챙이로 지낸다. 그리고 어미로 탈바꿈(變態, metamorphosis)하는 데는 3년이 걸리는 수도 있다. 그리고 자연에서는 수명(lifespan)이 8~10년이지만 동물원 등 가둬 키운 것은 16년이나 되며, 처음 8개월 동안에는 체중이 5g에서 175g으로 갑자기 늘어난다.

먹새 좋은 성체개구리는 육식하는지라 물고기·개구리·곤충 등 여러 종류를 마구잡이로 먹어 치우니 가끔 황소개구리 위장에서 곤충들은 물론이고 쥐나 도마뱀까지도 발견된다한다. 그런가하면 포식자인 왜가리나 수달·육식어류·뱀들의 먹잇감이 되는데 주로 고만고만한 올챙이 시절이나 어린개구리 때 이런 포식자에게 잡혀 먹힌다. 한 마디로 몸집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토종개구리와는 습성이 좀 다르다.

그런데 이들이 추위에 좀 약한지라 강원도 서북부를 제외한 전국의 저수지·강·늪이 그들의 터전이 됐다. 그래서 한때는 황소개구리잡기 행사를 할 정도였으나 지금은 여러 목숨앗이(천적)들이 부쩍 늘어나 강물생태계가 안정(균형)을 찾으면서 좀 잠잠해졌다. 암튼 말썽꾸러기요 밉상스러웠던 황소개구리도 이제 떳떳하게 우리나라 양서류 목록에 올라 ‘우리 개구리’가 됐다. 이민 간 교포들이 시민권을 얻어 그 나라 사람으로 살아가듯이 말이지.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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