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實見이 주는 울림 … “문화재 鑑定, 인생 전부를 던져도 부족”
實見이 주는 울림 … “문화재 鑑定, 인생 전부를 던져도 부족”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7.05.29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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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 『박물관에선 볼 수 없는 문화재2』 김대환 지음, 경인문화사, 371쪽, 29,000원

2014년 『박물관에선 볼 수 없는 문화재』(경인문화사 刊)를 상재했던 김대환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석좌교수가 다시 그 후속편을 내놨다. 책 제목은 그대로 『박물관에선 볼 수 없는 문화재2』로 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문화재보존학을 전공한 그는 37년간 국내외 발굴현장과 유적지를 답사하며 문화재를 연구했다. 현장에서 익힌 감각이 문화재를 보는 그의 시선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교수신문>에 문화재칼럼 ‘김대환의 문향’을 격주로 연재하고 있는 그는 책의 머리말에 흥미로운 표현을 남겼다. “문화재에 대한 올바른 평가는 문화재를 이해하고 감상하며 감정하는 것이다. 문화재 鑑定은 인생의 전부를 투자해도 항상 무언가가 부족하다. 전공자라고 하더라도 문화재 감정을 못하는 것이 창피한 것은 아니다.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이 더 창피한 일이며, 전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훨씬 더 창피한 일이다. 그리고 문화재를 실견하지도 않고 그 문화재의 감정을 논하는 자는 아예 그 자격조차 없다.”

그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바로 ‘實見’이다. 유물이 발견된 현장을 그 누구보다 더 자주 드나들었던 그이기에 그의 ‘실견’이란 단어는 논문 이상의 울림을 준다. 그는 유물을 실제로 눈으로 보고, 만지고, 확인하고, 그리고 교감한다. 『박물관에선 볼 수 없는 문화재』 두 책은 모두 그런 실견이란 구체적 경험 위에서 오랜 時空을 뛰어넘어 교감한 유물들과의 대화라고 해도 손색없다.

그런 그가 책의 머리말에 ‘고려금속활자(일명 증도가자)’에 관해 언급한 대목은, 그런 실견의 구체적 의미 위에서 어떤 안타까움으로 읽힌다. 그는 최근 진위공방을 거치다 유물출처 문제로 문화재지정이 보류된 이 ‘증도가자’에 깊은 애착을 보인다. 그가 보기에 ‘증도가자’ 진위공방은 단순히 국내 문제로 끝나지 않는 사안이다. 세계 인류문화유산(금속활자) 문제와 직결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증도가자’가 “세계 인쇄사가 바뀔 만한 획기적인 우리 민족의 유물”이라고 확신한다(본문 「고려금속활자」편에선 그가 왜 이 증도가자를 진품으로 확증하는지 설명했다). “국보급 문화재를 국내 연구자가 스스로 위조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모두 파괴하는 용서받지 못할 악행”이라고 일갈한다. 이번 『박물관에선 볼 수 없는 문화재2』가 놓이는 의미론적 맥락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에 실린 유물들은 김 석좌교수가 지난 37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국내외 각계각층의 자료를 실견하고 선별 집성한 것으로, 제목 그대로, 박물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문화재 27점이 깔끔한 도판과, 넉넉한 해설과 함께 독자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일반인은 물론, 불교미술사, 도자사, 금속공예 전공자에게도 새로운 자료를 연구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될 수 있다.

「고구려불꽃무늬금관」, 「은제도금아미타삼존불상」 등에서부터 「용머리은잔」, 「철불두」, 「고려도활자」, 「고려미인도」, 「고려금속활자(증도가자)」, 「고구려명문수막새」, 「백자청화거북이모양연적」 등 다양한 문화재를 도판과 함께 소개했다. 단순히 평면적 소개에 그치지 않은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예컨대 「고구려불꽃무늬금관」의 경우, ‘고구려금관의 영락장식 성분 분석표’, ‘고구려금관의 금사부분 성분 분석표’와 같은 과학적 분석 데이터를 제시해, 당대 세공 기술의 깊이까지 보여준다.

또한, 관련 문화재에 대한 섬세한 설명도 장점이다. 「고구려태화9년비천문금동관배」를 설명하는 한 대목을 보자. “조각은 화려한 옷자락을 휘감고 악기를 연주하는 비천상의 생동감과 하늘에 떠 있는 꽃들이 천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했고 끊임없이 타오르는 불꽃무늬와 함께 거침없는 조각술은 비록 본존불은 없어지고 광배만 남은 작은 유물이지만 강건한 고구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유물의 미적 측면과 문화사적 맥락까지 놓치지 않고 짚어주는 것은 확실히 그의 친절한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부록에는 『동아세아 역사문화논총』에 게재한 논문을 수정 보완한 「삼국시대 금관의 재조명」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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