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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고 있는 강의실 풍경
달라지고 있는 강의실 풍경
  • 박순진 편집기획위원/대구대·경찰행정학과
  • 승인 2017.05.2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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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박순진 편집기획위원/대구대·경찰행정학과
▲ 박순진 편집기획위원

우리 대학들이 변하고 있다. 작금의 대학은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현실화된 존립의 위기에 대응하여 생존과 발전을 확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별되는 사회구조의 변화를 선도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어쩌다 보니 재정지원과 연계한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에 대학이 일방적으로 휘둘리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소위 반강제적인 창의와 혁신을 시도한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이제 대학 스스로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고 미래를 개척하고자 하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대학사회에 몸담아온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대학들의 이러한 노력은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대학사회는 사회의 다른 일반 조직에 비해 외부환경의 변화에 둔감하거나 스스로 변신하려는 노력에 익숙하지 않은 곳이라는 인식이 팽배하였다. 이런 대학들이 급변하는 교육환경과 당면한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고자 다양한 형태의 변혁을 스스로 시도하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학마다 학사조직을 혁신하고 좀처럼 바꾸려고 하지 않던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교수들끼리의 수업 연구 모임, 교내외 교수법 워크숍 참가는 어느새 대학사회에서 익숙한 풍경이 됐고 융합교과, 무크, 플립드러닝 등의 용어도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물론 이런 변화에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등록금 동결이 거듭되면서 대학들이 재정위기에 직면하면서 투자 여력이 소진됐을 뿐만 아니라 대학 규모와 재정 사정에 따라 대학 간 학습여건 격차가 확대되는 현실에 대해서는 정책적 고려가 절실하다. 경제 사정에 따라 학생의 학습여건과 정보 격차가 심화되는 현상도 풀어야할 과제다.

수년전 필자가 재직하는 대학에도 전자출결 시스템이 도입됐다. 강의실 변화가 참으로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수업의 집중도를 저해한다고 판단해 강의실에서 일체의 스마트 기기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던 어느 교수님은 출결 관리를 위해 스마트폰 사용이 필수가 된 상황에 당혹감을 토로하기도 하였지만, 강의실과 수업방식의 변화는 돌이키기 어려운 현실이니 담담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전자출결 도입으로 대표되는 강의실 풍경의 변화는 우리 생활 속에 깊숙하게 스며든 미래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학 사회의 변화에 대해 대학 내부에서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전자출결만 하더라도 제도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있고 이를 도입하는 과정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도입 이후의 활용과 적응에 대해서도 말들이 끊이지 않는다. 여러 대학에서 전자출결 도입을 급하게 서두른 이유 가운데 하나가 교육부의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과 무관하지 않다보니 대학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제도에 대한 깊은 고민과 분석이 결여됐다든가 학내의 민주적 절차를 약화시키고 대학 자율성을 저해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전자출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대학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당시 초임교수로서 의욕이 앞서 더 많이 가르치고자 하는 욕심에 출석 확인을 매시간 마다 하지 않았는데 출석에 민감한 일부 학생이 더 자주 출석을 부르고 엄격하게 관리해달라고 요구했다. 그 후 매번 출석을 부르느라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학생들 이름도 더 많이 외우고 더러 몇몇 학생은 개인적으로도 친분을 갖게 됐다. 요즘 학생들은 출석에 민감하다보니 굳이 전자출결 제도가 아니더라도 출석관리에 더욱 신경 쓰게 된다.

전자출결이 도입되고 나서는 학생 이름을 부를 기회가 크게 줄어든 점은 아쉬운 일이다. 성실하게 출석하는 학생들은 전자적으로 출석이 확인되니 호명할 기회가 없어진 반면 출석하지 않거나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학생 위주로 출석을 확인하다 보면 대부분의 선량한 학생은 이름조차 외우기 힘들게 되고 말았다. 문득 학창시절 은사님께서 출석도 제대로 안하고 자주 말썽 피우는 학생이 졸업 이후에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아무쪼록 요즈음 활발하게 일어나는 강의실의 변화가 더 많은 학생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학습 성과를 배가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박순진 편집기획위원/대구대·경찰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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