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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경쟁 매몰돼 ‘대학의 역할’ 고민 자취 감춰 … ‘미래’ 제시할 공론장 필요
홍보경쟁 매몰돼 ‘대학의 역할’ 고민 자취 감춰 … ‘미래’ 제시할 공론장 필요
  • 김홍근 기자
  • 승인 2017.05.29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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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대학 개교기념행사 풍경을 들여다봤더니…

5월은 대다수의 대학 축제가 몰려있는 달이기도 하지만, ‘생일’을 맞이하는 대학이 많은 것도 이 달의 특징이다. 특히 5·10 단위의 돌을 맞이하는 대학들은 비전 선포식, 건물 개관식, 새 UI 발표 등의 행사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는 70주년을 맞이하는 대학이 유독 많았다. 특히 올해 70주년을 맞이한 대학 중 개교기념행사에 가장 만전을 기한 것으로 보이는 대학은 전북대(총장 이남호)였다.

전북대는 개교 70주년을 맞이해 지난 70년의 대학 발전상과 대학의 새 비전을 적극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 지난 1월 새 UI와 엠블럼 등을 선보였다. 또한 지난 3월에는 대학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높이고자 대학 ‘교호(구호)’와 ‘응원가’ 공모전을 시행하기도 했다.

또한, 전북대는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 가장 한국적인 대학 브랜드를 구축을 주요 과제로 꼽고, ‘성장을 이룬 70년, 성숙을 향한 100년’을 70주년 캐치프라이즈로 선정하면서 변화의 의지를 내보이고 있었다.

한편, 안동대(총장 권태환) 영남대(총장 서길수)도 올해로 개교 70주년을 맞이한 대학들이다. 두 대학은 지역 주민, 대학 구성원을 초대한 기념 음악회를 개최하는 한편, 대학 내 소장 자료를 통해 과거 70년을 돌아보는 전시회를 열어 주목을 받았다.

‘도서관 소장자료 전시회’를 연 안동대는 1960년대 안동교육대학 도서관부터 현재 도서관까지 그동안 수집하고 소장했던 자료와 관련 사진을 전시했다. 도서관 자료들을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그려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였다.

영남대는 지난 10일 중앙도서관 1층 로비에 ‘기록으로 만나는 영남대 70년’이라는 주제의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물은 영남대 박물관 소장자료 중 역사적 가치가 높은 기록물과 ‘개교 70주년 기념 천마역사자료 수집 공모전’ 수상 기록물로 구성됐다. 개교 70주년 역사자료 수상 기록물은 지난해 6월부터 5개월간 영남대 구성원, 동문,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대학 역사 관련 기록물을 공모한 것이다.

대학들은 이와 같은 5·10 단위의 개교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치르기 위해 그보다 앞선 몇 년 전부터 준비를 시작하는 편이었다. 일부 대학에서는 보직 교수 위주의 구성으로 ‘기념사업 실무 추진단’ 등을 꾸리기도 하며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홍보·재원모금에 집중된 행사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성의 요람’이라는 대학의 개교기념행사가 이른바 ‘보여주기식’의 홍보·마케팅에 치중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었다. 개교기념행사일수록 더욱 학교 구성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학의 미래 비전에 대해 고민을 나눠야 하는 것을, 이마저도 입시 마케팅 전략으로서 활용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대학 내 학술대회와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아직까지는 상당수 대학이 개교기념행사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는 있지만, 그보다는 외부적으로 보여지는 모습에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 현 대학가에 만연한 풍경이었다. 또한 일부 대학은 개교기념일을 기부금 조성의 대목으로 여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아쉬운 모습들에도 불구하고, 현 대학가의 현실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 대학들의 입장이다. 학령인구 절감의 시대, 대학구조조정 등을 앞두고 있고,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들도 늘어나면서, 각 대학들은 ‘홍보 경쟁’과 ‘재정 마련’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대학 개교기념행사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더라도, 지성집단으로서 대학의 역할에 대한 고민에 대한 부분은 여실히 부족해보였다.

대학교육연구소의 김삼호 연구원은 대학가의 이러한 현상에 대해 “과거에도 비슷한 지적은 있었지만, 최근 대학가의 이와 같은 추세가 바뀌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나 대학구조조정 등의 상황이 대학들을 홍보 경쟁으로 몰았기 때문이라는 것. 김 연구원은 작금의 대학 개교기념 행사들에 대해 “아무래도 대학들이 아카데미즘 추구보다는 홍보와 마케팅에 관심을 많이 갖다보니까, 비전 선포식이라든지 재원을 모금하는 부분들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여진다”며 “아마 이러한 추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 대학교육 전문가는 “대학 구성원들부터가 ‘개교기념일’은 ‘쉬는 날’로 생각하고, 개교기념식은 행사를 준비하는 이들만의 잔치가 돼버리고 만다”며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행사일수록 대학은 더욱 많은 구성원들의 참여를 유도해, 설립 취지에 맞는 ‘우리 대학’만의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학의 ‘현실’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 것은 맞다. 하지만 ‘취업사관학교’라는 누명까지 쓰고 있는 요즘의 대학에겐, 현실적인 핑계를 앞세우기보다는 대학 본연의 역할에 대한 진중한 고민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염려스럽다.

김홍근 기자 m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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