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화된 대학이 ‘한국 여성 정년교수’를 쫓아냈다
우경화된 대학이 ‘한국 여성 정년교수’를 쫓아냈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7.05.2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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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시립대와 싸우는 김미경 교수

일본 7대도시의 하나인 ‘히로시마’. 역사의 상흔을 새긴 이 도시는 ‘세계평화’의 추구라는 상징성을 내포해왔지만, 지금 그 ‘평화’의 상징성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2005년 10월 히로시마시립대 평화연구소 부교수로 부임한 ‘정년보장’ 한국인 여성 교수를 ‘부당 해고’한 전후 과정이 알려지면서, 히로시마시립대와 히로시마시의 체면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히로시마시립대 평화연구소에서 정년보장교수로 있던 김미경 박사가 학교로부터 일방적인 징계해고를 당한 건 지난 3월 17일이었다. 대학 측이 김 교수를 ‘사기죄’로 형사고소를 하면서 불어닥친 ‘狂風’이다. 3월 6일 그는 불시 가택수사를 당하고 체포됐지만, 17일 불기소, 석방 됐다. 그런데도 대학 측은 석방 몇 시간 후 서둘러 ‘징계해고’를 때렸다. 

김 교수는 2014년 해외 연수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원래 케임브리지대로 가려고 했지만, 한국국제교류재단 펠로우십으로 한국(한국학중앙연구원, 서울대 아시아센터)에서 연구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김 교수가 소속기관장인 평화연구소장의 추천서 서명을 위조했다는 게 대학 측이 내놓은 해고 사유다.  

징계해고와 함께 모든 것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검찰의 불기소로 풀려났지만, 교수직 해제로 인해 ‘정년보장교수’로서 그가 가졌던 모든 것을 박탈당했다. 한화 약 5천만원 정도에 달하는 퇴직금도 지급하지 않았으며, 3월 기 지급된 월급에서 사흘 치 분과, 3월부터 7월까지 소액의 출퇴근 교통비 지원금까지도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한시라도 빨리’ 연구실을 비우고 살고 있던 학교 관사에서도 퇴거할 것을 강제했다. 그의 표현대로 그는 모든 사람 앞에서 발가벗겨졌다.  

김 교수는 이 ‘징계 해고’에 대해, “임용 이후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했다. 오랜 편견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 학문적 열등감과 민족·인종차별주의가 깔려 있다. 더구나 나는 한국 국적의 독신 여교수였다. 우경화 이후 학내외의 그런 폭력적 시선들은 더욱 집요해졌다. 기회 있을 때마다 학교에서 몰아내려고 했지만, 그런 작전들이 실패하자 이번처럼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년보장 교수를 해고하기 위해 고소, 체포, 구금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는 학문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 행위다. 역설적이게도, 히로시마가 지향하는 ‘세계평화문화도시’라는 상징성과도 명백히 배치되는 행위다”라고 대학 측을 비판하면서, 이달 말 소송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소송이 중요한 이유는, 차별주의에 대한 저항이란 점, 외적 압력으로부터 사상의 자유를 지켜내는 학문 본질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다. “이번 사건이 중요한 함의를 가지는 큰 이유는 히로시마시립대의 수법이 전례로 악용될 여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즉, 마음에 들지 않는 정년보장 교수를 해고하기 위해 일단은 없는 죄를 만들고, 고소라는 수단을 통해 인간으로서 학자로서 매장시킨 뒤, 다시는 저항할 수 없게 짓밟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근래 일본 학계에 이런 전례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욱 ‘길고 지루한’, 현해탄을 사이에 둔 이 싸움에 비장하게 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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