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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0호 새로나온 책
880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7.05.2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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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모든 학문과 예술이 목표로 삼아야 할 인간의 자율성 확보, 즉 자기표현 가치 증대는 무엇보다도 물질주의와 엘리트주의에 대한 도전이고 정신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과 실천이어야 한다. 자본주의, 산업주의, 국가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엘리트 중심의 개인주의와 과학주의에 대한 철저한 도전이어야 한다. 이것이 인문의 핵심이다.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입시 논술이나 취업 준비, CEO 조찬 교양이나 유한부인의 명품 교양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우리의 인문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자유로운 인간들이 자치하는 사회를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평화와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고, 권위(국가)주의나 투쟁(경쟁)주의나 갈등(계급)주의나 패거리(집단)주의나 전체(획일)주의는 없어져야 한다. 인문은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이 중심이어야 한다. 그래서 인문은 휴머니즘이어야 한다.”
박홍규 영남대 교양학부 교수, 『인문학의 거짓말: 인문학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인물과사상사, 2017.5) 중에서

■ 남은 자들의 말, 전성욱 지음, 오월의봄, 384쪽, 22,000원

그동안 5월 광주와 관련한 연구들은 학술활동이었다기보다는 진보운동의 차원에 기울어 선입견이 크게 작용해왔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이를테면 이제까지 5월 광주를 다룬 작품들은 증언이나 저항, 진실,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 정치적인 당위 등과 관련해 분석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작품의 미학적 표현은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5월 광주를 다룬 작품을 ‘재현의 기획’과 ‘표현의 기획’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재현의 기획에서 강조되는 것은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과 민중 수난의 역사로서 사건의 의의를 지나치게 강조한다. 대체로 그것은 희생의 숭고함에 대한 비장한 감수성으로 가해의 난폭함과 희생의 비참함을 폭로한다. 그리고 그 희생은 역사적인 차원에서 영웅화되고 이념적인 차원에서 신화화된다. 반면 표현의 기획은 정치적 견해의 노출보다는 역사의 기억과 그 재현의 가능성을 탐문하면서 언어의 한계에 대한 자의식을 서술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학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실천을 구현하고자 한다.

 

■ 사상의 거장들: 그들은 어떻게 유럽과 세계를 속였는가, 앙드레 글뤽스만 지음, 박정자 옮김, 기파랑, 448쪽, 28,000원
프랑스 공산당원이었다가 1956년 옛소련의 헝가리 침공을 비판해 출당 당했으나 이후에도 마오이스트로서 좌파 단체에서 활동을 계속했던 인물, 200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는 우파 후보인 니콜라 사르코지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피히테, 헤겔, 마르크스, 니체 “그들은 이념의 사기꾼들이었다”라고. ‘반항함이 옳다(造反有理)’라는 구호를 내건 마오이즘과 문혁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저항해야 옳은데 아무도 그렇지 않았다는 것. 논리적으로 거짓인 구호, 현실적으로 비참한 중국 인민의 현실 앞에, 프랑스 공산주의자들을 비롯한 서유럽의 신좌파 지식인들은 침묵했다는 지적이다. 이 책은 이러한 지적 둔감성의 근원에, 피히테, 헤겔, 마르크스, 니체 등 이름만으로도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 ‘사상의 거장들’(!)이 있다며 직격탄을 날린다. 급진주의자에서 보수주의로 변화한 철학자의 생각이 흥미롭다. 

 

■ 우치무라 간조, 신 뒤에 숨지 않은 기독교인, 양현혜 지음, 이화여대출판문화원, 488쪽, 29,000원
저자는 우치무라 간조(1861~1930)가 자기 시대의 보편적 문제를 어떻게 자각했으며, 기독교 사상에 근거해 어떠한 결론을 이끌어냈고, 그것을 당대의 일본인들과 어떻게 공유하며 영향력을 미쳤는가에 대해 추적한다. 먼저 그의 기독교 신앙이 어떠한 계기를 통해 생겨나고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갔으며, 그것이 자신에 대한 정체성 형성에 어떻게 연관되는가를 고찰했다. 특히 우치무라가 체험한 속죄 신앙, 부활 신앙, 재림 신앙 등 기독교의 정통 신앙이 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폈다. 또한 내면에서 전개된 그의 신앙이 어떻게 윤리적·사회적 실천으로 귀결되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책의 말미에는 ‘보론’을 추가해 우치무라가 근대 사회에 미친 사상사적 영향 관계를 그의 조선인 제자 함석헌을 중심으로 살폈다. 우치무라로부터 시작된 기독교 사상이 어떻게 동아시아의 변혁 사상으로 기능했는지 엿볼 수 있는 책이다. 

 

■ 절반의 중국사: 한족과 소수민족, 그 얽힘의 역사, 가오훙레이 지음, 김선자 옮김, 메디치미디어, 1044쪽, 48,000원
통상 중국의 소수민족이란, 지금의 중국이라는 지리적 영역 안에 거주하는 한족을 제외한 55개의 민족을 일컫는다. 다큐멘터리나 여행서 등을 통해 이들의 생활상은 조금씩 알려지고 있지만 정작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들과 관련해 어떠한 이야기가 얽혀 있는지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이 다루는 소수민족이란 이들의 기원이 되는 민족들이다. 흉노와 유연 등의 초원민족과 선비, 저, 강 등의 유목민족, 그밖에도 오아시스 왕국을 세웠던 월지, 누란 등을 일컫는다. 저자는 기존의 중국 역사가 중원 왕조, 한족 중심의 역사로 서술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들과 얽혀온 非한족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중국의 고전을 비롯해 방대한 사료들을 토대로 소수민족의 기원을 밝히는 데 그 의의를 두었다. 지금의 중국 땅에 존재하는, 그러나 그동안 조명 받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 제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 경쟁력, 박기영 지음 한울엠플러스, 320쪽, 30,000

참여정부에서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역임한 박기영 순천대 교수가 한국 과학기술정책의 나아갈 바를 정리한 책이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에 있는 직업 중 52%가 20년 내로 사라질 확률이 90% 이상이라고 한다. 그만큼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직업이 많고, 제2차 산업혁명의 상징인 컨베이어 조립라인으로 이뤄진 대량생산체제는 3D 프린팅 제조 방법의 도입으로 많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IoT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는 제조업, 건강의료, 공공서비스, 에너지 분야 등으로 예측된다. 급변하는 기술진보에 맞는 새로운 성장전략을 논의해야 할 때다. 과학기술정책 전문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기술진보의 내용을 고찰하고, 한국사회에서 성장동력과 과학기술 경쟁력의 제고를 가로막는 적이 무엇인지를 짚으며, 성장 및 과학기술정책 관련한 역대 대통령 공약의 흐름을 비교하고 지금 우리가 나아갈 바를 모색한다.

■ 21세기 사회주의: 라틴 아메리카 신좌파 국가와 시민사회, 배리 캐넌·피다 커비 엮음, 정신상 옮김, 삼천리, 356쪽, 19,000원

지난 수십 년 동안 국제정치의 이슈가 되고 전 세계 진보 세력의 관심을 집중시킨 라틴아메리카 좌파 ‘분홍 물결’의 전모를 담은 책. 각 나라별로 방대한 데이터와 구체적인 지표를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짚어 본다. 이 책을 집필한 전 세계 18명의 정치학자들은 라틴아메리카의 ‘분홍 물결’을 이끌어 온 좌파 정부의 전략과 시민사회의 실천을 ‘혁명적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본다. 이런 ‘21세기 사회주의’는 현실 사회주의와 달리 다원주의적 대의민주주의에 직접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를 결합한 형태다. 하지만 이런 민주주의는 최종 상태라기보다는 진행 중인 역동적 과정으로서 국가와 시민사회의 변증법적 상호관계에 규정을 받게 된다.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그람시주의, 하버마스주의 등 다양한 정치 이론을 검토하면서도, 특히 낸시 프레이저의 ‘강한 공공성’ 개념을 기본적인 관점으로 채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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