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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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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신문
  • 승인 2017.05.2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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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이 책에 등장하는 ‘Anti-intellectualism’이라는 말은 ‘反知性主義’ 혹은 ‘反主知主義’로 번역되는데, 지성 일반(intellect)에 대한 회의, 또는 엘리트로서의 지식인(인텔리, intellectuals)에 대한 일반 대중의 적대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적 권위나 엘리트주의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취하는 주의나 사상을 가리킨다. 대개는 “데이터나 증거보다 육감이나 원시적인 감정을 기준으로 사안을 판단하는 태도나 그런 사람”을 가리키는 반지성주의는 실제로는 좀더 다의적인 관점을 내포한다. 또한 저자는 이 말이 반드시 부정적인 뉘앙스만 가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지적 권위나 엘리트의 문제를 생각하는 경우에는 반지성주의적 관점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성과 권력이 결합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 반지성주의의 원동력이며, 반지성주의가 부정하는 것은 ‘지성’ 자체가 아니라 ‘지성주의’라는 것이다. 
『미국의 반지성주의』 리처드 호프스태터 지음, 유강은 옮김, 교유서가, 680쪽, 35,000원

 

■ 광기와 문명: 성경에서 DSM-5까지, 문명 속의 광기 3000년의 역사, 앤드루 스컬 지음, 김미선 옮김, 뿌리와이파리, 708쪽, 38,000원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업데이트한 40년짜리 문화사 프로젝트. 앤드루 스컬은 ‘광기’, 곧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을 어떻게 규정하고 어디에서 원인을 찾아왔으며 어떤 방식으로 치료. 입원시켜왔는지를 40년 동안 추적해온 의학사의 대가로,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집약해 문명 속에 가려져온 광기를 708쪽 분량에 담아냈다. 미셸 푸코가 중세에서 19세기까지의 서양을 연구주제로 삼아 『광기의 역사』를 썼다면, 스컬은 기원전부터 21세기까지의 그리스-로마, 중국, 남아시아, 아랍, 유럽, 미국을 연구 주제로 삼았다. 광기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푸코가 ‘철학’의 측면에서 광기를 탐구했다면, 스컬은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광기를 탐구한다. ‘정신의학’이라는 영역을 넘어 문학, 영화, 미술, 신앙 등 문명 전체에서 ‘광기’가 인류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 것이다.

 

■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 토드 부크홀츠 지음, 박세연 옮김, 21세기북스, 488쪽, 22,000원

저자는 오늘날 부유한 나라들이 직면하는 경제적·정치적·문화적 분열 양상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위기를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자 혁신의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거대 권력이 해체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경제적 번영 이후, 국가가 쇠락하는 다섯 가지의 잠재적이고 역설적인 요인을 정의한다. 그 다섯 가지는 바로 출산율 저하, 국제 교역의 확대, 부채 상승, 근로 윤리 약화, 애국심의 소멸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몰락은 필연적인 것일까? 저자는 어느 국가든 몰락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뛰어난 지도력을 바탕으로 한 리더의 등장은 몰락의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알렉산드로스, 케말 아타튀르크에서부터 골다 메이어에 이르기까지 국가적 혼란을 극복했던 역사적인 인물들의 통찰력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국가의 번영과 대가 그리고 쇠락을 막을 리더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 스피노자의 귀환: 현대철학과 함께 돌아온 사유의 혁명가, 서동욱·진태원 엮음, 민음사, 640쪽, 30,000원

스피노자가 돌아왔다. 철학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위대한 사상가의 귀환이다. 이성이 빛 발하는 근대를 연 스피노자는 그의 사유에서 절대적 영감을 얻은 현대철학을 통해 부활한다. 서동욱, 진태원을 비롯한 국내의 철학 연구자 8인이 니체, 프로이트, 하이데거, 라캉, 들뢰즈, 푸코, 바디우, 알튀세르, 네그리, 발리바르 등 현대철학자 10인으로부터 스피노자를 추적하는 이 책은 아직 어두운 시대에 스피노자의 눈부신 사유를 펼쳐 놓는다. 이러한 사유의 펼침 때문에 이 책은 오늘날 한국 철학계의 ‘역량’을 일정 부분 가감 없이 그대로 보여 준다. 더하여 책의 말미에는 프랑스의 철학자 피에르프랑수아 모로 그리고 앙드레 토젤과의 대담을 실었는데, 앞서 언급한 마트롱과 게루를 이어 현재 스피노자 연구의 세계적 전문가로 꼽히는 모로와 토젤 두 학자는 연구자 김은주의 날카로운 질의에 답하며 스피노자가 현대의 연구로 어떻게 귀환했는지를 세밀하고도 넓게 그려 보이고 있다.

 

■ 양명학의 새로운 발견: 왕용계 철학 연구, 선병삼 지음, 성균관대출판부, 287쪽, 15,000원

양명학 연구가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지난 시절에 비하면 오늘날 한국 학계의 양명학 연구는 그 양과 질적인 면에서 괄목할 만큼 발전했다. 이로 인해 일반 지식인들과 학계의 양명학에 대한 이해가 한 단계 높여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함에도 양명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왕용계는 양명 후학 중 학문적 깊이와 위상의 면에서 크게 돋보이는 학자임에도 그에 대한 연구와 조명이 아직은 초보 단계에 머물고 있다. 어떻게 하면 용계 사상의 핵심을 분명하게 밝히면서도, 수미일관된 체계로 용계학의 본래면목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이 책의 출발점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저술한 이 책을 통해 양명학의 또 다른 면모와 경계, 그리고 그 발전적 전개가 새롭게 규명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 차가운 계산기: 경제학이 만드는 디스토피아, 필립 로스코 지음, 홍기빈 옮김, 열린책들, 384쪽, 17,000원

저자는 경제학을 보르헤스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틀뢴’에 비유한다. 틀뢴은 문헌 속에서만 발견되는 세계로, 비밀 결사체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상상해 묘사한 것이다. 소설 속 화자는 이 세계를 추적하던 중 이상한 일을 목격한다. 이 세계에서 등장했던 여러 물건들이 현실에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순간 학교에서는 틀뢴의 역사를 가르치고, 틀뢴의 언어가 스페인어와 프랑스어와 같은 기존의 언어를 밀어냈다. 틀뢴의 완벽한 논리와 질서가 주는 매력에 사람들이 흠뻑 빠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틀뢴의 이야기와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 ‘경제’라고 이야기 한다. “이 경제라는 세계는 우리가 경제학이라고 부르는 일련의 규칙들로 세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실로 매혹적인 질서와 명확성을 가진 세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경제학이 그 세계를 그렇게 잘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경제라는 세계의 조직과 구조와 통치 자체가 바로 그 경제학의 규칙들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 후설현상학으로 돌아기기: 어둠을 밝힌 여명의 철학, 이종훈 지음, 한길사, 552쪽, 28,000원

오늘날 후설현상학은 철학, 인문학, 사회과학뿐만 아니라 예술, 체육, 간호, 상담심리, 심지어 연구방법 분야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잘못된 해석과 오해도 빈번하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저자 이종훈은 ‘다시 후설현상학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한다. 이에 『후설현상학으로 돌아가기』는 후설이 남긴 메모와 원고, 저술에만 의지해 후설현상학의 전개과정을 찬찬히 뒤따르며 모든 학문적 오해와 왜곡을 불식시킨다. 후설현상학은 20세기 초라는 변혁기에 등장했다. 그러고는 나치즘과 과학만능주의의 등장 앞에 갈피를 잡지 못하던 철학을 완전히 새롭게 정초하며 부활시키는 일대 사건을 일으켰다. 제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로봇공학 등 다시 한번 변혁기를 맞은 우리에게 후설현상학의 정수를 담은 이 책이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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