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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선택했던 순간
연구를 선택했던 순간
  • 김유진 성균관대 박사·의학연구소
  • 승인 2017.05.22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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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김유진 성균관대 박사·의학연구소

학위 과정 중에는 오로지 내 연구에만 집중했는데 왜 그리 힘이 들었던지 이렇게 힘든 박사학위과정을 마치면 숙련이 돼 앞으로 연구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지리라 여겼다. 하지만 학위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매일매일 내 능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들의 연속이다. 프로 연구자가 된 이후는 어려운 연구뿐만 아니라 연구 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그 와중에 다른 연구자들은 우수한 논문들을 끊임없이 발표하는데 왜 내 연구 결과는 주목받지 못하는 걸까라는 상실감과 함께 최신 연구 동향 파악과 이해를 위해 계속적인 공부도 어렵고 무엇보다 연구비 수주와 수주한 과제의 수행을 위해 쏟아붓는 에너지와 노력 또한 엄청 났다.

그런 일상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내가 연구를 하는 과학자인지 연구비 수주를 해오는 사업가인지 번뇌가 머릿속에 늘 자리 잡았었다. 게다가 불안정한 나의 고용 상태와 열악한 복리 제도도 늘 내 또래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상대적인 박탈감도 느꼈다.

그러나 연구를 접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왜냐면 수많은 어려움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아주 미미한 결과 하나에도 희열을 느끼고 보람을 느끼는 연구에 대한 나의 열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발표한 작은 연구 결과들이 모여 생명체를 이해하는 큰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어마어마한 설렘이 내 가슴 속에 있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동료 연구자들에게 나는 이런 조언을 해주고 싶다. 지치고 힘들 땐 우리가 우리의 길로 연구를 선택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스스로를 응원해 주자고! 

몇년 전부터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리서치펠로우 과제를 지원 받으면서 규모는 작아도 의미 있는 연구도 수행할 수 있고 어느 정도 불안정한 고용 상태도 완화됐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처럼 중견을 바라보는 연구자들은 그간에 연구 결과도 상당히 축적됐고 노하우도 쌓였기에 좀 더 규모가 크고 장기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과제가 지원되지 않으면 이러한 성과들이 활용되지 못한 채 묻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손실을 막기 위해서 현재 시스템을 현실적으로 유연하게 개선하는 것이 절실하며 연구 분야, 경력, 직위에 따라 분류한 후 다양한 연구자들로부터 정확한 설문조사를 통한 통계를 바탕으로 개선한다면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수년 후에는 반드시 연구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는 우리나라 과학 발전에 단단한 기둥이 될 것이다.

 

김유진 성균관대 박사·의학연구소
성균관대에서 분자종양학으로 박사를 했다. 유사분열 조절 메커니즘에 관한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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