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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간 대화와 소통으로 진단한 ‘통일 이후’ … 구체적 정책에 반영 기대
학문간 대화와 소통으로 진단한 ‘통일 이후’ … 구체적 정책에 반영 기대
  • 김성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장·철학과
  • 승인 2017.05.22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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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공동기획 '통일연구의 현재와 미래' _ 29. 2017 KU통일연구네트워크 국제학술대회를 마치고
▲ 이번 학술대회는 통일연구를 특정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학문간 융복합적으로 접근했다. <사진제공=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오늘날 ‘학제’, ‘융합’, ‘통섭’과 같은 연구들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돼가고 있다. 그러나 ‘융·복합 연구’라는 대세를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실천적으로 구현하는 경우를 찾기는 쉽지 않다. 오늘날 대학의 연구 및 교육체계는 기본적으로 근대적인 분과학문들로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방식으로 구축돼 온 것으로, 그 만큼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학문 세계 내에 내면화돼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17세기 뉴턴의 물리학이 독립하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된 분과학문들의 전문화 및 세분화 경향은 상호 간의 장벽을 더 강화시켜왔다. 따라서 오늘날 대학에서 문·이과의 간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고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 사이에서도 서로 간의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분열돼 있다.
 
그런데도 오늘날 연구는 분과학문 체계를 벗어난 ‘융·복합적 연구’를 요청하고 있으며 다양한 연구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도 당위적 요청에 머물러 있었으며 실제로는 개별학문들의 분과체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융·복합적 연구가 시도되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 경우에는 개별과학들 사이에서의 근친관계 하에 놓여 있는 유사학문분과들의 합작 연구로, 인문학과 사회과학, 인문학과 자연과학,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사이의 장벽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또한, 융·복합 연구를 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여러 개별 분과들을 단순히 모아 놓기만 한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지난 2017년 12일(금) 건국대 새천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7 KU통일연구네트워크 국제학술대회’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 사이에서의 ‘융·복합적 통일연구’를 만들어갈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2016 KU통일네트워크 국제학술대회’와 마찬가지로 필자가 원장으로 있는 건국대 인문학연구원이 주관했으며, 기후연구소, 법학연구소, 북한축산연구소, 뷰티융합연구소, 수의과학연구소, 아시아·디아스포라연구소, 이주·사회통합연구소, 통일인문학연구단 등 건국대 내에 소재하는 8개 연구소가 참여해 공동주최했다.

건국대 통일연구 네트워크의 구축

애초 건국대 통일연구네트워크는 통일연구가 ‘제도의 통일’을 넘어 ‘사람의 통일’로, ‘이론적인 연구’를 넘어 ‘실용적인 연구’로, ‘당위적 구호’를 넘어 ‘실천적인 대안 제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의 분과학문적인 틀을 넘어선 융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1년여 기간의 준비를 거쳐 작년 2016년 4월 22일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출발햇다.

이번 대회는 작년 1회 대회를 이어 두 번째로 열린 대회로, 작년에 내세웠던 ‘포스트 통일’에 이어 ‘융·복합적 통일연구’를 대회의 핵심적인 화두로 내세웠다. 이에 이 날 축사에서도 가장 많이 거론됐던 것도 ‘융·복합적 통일연구’과 ‘포스트 통일’이었다. 이것은 그만큼 ‘통일 연구’에서의 ‘포스트 통일’이라는 화두와 ‘융·복합적 연구’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경협 국회의원(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은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선 융·복합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건국대 통일연구네트워크의 모토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면서, 앞으로는 남북의 교류협력이 중단됨 없이 진행될 수 있는 원칙 구성, 내용과 원리, 방법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시켜 주시길 제안했다.

뿐만 아니라 손기웅 통일연구원장은 ‘통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역설하면서 새로운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남북관계의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통일 이후를 사유하고 통일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건국대학교 통일연구네트워크가 해줄 것을 당부했다.

기존 통일연구의 한계를 넘는 융·복합적 연구

작년의 전체 주체는 ‘포스트 통일, 남북협력의 과제와 미래’였던 반면 올해의 전체 주제는 ‘통일 이후를 만들어가는 융·복합적 통일연구’로, 작년에 내세운 ‘포스트 통일’을 ‘융·복합적 통일연구’로 발전시키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것은 남북의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도나 체제통합을 넘어서 남북에 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생활을 통합해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학술대회는 체제통합 이후 극심한 사회문화적 갈등을 겪어야 했던 독일 통일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체제통합 이후 나타날 문제들을 미리 염두에 두고 남북 주민의 삶 전반을 총체적으로 만들어가는 ‘융·복합적 연구’를 지향한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2017 KU통일연구네트워크 국제학술대회’는 내용과 형식에서 이전의 통일 연구와 다른 독특성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건국대 내 인문사회, 예체능, 사회과학,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분과학문을 연구하는 8개 연구소가 결합해 ‘포스트 통일’이라는 ‘단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발표된 논문은 각 연구소들이 선별한 두 편의 발표 및 추가발표로 구성된 총 18편의 연구 성과들이었으며, 이러한 발표구성을 통해 건국대 통일연구네트워크의 결속력과 내용적인 집중도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

두 번째는, ‘2017 KU통일연구네트워크 국제학술대회’에서 제출된 18편의 논문이 각 6편의 논문으로 구성된 세 개의 분과에서 동시적으로 발표-토론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제1분과는 ‘통일문화 형성을 위한 과제와 방향’이라는 주제로, 제2분과는 ‘이주와 코리언 그리고 통일’이라는 주제로, 제3분과는 ‘남북교류의 현황과 협력방안’이라는 주제로 하여 ‘학제적’이면서도 ‘통합적’인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건국대 통일연구네트워크 산하 8개 연구소는 그동안 그들이 진행한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각 분과의 주제에 맞춰 제출하고 이를 통해서 상호 간의 이해와 토론의 폭을 넓혀가고자 했다.

세 번째는, 3개의 분과발표 외에도 제2부 기조발제와 제3부 라운드 테이블을 연이어 구성함으로써 각 분과에서 발표-토론을 진행한 연구자들의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공통의 토론장을 구축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이에 제2부 기조발제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대표하는 학자들로 구성하고 발표 주제도 각 분야를 대표하는 남북협력과제를 함으로써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 간의 토론과 문제의식을 서로 나누고 공통의 관심사를 확장시켜가고자 했다.

기조 발제를 한 홍윤표 전 연세대 교수(국어학),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법학과), 조충희 북방연구회 사무국장은 각각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대표하며 통일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직접 실천 현장에 몸담아온 석학들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논의들을 내놓았다.

특히, 홍윤표 교수는 「남북 언어 통합의 과제와 방안」라는 제하의 발표에서 남북의 언어가 이질화돼 있기 때문에 이를 동질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언어를 통일시키고자 하는 시도들을 비판하면서 지금은 중단된 ‘겨레말큰사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남북의 언어 차이를 방언의 차이로 보면서 서로 간의 언어 차이를 존중하고 양보하는 자세를 가졌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경선 교수 역시 「통일 헌법의 초안」이라는 제하의 발제에서 성공적이었던 개성공단의 철수가 헌법에 위배되는 조치였다고 말하면서 오늘날 한국의 주권은 실질적인 의미에서 2/3수준까지 신장됐기 때문에 그런 주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한편, 민주주의와 인권 및 주권국가로서의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는 통일헌법을 마련해 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충희 사무국장은 「북한의 농축산 현황과 남북한 협력 과제」라는 제하의 발표에서 이전까지 진행된 남북의 축산교류협력이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것이 돼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교류협력 로드맵을 구축하고 자유민주주의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남북교류에서의 국가독점을 벗어나 민간과 학계의 자유로운 활동과 교류협력을 강화시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스트 통일에 대비한 논의들

이어 제3부 라운드 테이블, ‘포스트 통일,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는 필자의 사회로, 기조발제자 3인과의 토론이 진행됐다. 여기서 필자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이 주는 교훈 및 통일헌법을 만들기 위한 현행 헌법 개정의 방향, 그리고 지속가능한 남북축산협력 방안 등에 대한 토론을 주도함으로써 ‘2017 KU통일연구네트워크 국제학술대회’를 마무리했다.
 
‘2017 KU통일연구네트워크 국제학술대회’는 ‘포스트 통일’과 ‘융·복합적 통일연구’를 결합해 통일 연구의 새로운 길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이날의 토론이 온전한 의미에서 ‘융·복합적 통일연구’를 구현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통일문제를 다루는 융·복합적 연구가 아직 초보적인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학술대회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 사이의 경계를 넘는 ‘소통’을 창출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전혀 다른 전공을 한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분과에서 발표와 토론을 진행하다보니 자기 전공 이외에의 발표에 대한 무관심하거나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날의 토론회가 보여주는 것은 그것이 기우였다는 점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적극적이었다. 참여자들은 자기와 다른 전공을 한 사람이 발표하는 내용에 보다 더 많이 귀를 기울였으며 어느 때보다도 더 궁금한 것들에 대해 묻고 답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참된 소통이란 서로 각자 자신의 이야기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가 서로에게 가르치고 배우면서 나누는 것이라는 의미를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김성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장·철학과

건국대 문과대학장과 뉴욕주립대 방문교수를 역임했다. 2009년부터 건국대 인문학연구원장과 통일인문학연구단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전국대학인문한국(HK)연구소협의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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