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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후 北 주민 사회보장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에 의해 정책결정해야"
"통일 후 北 주민 사회보장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에 의해 정책결정해야"
  • 박정원 국민대·헌법
  • 승인 2017.05.1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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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공동 기획 '통일연구의 현재와 미래'_ 28. 통일 이후 북한의 토지 처리
▲ 북한지도 또는 개성공업지구 전경 사진. 출처=https://namu.wiki

‘통일과 법’과 ‘북한법’에 대한 강의 중 받는 질문이다. 통일되면 북한에 있는 땅은 주인이 돌려받을 수 있는가의 문제다. 북한의 땅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문서도 있다고도 한다. 집 어른이나 친지 중에 북한지역에 토지를 남겨두고 월남하신 이산가족과 연계돼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한 월남자산가는 사망 후 북한에 남겨둔 자식에 대한 유언상속을 했고 그 집행과 관련해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됐으며 그 결과 특례규정이 마련되기도 했다. 분단이 낳은 미해결의 과제이지만 이 질문에 대해 확답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고 사전적 대비가 필요하지만 많은 쟁점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통일과 북한토지 문제해결의 필요성

우리는 통일국가를 수립해 남북한 주민이 모두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를 소망한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통일국가를 민주복지국가로의 수립을 제시하고 있다. 남북은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시장경제와 계획경제 등으로 헌법상 원리와 가치에서 서로 대립돼 온 상황에서 통일로 하나의 제도와 질서로 통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가운데 북한지역의 토지문제는 줄곧 북한주민의 삶의 터전이었던 동시에 통일국가발전의 기반이라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다.

분단국가의 통일과정이나 사회주의 체제전환 국가들의 사례에서 토지에 대한 처리문제가 사회통합을 위한 최대과제였음을 잘 알고 있다. 독일은 통일 후 구동독지역의 토지를 비롯한 재산권문제의 해결과 관련해 많은 논란과 갈등을 빚었다. 자본주의의 법원리에 기반한 구동독의 토지 원소유자 반환원칙과 구소련의 몰수재산에 대한 미반환 원칙으로 재산권반환문제를 처리했다. 이로부터 발생한 갈등국면은 상당한 통일후유증을 유발해 통합에 장애가 됐다. 구동독의 공산화과정에서 취한 토지개혁과 사회주의정책의 실현과정이 북한정권에서도 유사하게 추진됐다는 점에서, 통일독일의 사유화방법과 과정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많다. 그러나 구동독의 재산권처리문제에서 보듯이 우리의 통일과 차이가 있는 만큼 독일사례를 교훈삼아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남북의 통일과정 내지 통일 이후 북한지역의 토지 처리문제는 국가적 대계는 물론 개인의 행복과 복지라는 관점에서도 잘 조화롭게 추진해야 한다. 통일을 계기로 북한에 자본주의체제가 도입되면 토지를 기반으로 한 부동산시장은 큰 변화가 예상된다.

북한은 모든 생산수단의 국공유화 원칙에 기초하고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북한의 토지제도는 남한의 토지제도와 큰 차이를 보인다. 남한은 토지의 사적 소유를 헌법상 권리로 보장하고 있으며, 토지거래에 대한 제한과 규제를 하고 있다. 그리고 물권변동의 효력발생요건으로 민법상 등기제도로서 토지대장, 임야대장, 지적도, 임야도 등을 지적공부로 활용하고 있다.

부동산은 일반적으로 토지와 그에 부착돼 있는 재산을 의미한다. 남한에서는 부동산에 대해 토지 및 정착물로 정의하고, 북한에서는 토지나 집과 같이 움직여 옮길 수 없는 재산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거래제도라 함은 넓게는 부동산을 대상으로 하는 일체의 계약, 즉 매매, 증여, 임대차, 사용대차 등을 의미하고, 좁게는 부동산매매를 의미한다. 북한 민법은 부동산거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토지임대법은 외국기업과 외국인 및 북한 영역밖에 거주하는 동포(이하 외국기업)를 상대로 하는 토지임대차제도를 도입하고, 특수경제지대에서 북한의 기관, 기업소, 단체와 외국기업 등은 건물을 임대, 매매, 교환, 증여, 상속하거나 건물소유권 또는 이용권을 저당할 수 있다. 아울러 2009년 ‘부동산관리법’을 제정해 부동산 관리를 위한 절차 및 제도를 구체화했다. 북한의 사회주의적 토지소유 및 이용제도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주목된다.

북한에서 토지매매는 사회주의소유제 원칙에 따라 법규정상 일절 금지된다. 그러나 텃밭, 부업밭, 뙈기밭 등은 개인이 경작 가능한 토지다. 북한 주민들도 소토지에 대한 관심이 높고 생활에서 차지하는 몫도 크다. 북한 헌법과 민법은 텃밭경리를 비롯한 개인부업경리에서 나오는 생산물은 개인소유에 속하고 국가는 이를 보호하도록 했다. 소토지의 경작이 확대되고 불법 경작되는 경우가 많다. 북한 당국은 소토지를 관리영역내로 끌어들이려고 하지만, 주민들은 ‘내 것’이라는 소유의식과 함께 관리영역 밖에서 더 많은 소득을 창출하려고 한다.

북한에서는 개인이 주택의 땅과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사용권만이 인정되는데 이것이 암시장에서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규정과 달리 북한주민의 토지를 통한 생활권의 확대는 통일시 북한토지문제를 다루는 데에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다.

남북의 통일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통일에 대비해 북한지역 국유재산에 대한 관리방안을 검토해두는 것은 통일비용 및 통일 후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세계사적 조류와 북한의 경제현실을 감안하면 통일국가는 자본주의경제체제와 시장경제질서에 입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의 사회주의계획경제의 포기와 자유시장질서로의 개편을 전제하는 것으로 우리의 헌법상의 토지의 사유화에 따른 통합을 의미하며, 토지제도에 있어서도 사유재산제에 의한 토지정책의 수립을 말한다.

통일 이후 북한토지 처리의 고려사항 및 방향

사회주의 중앙집권 계획경제체제가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 특징되는 요소로는 자유화(liberalization), 안정화(stabilization), 사유화(privatization)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 사유화는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하므로 가장 어려운 정책적 과제다. 효율적인 북한 토지의 통합방안은 북한주민의 남한으로의 대량이주를 방지하는 동시에 일정기간 북한의 국유재산의 효과적인 활용을 통해 북한주민에 대한 사회보장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의 헌법질서와 원칙에 입각하면서도 북한주민의 입장에서의 법적 안정성의 확보와 남북주민의 형평성보장, 합리성의 판단 등이 포함돼 있다.

우선 북한지역의 몰수토지의 처리는 사유화 보장원칙에 입각해 개인소유권의 해결을 전제하고 있으므로 토지정책을 추진할 때 필수적으로 제기되는 쟁점이다. 우리의 헌법질서에 따라 북한의 토지문제의 처리도 이뤄져야 한다. 그러면서도 통일 당시의 토지이용권자인 북한주민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현재 북한 토지는 국가 소유와 사회협동단체 소유로 돼 있으므로 현재의 소유형태를 기준으로 한다면 국가소유는 그대로 통일한국의 국가소유로 귀속시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사회협동단체 소유는 북한 민법상 ‘사회협동단체에 들어 있는 근로자들의 집단적 소유’로 돼 있으므로 국가소유 내지 사회협동단체 구성원들의 공동소유로의 인정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정권초기 토지개혁에 의한 몰수토지에 대한 처리가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다. 몰수토지처리에 대한 논의로는 크게 원물반환원칙 방안, 보상원칙 방안, 재국유화 방안(반환?보상 배제 방안)으로 구별될 수 있다. 이들 방안은 각기 장단점이 있으나 원소유자들에 대해서는 보상원칙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단 북한 토지 전체가 ‘국’소유가 되지만 북한주민의 기존권리 보호를 위해 사회협동단체 소유 토지, 주택부지에 대해서는 북한 주민의 이용권을 소유권으로 전환하는 여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 사회협동단체 소유 토지를 협동단체 구성원의 소유로 인정할 경우에는 사회협동단체 소유인 중소 공장과 중소 기업소에 대해서도 사회협동단체 구성원의 소유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나머지 토지 사유화 문제는 통일한국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매각 또는 임대의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원물반환이 아닌 보상원칙 채택을 위한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보상의 대상과 기준, 보상 집행을 위한 관련 법령 정비와 그 근거를 명확히 하는 부동산 등기와 평가 등 토지관련 업무 등을 제도화하는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북한에서 토지 등 부동산에 대한 관리와 이용에서의 변화내용은 통일국가의 토지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지역의 토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결정은 통일 후 북한주민에 대한 사회보장 수준의 결정에 대한 국민적 합의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통일이 남한 국민의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수반하는 경우와 북한주민의 남한으로의 단기간 대규모 이주로 인한 혼란을 초래할 경우를 감안해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 통일비용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북한지역의 토지 처리를 통한 통일재원 조달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는 통일 후가 아니라 통일 이전의 과정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남한의 토지의 소유, 관리, 이용 등에 대한 제도적 조치를 북한에 전수하는 것은 단기적 협력과제일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통일 후 북한 토지처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된다. 

북한지역의 토지문제의 해결을 포함한 재산권의 재편문제는 법제도적적 방안으로 원소유자의 반환청구권 내지 손실보상청구권의 인정문제, 국유재산의 사유화, 국영기업의 민영화, 공공재산의 귀속, 통일국가의 국토계획 등의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들 쟁점들은 북한지역의 토지를 기반으로 해결돼야 하는데, 단속적이고 한 분야에만 한정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종합적인 체계화 과정을 통해 완성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통일국가의 미래는 그 준비를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 그 성패가 결정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정원 국민대·헌법

국민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헌법, 북한법 및 통일법에 대해 주로 연구하고 있으며, 최근 연구성과로는 「통일 이전 및 통일 이후 헌법재판소의 기능과 역할」(헌법재판소), 『북한 민법 주석』(법무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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