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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의 독립성과 자율성
대학교육의 독립성과 자율성
  • 남송우 논설위원/부경대·국문학
  • 승인 2017.05.1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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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남송우 논설위원/부경대·국문학
▲ 남송우 논설위원

새 정부가 탄생했다. 촛불혁명으로 시작된 국민주권 시대를 이제 모든 영역에서 구체화해 나가야한다는 점에서, 새 정부의 역할과 책임은 중대하다.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대학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대학교육의 방향성에 따라 현재의 초·중·고 교육 제도가 변할 수밖에 없고, 또한 한 나라의 대학교육의 질과 내용, 그리고 방향성이 그 나라의 미래 발전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의 존재이유가 사회와 국가가 나아가야 할 온당한 방향을 추동할 수 있는 본질적 가치를 생산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각국의 대학들은 변하는 시대에 맞는 교육 이념들을 내세우며, 시대를 이끌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다. 그러나 일찍 빌 레딩스(Bill Readings)가 『폐허의 대학(The University in Ruins)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이제 대학은 더 이상 진리의 탐구와 전수, 또는 교양의 함양이 이뤄지는 곳이 아니라, 현금 관계에 근거한 행정적 책무성과 기능적 수월성만을 추구하는 기관으로 변모했다고 일갈했다.
 
이러한 대학의 변화 특징은 각국의 대학교육이 처해 있는 역사적 상황이나 현실적 조건은 다르지만, 모든 대학들의 교육이 실용성이라는 목표에 맞추어 변화해 왔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의 결과는 전통적으로 대학을 상징하던 상아탑이나 학문의 전당이란 대학의 원형적 본질을 그대로 고집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오늘날 한국의 대학들은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대학진학 학생 수의 급감이라는 다가오는 현실적 상황도 문제지만, 대학의 시장화가 급속히 진행됨으로써 자본의 논리에 함몰돼버렸다는 점이다. 이 함몰의 근원적인 이유가 국가의 권력과 기업의 자본논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학 자체가 대학 밖의 타자들의 힘에 의해 생존해야 하는 상황이 대학이 본질적으로 지녀야 할 자유와 비판적 지성을 무력화 시킨 것이다.

그러므로 새 정부의 교육 정책은 우선 대학이 대학다운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이 일 중에 가장 선결해야 할 과제가 대학의 독립성과 자율성의 확보다. 이는 바로 지금까지 대학을 종속화 시킨 요소들을 걷어내는 일이다. 일차적으로 대학교육을 관장하고 있는 교육부의 역할과 기능을 새롭게 조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학교육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교육부의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모든 대학이 교육부에 목이 메여있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이는 바로 교육부의 기능이 이제는 철저히 대학의 발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 지를 고민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제는 모든 대학교육의 정책과 비전은 대학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는 구조로 바꿔나가야 한다. 즉 대학 스스로가 모든 교육의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로 대학 행정을 전환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영역이든 그 영역의 주체가 일차적으로는 자력으로 자기 영역을 지켜나가지 못하면, 제대로 된 진화와 발전을 기대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신자유주의의 거센 파고가 대학을 휩쓸고 있는 현실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를 제대로 초극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의 확보는 필수적이다. 이것이 온전히 실현돼야 한국 대학의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새롭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이를 위해 이제는 대학이 스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자력을 키우는 일이 급선무다. 대학의 자율성 확보 없이는 교육의 독립성도, 창의성도 제대로 실현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의 확보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이제 대학 구성원 모두가 먼저 심각하게 자각해야 할 시점이다.

남송우 논설위원/부경대·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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