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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비리 척결, 의사결정과정의 협치 기대… ‘대학정책협약’ 잊지 말아야”
“사학비리 척결, 의사결정과정의 협치 기대… ‘대학정책협약’ 잊지 말아야”
  • 유원준 사교련 정책위원장(경희대·사학과)
  • 승인 2017.05.15 14: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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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바란다_ 사립대 정책
▲ 유원준 사교련 정책위원장(경희대·사학과)

전대미문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국민들은 겨우내 매서운 추위를 참아가며 촛불집회를 통해 ‘나라다운 나라’의 건설을 촉구했고, 마침내 19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에게 그 사명을 위임했다. 세계를 놀라게 한 명예로운 촛불혁명이 가능했던 데는 지난 10년여 지속된 노골적인 공공성의 붕괴, 경제 침체와 소득 불균형, 극심한 취업난과 비정규직 문제 등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소망이 그 안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적폐청산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며, 이 점은 사립대학 또한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 이상의 상징성을 지녀왔다. 대학은 계층 이동의 가장 큰 사다리로 인식됐고, 개인적 성취와 신분의 징표로 간주돼왔다. 그로 인해 대학에 부여된 사회적 기대는 매우 각별했지만 최근에는 대학이 더이상 ‘사다리’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데다 이화여대 사태까지 겹치면서 대학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몹시 차가워졌다. 이에 대학 구성원 모두 깊은 성찰과 함께 새 정부에게 대학 혁신을 위한 결단을 촉구하고자 한다.

지금 대학은 많은 혁신 요구에 직면해 있다. 학문적 수월성의 제고, 100세 장수시대와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적응력 향상, 취업난 극복을 위한 역량 강화, 학령인구 격감과 재정난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 개혁 등이 그것이다. 대학 구성원 모두 이 같은 요구를 외면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대학의 대응은 여전히 느리고, 동력은 취약하기만 하다. 그것은 구성원 개개인과 대학의 노력 못지않게 법적·제도적 개선이 병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환경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기형적이다. 우선 전체 대학생의 75% 이상이 사립대학에 다니고 있고, 전문대학 가운데 사립의 비중이 거의 100%에 가깝다. 따라서 사립대학의 정상화와 경쟁력 강화 없이는 대학교육의 미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매우 암담하다.

우선 정부는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을 사립대학과 학부모에게 모두 떠넘기고 있다. 사립대학의 비중이 이렇게 과도한 것 자체가 정부의 무책임을 반영하는 명백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또 국립대학과 마찬가지로 사립대학에 관한 기본법조차 구비돼 있지 않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사립학교법’이라는 하나의 법 안에 뒤섞어놓아 어떤 제도적 개혁도 할 수 없게 해놓았다. 이렇게 해야 정부의 편의에 따라 그때그때 특별법과 시행령을 만들어 자의적 지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립대학 법인 역시 이런 법적 모순을 이용해 군림하되 책임은 지지 않는 전근대적 행태를 답습했기에 부정과 비리의 악습이 계속되고 있다. 사립학교법과 시행령 어디에도 총장 선출 자격과 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어 초등학교 반장 선거만도 못한 엉터리 선발을 자행하는 대학이 부지기수인 것이 부끄럽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기존의 잘못된 제도를 혁신하지 않고는 미래의 청사진을 그릴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취업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학과 통폐합과 정원 감축이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고, 선별적 재정지원사업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면서 대학을 더욱 황폐화시키고 있다. 사립학교 법인을 소유하거나 그들과 밀착된 다수의 국회의원이 교문위에서 활동하면서 기득권 옹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도 악순환을 가속시킨 원인 가운데 하나다.

이에 전국 국·사립대 양대 교수단체인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는 지난 4월 18일 더불어 민주당과 ‘대학정책협약’을 체결해 향후 대학 정책의 지향에 대해 합의했다. 더불어 민주당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와 교육부 기능 조정, 국립대학법 제정과 국립대 총장선출방식 자율화, 고등교육 재정지원 OECD 평균 수준 확대와 대학재정지원사업 방식 개편, 사학 부정·비리 엄단 등의 실천을 약속했다.

우리는 협약을 통해 헌법에 명시된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교육위원회로 기획 기능을 이관하고, 교육부는 집행과 지원에 힘쓸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했다. 자율과 협치의 구조를 이룩할 수 있게 대학 설치와 운영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 것을 요구했으며, 고등교육에 대해 정부의 최소한의 책임과 공평한 지원을 위해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지원방식을 개편하라고 요구했다.

‘대학정책협약’의 내용은 적폐청산이라는 준엄한 시대적 요구와 달리 매우 단순하고 상식적이며 이미 귀에 익숙한 오랜 과제다. 이는 그동안 대학이 비상식과 비정상의 상태에서 방치되고 운영됐음을 반증한다. 우리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사학 비리의 척결’과 ‘구성원 참여가 보장되는 협치체제 구축’ 약속이다. 이는 법 제정과 예산 확보 없이도 즉시 실행 가능한 것이어서 새 정부의 적폐청산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기준과 출로가 마련돼야 하며, 그 관건은 바로 법인에 대한 평가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권한과 책임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인데, 대학 운영의 최고 책임 주체인 법인이 평가대상에서 빠져 있고,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구성원에게 전가시키는 현행 평가방식은 상식이 어긋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책실명제를 통해 교육정책에 대해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보다도 교육부와 친숙해야 할 교수들이 고등교육 정상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교육부 해체’를 꼽은 현실에 대해 새 정부의 깊은 성찰과 결단을 촉구한다.

유원준 사교련 정책위원장(경희대·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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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연 2017-05-25 11:16:02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사학비리는 막지 못합니다....사학비리가 있는 학교는 교육부 퇴직공무원을 특별채용합니다.....교육부감사에 시민단체를 포함시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