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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간의 비산업적 요소에 주목 하면 ‘새로운 도시’ 보여”
“문화공간의 비산업적 요소에 주목 하면 ‘새로운 도시’ 보여”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7.05.15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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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_ 『책문화공간과 도시재생』(한국외대 지식출판원 刊) 낸 최준란 한국외대 겸임교수

“지금까지의 문화적 도시재생은 문화예술 측면에서 접근하든 건축예술 측면에서 접근하든 산업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도시재생 연구가 근대적 공업화 과정에서 초래된 생산과 분배의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지만, 여전히 이윤 창출과 자산 가치 상승에 목적을 둔 산업화의 틀에서 연구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문화적 도시재생이라 해도 재건축·재개발 중심의 주거환경이 개선됐을 뿐 문화 주체인 인간은 오히려 존엄성을 잃게 되고, 결과적으로 심각한 인간정신의 상실을 낳게 됐다. 그러므로 지금까지의 도시재생 사업을 돌아보면서 문화적 도시재생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반추해보아야 한다.”

20년 넘게 출판문화 일에 몰두해온 최준란 한국외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가 근래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도시재생’ 논의와 관련, 기존 접근과 다른 방안을 제시하는 ‘비산업적 도시재생’을 들고 나와 화제다. 그가 제시한 방안의 중심엔 물론 ‘책문화공간’이란 문화적 개념이 놓여 있다. 한국외국어대 지식출판원에서 출간한 『책문화공간과 도시재생: 홍대앞 책문화공간을 중심으로』가 그런 담론을 녹이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비산업적 도시재생’으로서 책문화공간이 과연 지속가능한 문화공간의 교두보인지 궁금하다.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 일단 이 책은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손꼽히는 영국의 헤이온와이마을과 일본의 츠타야 서점을 연두에 둔 것 같다. 두 사례에서 확인되는 ‘비산업적 도시재생’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면에서 시사적인지 설명해 달라. 또, 저자가 비산업적 도시재생에 관심을 둔 동기도 궁금하다.
“지금까지 산업 경제적 중심의 도시재생에서 우리가 잊고 가는 것, 놓치고 가는 것이 많았다.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그 고민의 결과로 ‘비산업적’이라는 키워드를 찾게 된 것이다.
영국의 헤이온와이마을이 좋은 사례가 되는 이유는 한 사람의 힘으로 보여준 마을 이야기(도시재생)여서다. 리처드 부스라는 한 사람의 자발적인 힘으로 마을이 다시 일어나고 사람들이 모여 지금은 모두가 헌책방 마을로 삶을 영위한다는 것. 일본의 츠타야 서점은 먼저 책을 어떻게 팔지에 대한(산업적 접근) 연구를 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츠타야 서점 공간 안에 어떻게 담을지를 고민했다. 포인트가 달랐던 것이다. 그래서 그곳에 가면 실제 삶이 있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느껴진다. 이 두 사례 모두 산업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어딘지 해석이 어렵다. 산업적 관점을 넘어서 비산업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비산업적 도시재생은 도시재생의 본질적 목적이 이윤의 극대화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도시를 재창조하는 데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산업적 사고를 넘어서야 할 때라고 보고, 비산업적이라는 용어를 내세우게 됐다. 비산업적 관점으로 바라봤을 때 도시재생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내가 있는 출판이, 내가 사는 도시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으로 비산업적도시재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 문헌조사와 텍스트 분석 외에도 ‘심층 인터뷰’도 진행했다. 어려움은 없었나?
“지금 이 자리를 빌려 인터뷰해주신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인터뷰를 부탁하기 이전에도 고객으로 자주 찾아갔던 곳이라 낯설지 않았다. 그래도 수업 발표를 위해 설문지를 들고 갔을 때는 꽤 긴장이 됐다. 첫 만남에서부터 담당자가 친절하게 설문지에 답변해주고 편하게 관련 이야기를 나눠주어 고마웠다. 자연스럽게 박사 논문 쓸 때도 심층 인터뷰를 부탁드렸고 크게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녹여낼 수 있어서 질적 연구에 가장 큰 도움이 됐다. 그러면서 그들과 내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더 생각이 굳혀진 듯하다.”

△ ‘홍대앞 책문화공간’을 비산업적 도시재생의 한국적 사례로 꼽았다. 홍대앞 문화공간을 그렇게 명명할 수 있는 준거가 있다면 무엇인가? 논의를 확대한다면, 책문화공간처럼, 어떤 다른 형태의 ‘문화공간’을 축으로 도시재생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비산업적 도시재생의 사례로 ‘홍대앞 책문화공간’을 사례로 들었다. 책이라는 물성은 산업적으로 가능하고 공공성을 띠고 있기에 비산업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비산업적으로 갖고 있는 홍대앞의 책문화공간이 지금도 홍대앞을 지켜나가고 있고 그 안에서 또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도시가 재창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홍대앞 책문화공간에는 출판사가 운영하는 북카페 공간에서 시작, 책과 관련된 다양한 아카데미 공간이 있고 북페스티벌 그리고 향후 이 지역을 지켜나가기 위한 정책까지도 포함한다. ‘책문화공간=비산업적 도시재생’이 아니라 책이 갖고 있는 비산업적 가치가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그 지역의 도시재생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논의를 확대한다면 현재는 책문화공간으로 담아냈지만 영화나 다른 문화콘텐츠가 들어있는 문화공간으로도 얼마든지 도시재생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앞서 말한 대로 어떤 문화적 소재를 어떤 가치로 쓰냐의 차이이기 때문에 비산업적 시각이 중요하다고 본다.”

△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홍대앞은 가장 첨예한 자본의 논리가 작동하는 곳 아닌가? 저자는 홍대앞 책문화공간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지적했지만, 이는 공간이 자본의 유연한 논리에 포위된 형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홍대앞은 자본의 논리가 작동하는 곳이라고 지적했는데 이는 홍대앞의 문화를 연구하겠다고 했을 때 이미 주변 사람들이 얘기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홍대앞 문화가 모두 다 그러한가. 자본의 논리로 다 해석할 수 없는 지역과 문화도 있다. 그곳이 바로 홍대앞이다. 홍대앞은 출판사들이 오랫동안 자생적으로 이뤄낸 출판 문화공간도 됨을 알려주고 싶었다. 홍대앞 이미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을 때도 클럽, 미술 등의 인식이 강했는데 한편으로 뚜렷이 존재하는 출판문화 공간의 이미지를 더욱 알려주고 싶었다. 출판문화에서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책문화공간을 시작으로 연구했지만 책문화공간은 지금 당장 생겨난 것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이 지역이 출판 지역의 한 축을 갖고 있다가 현재의 문화공간 모습으로 자연스레 연결됐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홍대앞에서 20여 년 가까이 지내오면서 홍대앞의 출판문화의 변모를 기록하고 싶었다.”

△ 홍대앞의 출판문화 변모 기록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홍대앞 책문화공간은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사라져가는 ‘헌책방’ 골목을 떠올리게 한다. ‘홍대앞 책문화공간’이 다른 도시에서도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또, 책문화공간 도시가 기존의 ‘황순원 마을(양평 소나기 마을)’, ‘김유정 마을’ 등 작품의 배경을 재현하거나, 특정 문인을 기려 조성한 마을과는 어떻게 차별되는지 궁금하다.
“출판사 밀집 지역인 홍대앞의 책문화공간은 자연스레 생겨난 현상이고 도시재생의 중요한 콘텐츠 역할을 해내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도 생겨나는 다양한 책문화공간을 보면서 홍대앞은 홍대앞대로 다른 지역은 다른 지역대로 특징을 살려서 만들어내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인천의 배다리마을도 배다리 마을 주민들이 모여 20세기 초 헌책방의 역사성을 보존해내고 있다. 부산의 보수동 헌책방 마을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홍대앞 책문화공간’은 하나의 모델이며 내 연구에 있어서 시작점이다. 이 모델을 가지고 다른 곳에도 적용할 수 있게 하고 싶다. 여기서 주의할 사항은 자칫 외형적인 것만 중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문화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왜 만들어졌는지, 그 속에서 무얼 말하려고 하는지를 봐야 한다. 문화공간의 비산업적 요소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지속적인 도시재생을 이룰 수 있다.
‘소마니 마을’이나 ‘김유정 마을’ 둘 다 책이라는 범주에서 크게 보면 책문화공간의 형태로 보이지만 만들어진 배경을 생각하면 다르다. 황순원 마을과 김유정 마을은 문인을 기리는 ‘기록’에 대한 기념적인 역할이 크다면 홍대앞 책문화공간은 지금 현재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의 문화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 앞으로 계획은.
“책문화공간이라는 키워드에 다 들어 있다. ‘책’과 ‘문화공간’. 앞으로 하고 싶은 일과 하고픈 방향도 두 가지다. 책을 소재로 한 만큼 책문화공간을 통해 출판문화가 더 활성화됐음 하는 바람이 크다. 지금도 계속 다양한 책문화공간이 나오고 있다. 북카페에서 동네서점, 독립서점, 1인 출판 등등 하고 싶은 연구 분야가 많다. 이를 출판에서 연구하고픈 분야다.
또 하나는 ‘문화공간’. 공간이라는 한자를 보면 빌 空에 사이 間이다. 비어 있는 사이. 비어 있지만 채우는 것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바꾼다.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책문화공간을 가지고 비어 있는 곳에 채우고 싶다. 그게 만약 대학이라면 대학도서관이 하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지역이라면 지역도서관이다. 내가 있는 공간에서 현장감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리고 ‘비산업적’ 시각을 견지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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