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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리인 역할 해온 인공지능, '인공생명'과 결합될까?
인간의 대리인 역할 해온 인공지능, '인공생명'과 결합될까?
  • 이대열 예일대 신경과학과 석좌교수
  • 승인 2017.05.08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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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읽는 신간_ 『지능의 탄생』 이대열 지음, 바다출판사, 320쪽, 18,000원

인간의 사회적 지능과 메타인지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여러 학문 분야에서 전개되고 있다. 미래에는 그중에서도 신경과학 인공지능 연구를 포함하는 컴퓨터공학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의 지능은 뇌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뇌가 형성되고 발달하는 과정과 그 기능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될수록 인간의 지능에 관한 더욱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뇌에 대한 이해는 정신질환과 같은 뇌 기능 장애의 원인을 해명하고 그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인간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기술이 발전하게 됨에 따라 인간의 사회적 지능 및 메타인지에 관련된 기능하저도 점차 인공지능의 한 부분이 돼갈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소위 기술적 특이점 같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완전히 대체하는 일은 당분간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지능이란 근본적으로 자기복제를 핵심으로 하는 생명현상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비록 지적 능력의 여러 측면에서 기계가 인간을 능가하는 시점이 오더라도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가 자기복제를 시작하지 않는 한 인공지능은 인간을 보인으로 하는 대리인의 자리를 지키게 될 것이다. 유전자와 뇌 사이에 본인-대리인의 관계가 성립됐듯이 인간이 인공지능을 관리하는 역할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관계도 본인-대리인의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성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한다는 것은 그와 같은 본인-대리인의 관계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필요조건이기도 한다. 사람이 하는 일을 더 효율적으로 대신해낼 수 있는 인공지능이 아니라면 그에 대한 수요가 있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또한 인간의 뇌가 학습의 귀재가 된 이유가 본인-대리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던 것처럼, 인공지능의 학습 능력이 더욱 진보한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인간의 존재를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존재를 위협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뿐 아니라 인간의 효용과 양립할 수 없는 인공지능 그 자신의 목표를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인공지능은 이제까지 인간의 수고를 덜기 위해 발명된 수많은 기계들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인공지능과의 관계에서 인간이 본인의 자격으로 남아 있기 위해서는 인간이 인공지능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데 있어서 그 주체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단 한 가지다. 그것은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가 스스로를 복제하는 것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가 자기복제를 한다 함은 그와 같은 기계의 모든 부품을 스스로 수집해서 결합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다. 단순히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프로그램을 복사하는 것은 자기복제 과정의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자기복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정란에서 뇌를 포함한 몸 전체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인공지능을 장착하고 스스로 생존하고 자기복제를 반복할 수 있는 로봇이 존재해야 한다. 만일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가 자기복제를 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인공생명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인공생명이 등장한다면 인공지능은 진정한 의미에서 지능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

인공지능이 인공생명을 확보하는 과정은 지금까지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서로 독립적으로 발전해온 것과는 매우 다른 과정을 필요로 할 것이다. 과연 이제까지 전적으로 인간의 대리인의 역할을 해온 인공지능이 그와 같은 인공생명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지,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인공생명과 결합되는 과정이 언제 어떻게 실현될 것인지, 그리고 인간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와 같은 문제를 이해할 수 잇는 인공지능이 등장한다면 그에게 인공생명을 부여하기 전에 그것을 꼭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 저자 이대열은 뇌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자로 현재 예일대 신경과학과 석좌교수로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미국 일로노이대 대학원에 진학해 신경과학을 전공했다. 고양이의 뇌에서 시각정보가 처리되는 과정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미네소타대 생리학과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원숭이의 대뇌피질을 연구했으며, 최근엔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뇌의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네이처>, <사이언스> 등의 국제적인 저널에 9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신경과학 저널>의 편집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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