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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MB정부 통치기 분석 … ‘새로운 통치성’ 연구 과제로
YS-MB정부 통치기 분석 … ‘새로운 통치성’ 연구 과제로
  • 윤민재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연구교수·사회학
  • 승인 2017.05.0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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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_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와 신자유주의: 대통령 리더십과 통치성』 윤민재 지음 | 오름 | 415쪽 | 20,000원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는 민주주의의 공고화과정을 정착시키지 못했다. 민주주의의 기초인 정당과 의회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정당과 의회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정치적 쟁점으로 정교화해 그 해결책을 합리적으로 찾기보다는 갈등을 왜곡하거나 증폭시켰다. 이러한 무기력한 정치의 직접적 피해자는 국민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화 이후에도 국민은 형식적 대표체일 뿐, 민주화 이후의 주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의제를 해결할 실질적 대표체는 아니었다. 국민들은 민주화 이후 정치에 대한 절망과 분노를 여전히 크게 느끼고 있다. 그 분노의 핵심에는 정치권의 무능력, 불평등의 확산, 청년세대의 위기, 국가권력의 공공성의 상실, 나아가 삶의 총체적인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민주화과정을 거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늘어나고 있는 불평등, 실업, 부채, 불안정한 삶 등 훼손된 민주주의를 수정하고 교정하기 위해선 이 질서를 넘어서는 전략, 혹은 새로운 통치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과 범위의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필자는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의 통치의 성격, 목적, 한계를 분석했다. 왜냐하면 한국사회에서 권력의 핵심은 대통령제도에 있고 그 통치의 성격과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치사회의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은 한국 사회의 정치질서를 관통하는 핵심적 문제와 그 본질을 파악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미셀 푸코의 논리를 적용했다. 그 핵심적 개념에는 ‘통치성(governmentality)’ 개념이 있다. 푸코가 말하는 통치는 사목권력에서 나온 것으로 사목은 개별화하는 동시에 전체화하는 특징을 갖는다. 인간들에 대한 통치는 ‘오이코노미아(οικονομια)’, 즉 개인들, 사물이나 부에 대한 관리를 의미한다. 정치의 실천에 오이코노미아라를 도입한 것이 통치의 본질이며, 통치는 다시 말해 오이코노미아라는 경제형식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기술이다. 

대통령 기록물 등 구체적 자료 세밀하게 검토

이 책은 한국사회의 정치질서와 신자유주의를 관통하는 핵심적 문제와 그 특징을 파악하기 위하여 미셀 푸코의 ‘통치성’ 개념을 동원했다. 이를 통해 통치와 권력의 본질과 그 성격을 현실사회의 비판과 분석을 통해 파악함으로써,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넘어 종합적으로 이해하고자 했다. 또한 이 책은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의 통치의 성격, 목적, 한계를 민주주의의 위기와 신자유주의의 강화라는 관점에서 분석했다. 특히 구술인터뷰, 대통령 연설 등 기록물, 국회사료, 국내외기관의 사료 등의 자료를 동원해 각 대통령 시기의 정치, 사회복지, 노동, 문화 등의 영역에서 나타난 통치권력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기존의 연구들을 보면 한국사회에서 정치사회와 국가권력에 관한 연구는 일반적으로 행위자나 혹은 권력의 제도, 권력행사과정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기존의 접근방식은 정치전략의 효과, 권력의 효과, 각 주체들의 형성과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관계, 신자유주의 통치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통치성 개념을 중요한 방법론적 개념으로 동원했다. 왜냐하면 통치성 개념을 통해 국가와 정치사회를 분석할 때 공과 사의 영역, 시민사회와 국가 사이의 경계를 규정하고 국가기구와 정치제도의 내적 구조를 결정하는 정치전략 효과와 도구로서 국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자유주의는 구속과 억압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의미도 있지만, 국가는 개인들을 자유롭게 하면서 동시에 보이지 않게 억압하며 통제할 수 있는 보다 유연하고 고차원적인 통치기술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때 지배의 주체로서 국가는 통치기술들의 효과이며 통치기술은 지배의 국가로 이끌 수 있는 권력관계의 체계화로 볼 수 있다. 

신자유주의 통치에서는 경제적인 것이 정치적 주권을 생산하고 경제가 국가정당성의 기초가 된다. 어떻게 보면 신자유주의 통치성은 ‘통치 없는 통치’의 완결형태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국가는, 신자유주의 통치를 통해 시장에 개입해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법률과 제도에 개입해 사회 속에서 효과적인 경쟁을 생산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신자유주의는 법과 제도에 개입하며 경쟁원리를 사회전반에 도입하는 통치기술로 정의내릴 수 있다. 푸코는 통치의 중요한 내용을 ‘자유주의’ 통치실천의 정치적 문제들을 설명하고 주체들의 도덕적, 정치적 존재양식과 주체화과정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통치행위가 국가권력자의 단순히 개인적인 경륜과 기술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총체적인 지식과 권력에 관한 것이며 이러한 두 힘들이 통치 장치들에 의해 실행되고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통치의 문제를 연구할 때는 통치의 주체가 되는 권력이나 기관, 이들이 사용하는 지식이나 기술형태, 누가 통치대상이며 이들이 어떻게 정의되고 그 통치의 결과가 무엇이며 효과가 어떤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통치를 받으며 국가의 통치와 타자의 통치, 우리 자신의 통치 사이의 관계 등이 무엇인지 질문해야 한다. 

푸코는 자유주의를 통치의 제한이 어딘가에 있어야 한다는 원리의 용인, 통치행위의 형태와 영역을 최대한 제한하려는 해결책 등의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자유주의의 의미 속에서 푸코는 서구근대성의 핵심인 이중체로서의 개인의 탄생과 이 개인들의 집합을 다시 추상화시킨 인구라는 개념, 그리고 이들 사이의 관계를 개념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기제인 통치성이 필요했다. 푸코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점진적이고 현실적이며 물질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권력주체의 정력과 물질성과 욕망과 사고가 어떻게 형성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즉 우리는 어떤 물질성의 기반 위에서 주체가 형성되는지를 찾아내야 합니다”. 국가는 안정적이고 고정화된 행위자가 아니며 다양한 지배기술을 표출하고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전략의 효과다. 푸코는 자본주의 정치경제의 특징들과 함께 어떻게 경제와 국가가 점차적으로 일관되게 조직되는가를 보고자 했다. 

한국사회의 질서를 관통하는 문제의 본질 비판하기

신자유주의시대의 통치성은 ‘시장경쟁’의 원리에 맞춰 삶을 스스로 관리하는 자기관리의 주체를 만들어냈고 자기관리에 실패한 주체들을 사회로부터 배제하고 있다. 시장은 경쟁을 만들어내며 경쟁은 개인들의 활동을 조절하고 나아가 사회를 조직화한다. 따라서 경쟁은 신자유주의시대에 사회의 중요한 통치원리가 된다. 이때 규율권력이 다양한 규율의 조직들을 통해 규범을 내면화하고 질서와 순응의 개념을 받아들이도록 한다면, 신자유주의 권력은 시장경쟁의 원리를 바탕으로 그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 자기관리 주체를 만들도록 한다. 푸코는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일반화된 행정적 간섭을 은폐하는 것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필자가 보기에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한국사회의 질서를 관통하는 문제의 축과 그 본질을 읽어내고 푸코식대로 표현하면 ‘비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비판은 단순히 다른 입장에 대한 객관적 반대, 논박이 아니라 권력 메커니즘을 통해 예속화하는 것에 대한 기술이다. 즉 자발적 불복종의 기술, 진실을 둘러싼 정치라고 하는 활동 속에서 탈예속화를 본질로 하는 것이다. 한국정치사회의 주요 축인 정치권력과 대통령의 통치에 대한 비판은 이러한 논점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위해서는 신자유주의의 통치성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그 대안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현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민주화과정을 거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늘어나고 있는 불평등, 실업, 부채, 불안정한 삶 등 훼손된 민주주의를 수정하고 교정하기 위해선 이 질서를 넘어서는 전략, 혹은 새로운 통치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과 범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윤민재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연구교수·사회학
필자는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중도파의 민족주의 운동과 분단국가』, 『한국대통령 통치사료집』(공저) 외 다수가 있다. 현재는 사목권력과 통치, 오이코노미아와 정치신학, 주권과 통치, 자기고백과 자기해석, 그리고 주체화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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