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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교수 1인당 학생 수
4차 산업혁명과 교수 1인당 학생 수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서울여대·현대철학
  • 승인 2017.05.0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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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서울여대·현대철학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대선 주자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관련 정부기구 신설이나 R&D 정책만이 아니다. 교육 역시 주된 의제로 제시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무엇보다도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대학 역시 4차 산업혁명의 파고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분명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이나 로봇, 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을 산업에 응용하는 것 이상이다. 4차 산업 혁명은 단순한 기술발전이 아니라, 한 사회의 사회경제 시스템 자체를 바꾸어 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과 로봇이 지금까지 인간이 수행해 왔던 도구적 노동을 대체하게 된다면, 이로 인한 대규모 실업에 대비하여 사회적 안정망을 구축해야 하며, 사회성이나 소통 행위 같은 인간적 특징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한편으로 산업적 수요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실생활에 접목시킬 수 있는 창의적 인재여야 하며, 다른 한편 4차 산업혁명이 결과하는 사회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많은 교육 관련자들은 지식이 많은 사람보다는 창의성과 협동심을 갖춘 인재가 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할 것임을 지적하곤 한다. 사실 지금도 인터넷만 연결되면 얼마든지 필요한 지식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는 이러한 인재를 육성하는 데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을까?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4차 산업 기술수준은 전 세계 139개국 중 23위이지만, 사회시스템 수준은 63위로 상대적으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아직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할 사회적 여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며, 교육 역시 예외가 아니다.

모름지기 모든 교육이 그렇겠지만 대학 교육의 기본은 교수가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데 있다. 따라서 훌륭한 교수가 좋은 조건 하에서, 그리고 창의성이나 협동심을 증진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교육방법을 통해 교육을 담당한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의 상황은 어떤가.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의학계열을 제외할 때 30.2명이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인 15명의 2배 수준이다. 더구나 교육부가 정한 법정 전임교원을 100% 확보하고 있는 대학은 전국 통틀어 4개교에 불과하며, 그나마 전국 대학 전임교원의 20%는 비정년 교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느덧 강의는 대형화되고, 수업방식도 이론이나 원리, 개념 등을 가르치는 주입식 교육으로 흐른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의 인재를 육성할 수 있을까. 교수의 강의를 일방적으로 받아 적는 식의 수업으로 창의성과 협동심이 길러질 순 없다. 이는 전문지식 습득이 중요했던 산업화 시대에나 적합한 것 아닌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문제해결식 교육, 스스로 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교수뿐만이 아니라 동료들과 소통하는 프로젝트 기반형 학습활동 등이 자리 잡지 못하면 창의성과 협동심을 키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을 위해 수천억, 아니 수조원이 대학에 투자될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의 우선순위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대학의 기본을 확립하는 것, 다시 말해 교수들이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살피며 학생들에게 특화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 전임교원을 법정수준으로 확보하는 것. 이것이 없다면 그 어떤 대학정책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순 없을 것이다.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서울여대·현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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