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5-20 00:12 (금)
정력 보강·정신 맑게 해주는 열매
정력 보강·정신 맑게 해주는 열매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7.04.24 11: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77. 꾸지뽕나무
▲ 꾸지뽕나무. 출처=네이버블로그 ‘한울농원’
(http://m.blog.naver.com/farmhanwool)

강원도 동해안 북부 高城의 ‘꾸지뽕나무’가 당뇨·혈압·비만·노화 억제 등에 뛰어나다고 신문광고에 대문짝만하게 자주 난다. 가바(gaba)는 뽕잎의 3배 녹차의 10.8배, 루틴(rutin)은 뽕잎의 2.8배 녹차의 5.6배나 많이 함유한다고 자랑이 늘어졌다. 이름도 엉뚱한 ‘꾸지뽕나무’라? 글거리가 궁하던 차에 광고에서 이번에 쓸 글감을 얻었던 것!

꾸지뽕나무(Cudrania tricuspidata)는 뽕나무과의 잎지는 넓은 잎 작은 큰키나무(落葉闊葉小喬木)로 10m까지 자라고, 잔가지에 많은 가시(thorn)가 난다. 동아시아(한국·일본·중국)가 원산지로 우리나라에는 황해도 이남에 분포하고, 해발 100~700m 남짓의 양지바른 산기슭이나 야산, 마을 주변의 밭둑에 저절로 나자란다(自生). 근래 와서는 약재로 쓰기 위해 여기저기 재배하는 농가가 퍽 늘었다고 한다.

꾸지뽕나무는 줄기가 뽕나무보다 더 단단하다는 뜻으로 ‘굳이뽕나무’, 뽕나무와 엇비슷하다고 ‘굳이 따지면 뽕나무’, 또 누에를 키우는 대접받는 뽕나무가 부러워 “굳이 뽕나무를 하겠다”고 우겨서 꾸지뽕나무가 되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지방에 따라 구지뽕나무, 활뽕나무라고도 한다.
 
꾸지뽕나무(silkworm thorn)의 어린나무와 새 가지에 난 잎은 세 갈래로 갈라지고, 묵은 가지에는 가장자리가 밋밋한 달걀 모양(卵形)의 잎이 어긋나게 달리며, 잎 가장자리에 톱니(鋸齒)는 없다. 잎 길이 6~10cm, 폭 3~6cm로 끝으로 갈수록 점차 좁아지다가 끄트머리는 둔해진다. 잎 표면에 잔털이 있고, 뒷면에 보다 작은 털(絨毛)이 밀생하며, 잎은 뽕잎처럼 누에먹이(飼料)로 쓴다.

그리고 뽕과 달리 잔가지에는 줄기가 변한 억세고 긴 가시가 엇갈리게 난다. 햇가지는 녹색을 띠다가 묵으면 점차 붉은 갈색이 되고, 잔털이 있다가 없어지며, 고목줄기는 불규칙하게 갈라져 비늘처럼 벗겨지고, 밑동에는 우둘투둘, 울룩불룩한 굵은 옹이가 한가득 생긴다. 가지를 자르면 뽕잎처럼 흰 유액이 나오고, 줄기껍질에는 질기고 긴 섬유가 많아서 같은 뽕나무과의 닥나무 대신 종이원료로 쓰인다.

꾸지뽕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다른 나무에 따로 피는 암수딴그루(雌雄異株)로 꽃은 5~6월에 피고, 열매와 꽃이 둥근 머리모양이다. 암꽃이삭은 지름 1.5㎝ 정도로 암꽃들이 공 모양으로 뭉쳐서 달리고, 밝은 녹색을 띠며, 각 암꽃에서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암술이 뻗어 나온다. 수꽃이삭은 보다 작아 길이 1~1.2㎝ 남짓으로 둥글게 뭉쳐 달리고, 수꽃에 4개의 수술이 있다.
 
열매는 구시월께 익고, 여러 개의 작은 다육질 열매들이 모인 집합체(聚果)로 지름 2~3cm인 공(머리)모양이고, 녹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하다가 결국엔 검은색으로 바뀐다. 열매는 날로 먹고, 과육은 매우 끈적거리며, 잼을 만들거나 술을 담그고, 말려 약용한다.

꾸지뽕나무의 생약이름은 자목(?木)이고, 잎줄기뿌리를 깡그리 다 약으로 쓴다. 줄기속껍질이나 뿌리내피인 자목백피를 수시로 채취해 햇볕에 말려서 자궁질환·폐결핵·신경통·생리불순·간염에 달여 먹는다. 관절염·피부병·습진에 좋다는 잎은 봄에, 열매는 가을에 따 말려서 타박상으로 멍든 데 쓴다.

東醫寶鑑에는 “몸이 허하여 귀먹은 것과 학질을 낫게 한다”라고 했다. 그 외에 민간에서는 부인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고, 더러는 혈당 조절과 노화 억제에 효능이 있다하여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원산지가 온대, 아열대인 뽕나무(mulberry) 열매(오디)의 약효를 보태본다. 온 입가를 물들이는 오디는 암나무에 열리고, 오들개라고 부르며, 한자로는 桑實·桑?·桑?子라고 한다. 오디의 크기는 약 1.5~2.5cm로 처음에는 연한 녹색에서 점차 검붉게 변하다가 완전히 익으면 까맣게 된다.

“열매를 보면 나무를 안다”고 했던가. 오디는 예부터 몸에 좋은 열매로 알려져 왔지만 정작 비할 바 없이 쓸모 있는 열매인줄은 여태껏 처음 알았다. 한의학에서 백발머리를 검게 하고, 정력 보강에도 효능이 있으며, 정신을 맑게 한다고 알려졌다.

근래 알려진 것으로 시트르산(구연산)·사과산과 같은 유기산과 비타민B1·B2·비타민C·포도당·과당·타닌·펙틴·칼슘·인·철들이 들었고, 노화 억제물질인 안토시아닌(anthocyanin)을 비롯해 고혈압 억제물질인 ‘루틴(rutin)’, 혈당 저하 성분인 ‘1-DNJ’, 항암성분인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항산화색소인 ‘C3G’, 항산화제·항염·항암에 직방이라는 플라보노이드(flavonoids) 등등이 있는 것이 알려져 있다. 상세하게 알려지지 않아 그렇지 꾸지뽕나무오디도 마치 뽕나무오디와 약효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어쨌거나 生藥으로 쓰지 않는 푸나무가 하나도 없다!

끝으로 같은 과지만 속과 종이 다른 꾸지뽕나무(C.tricuspidata)와 뽕나무(Morus alba)의 다른 점을 본다. 꾸지뽕나무는 잎겨드랑이에 줄기가 변형된 가시가 있고(뽕나무는 없고), 잎이 매끈하고 매우 두툼하며(잎이 거칠고 얇으며),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고(큰 거치가 가득 나고), 열매오디가 머리모양(頭狀)으로 둥글다(길쭉하다). 아닌 게 아니라 둘은 이름만 번드레하게 비슷할 뿐 서로 닮은 게 없다. 하지만 오직 오디열매 하나가 흡사할 뿐이다. 屬(genus)과 種(species)이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