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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회를 위한 교육 거버넌스
미래사회를 위한 교육 거버넌스
  •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 승인 2017.04.2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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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 민경찬 논설위원

‘4차 산업혁명’, ‘인더스트리 4.0’의 등장과 함께, 앞으로 인간은 기계와 공존하게 되면서 일자리는 없어지며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 한다. 변화의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질 것이라 하는데, 우리의 준비는 그리 순발력 있게 진행되는 것 같지 않다. 각 대선캠프에서 나오는 교육 메시지들도 주로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정부 조직개편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며칠 전 한 일간지의 칼럼에 따르면, 1948년 이후 70년간 정부 조직개편이 61번 시행됐다고 한다. 문제는 철학도 없이 ‘떼었다 붙였다’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매 5년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기계적 조직개편과 정책 기조의 변경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이 변화의 득실을 따져볼 때 국가적으로 손실이 이득보다 더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제 얼마 지나면 대학 사회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던 ‘창조경제’라는 용어는 잊혀지고,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부처에는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 그동안 대학들은 정부의 지원 사업 및 언론사 평가지표 관리와 더불어 취업 및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이슈에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 왔다.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서면 조직개편과 함께 또 다른 정책기조로 대학을 대하게 될 것이다. 이는 대개 대학에 대한 지원방식의 변화로 이어질 것인데, 기존의 프로그램들 중 일부는 중단되기도 할 것이고, 지속되는 사업들도 그 비중에 있어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대학들은 경우에 따라 또 다시, 또 다른 모습으로 혼란스럽고도 분주하게 적응해나갈 것이다.
 
대학들은 5년마다 이러한 혼란을 반복해서 겪을 수밖에 없는가. 이러한 과정은 대학들이 지속적으로 내공을 쌓아가기 어렵게 만든다.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는 교육, 연구, 사회적 영향력이라는 대학의 역할은 긴 호흡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다. 그러므로 대학들은 정부의 조직개편, 정책기조를 넘어, 국가 생태계 차원에서의 ‘큰 거버넌스’를 바라보고 새롭게 대비해나가야 한다.

사실 국가 거버넌스란 정부의 정책을 만들고 실행함에 있어, 조직 자체보다도, 시장-정부-시민사회의 다양한 이해 당사자가 수평적 동반자로 참여해 서로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교육관련 거버넌스도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제도, 시스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정부와 대학을 비롯한 관련 기관 그리고 각 기관에 속해있는 ‘사람’들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수평적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협업을 이루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을 중시해야 한다.

쓰나미처럼 밀려온다는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 초지능 사회를 의미하는데, 전 세계 그 누구와도 네트워크를 통해 집단지성을 만들어가는 일이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도 대학들은 정부 시스템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역으로 대학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국가의 거버넌스 생태계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 것인지 적극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거버넌스의 본질이며, 단순한 정책, 제도의 개선을 넘어서는 일이다.
 
4차 산업혁명, 인더스트리 4.0 등의 용어들로 인식되는 새로운 시대는 ‘상상력’, ‘창의력’, 그리고 이를 고양시키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다양성’, ‘맞춤형’, ‘유연성’이라는 토양이 중요하다. 대학에서의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인재양성, 지식창출이라는 과제도 바로 여기에서 기대할 수 있다. 교육관련 거버넌스의 최종 목표는 바로 이러한 토양을 만드는 일이어야 하며, 대학들이 선도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삶 속에서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 그러므로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 모두 바꿔야(reset) 한다!”고 한다. 오늘의 대선 정국에 이어, 새로운 정부를 대함에 있어, 우리의 대학들도 ‘인식’과 ‘태도(attitude)’의 판을 바꿔야 하는 중요한 때다.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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