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헌법의 기능은? … '법치주의'로 전환할 가능성 보인다
북한에서 헌법의 기능은? … '법치주의'로 전환할 가능성 보인다
  •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7.04.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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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공동 기획 '통일연구의 현재와 미래'_ 26.남북헌법의 차이와 쟁점들

‘통일기획’은 이번호부터 ‘주제 8: 남북 법제의 비교와 통일한반도의 법제 연구’편을 싣는다. 남북 헌법의 차이와 쟁점들, 통일 이후의 토지재산 처리 문제, 통일방식과 통일헌법과 관련한 글을 차례로 소개한다.

남북의 헌법은 차이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질적이다. 헌법의 기능이나 현실적 규범력을 도외시하고 헌법문서 자체만을 비교한다면 남북헌법의 차이에 관한 몇 가지 쟁점이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헌법규정은 크게 총론, 기본권과 통치구조로 구분되는 것이 일반적인 분류인데, 북한헌법도 이러한 구분으로 분류할 수 있으니, 이러한 틀로 남북의 헌법을 비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정태적 분석방법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헌법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이러한 분석방법을 통해서는 남북헌법의 차이를 실질적으로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동태적 분석방법은 헌법규정을 포함해서 헌법현실을 고려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헌법을 문서로서만이 아닌 헌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실질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칼 뢰벤슈타인이라는 헌법학자는 헌법규범과 헌법현실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를 기준으로 하여 여러 나라의 헌법을 규범적 헌법, 명목적 헌법, 장식적 헌법으로 분류했다. 장식적 헌법은 헌법이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규범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통치자의 체제유지를 위한 장식이라는 의미다. 규범적 헌법은 헌법이 국가의 최고법으로 실질적인 규범력을 발휘한다는 의미이며, 명목적 헌법은 그 중간쯤 되는 것으로 규범력 실현의 현실적 전제조건이 결여돼 있다는 의미 정도로 보면 된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우리 헌법이 규범적 헌법이냐 명목적 헌법이냐에 대해서 낙관론자와 비관론자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북한의 헌법이 어느 범주에 속하는지에 대해서는 대개의 의견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

헌법이 작동하는 기능과 현실

이러한 본질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남북헌법을 비교하자면 문서로서의 헌법만이 아니라 헌법의 기본이념과 원리를 포함해 헌법이 작동하는 기능과 현실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소련과 중국이 개방정책을 취하고 정치체제가 변화한 시점에서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논하는 것이 적절한가의 논의는 있을 수 있지만, 북한의 헌법을 논함에 있어서 이러한 이념적 기반이나, 이념적 기반을 토대로 한 북한헌법의 특성을 논외로 할 수는 없다.

우리 헌법은 국가의 최고법이고 권력자도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관해서는, 우리 헌법상 제도화된 탄핵심판의 결과가 어떠했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헌재가 법률과 시행령 등이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는 위헌법률심판 등은 모든 규범이 헌법에 합치해야 한다는 제도적 표현이다. 입법부·사법부·행정부가 권한범위를 놓고 다투는 것도 권력분립이라도 원칙 하에서 상호간 견제하고 협력하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적 권력은 중앙정부에 비하면 작지만, 권한쟁의나 기관소송 등의 제도를 통해서 다투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소송에서 때로는 승소하기도 한다. 직업공무원제도와 계급제도가 만들어진 이유는 공무원이나 군인이 권력자의 추종자가 되지 않도록 하고 이를 통해 권력이 사유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안품이다.
      
남한에서의 기본권 실현의 정도에 대해서는 만족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기본권이 제한되는 경우에는 요건과 절차가 적합한지를 따질 수 있다. 이와 비교해서 북한은 어떠한가? 헌법에 규정된 권한의 범위와 절차에 따라 국가권력이 행사되고 있는지, 자의적인 권한행사에 대해서 사전적이거나 사후적인 통제방안이 마련돼 있으며 구체적으로 권한행사가 통제되고 있는지는 부정적이다.

북한의 인민들은 헌법에 보장돼 있는 신체·언론·출판·집회·결사·거주이전·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누리지 못하고, 정치적 기본권이나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누리고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투표지에 단일 후보자의 이름만이 적혀있는 선거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당국의 허가없이 외국인과 대화를 하는 것은 범죄로 처벌받고 있다. 남성은 10가지, 여성은 18가지의 헤어스타일 중에서만 선택을 해야 하며, 청바지를 입거나 피어싱은 상상할 수도 없고, 치마길이와 옷차림은 물론 신발모양까지 통제당하고 있다. 주말에만 방송되는 두 개의 채널과 저녁에만 방송되는 한 개의 채널만이 있으며, 외국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범죄로 처벌된다. 군인과 당원들만이 자동차를 가질 수 있으며 국가에 충성된 인민들만이 평양에 살도록 하고 있다.
 
또한 늘 감시당하고 갑자기 실종돼 생사가 불분명하며 잔혹한 처형장면이 공개적으로 자행되는 인권현실에서는 자의적인 권력행사를 억제하고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규범인 헌법이 작동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무리 많은 조항의 기본권이 북한헌법에 보장돼 있건 현실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헌법규정은 의미가 있을 수 없다. 기본권은 헌법에 규정돼 있다고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권 보장을 위한 여러 가지 제도가 현실적으로 작동해야 보장되는 것이다. 국가권력에 의한 기본권 침해가 있을 경우 개인이 행정부건 사법부건 입법부건 국가를 향해서 자신의 침해된 기본권을 주장하고 이를 관철해낼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만족하건 아니건 간에 남한에서는 이러한 기본권 보장이 진전돼 왔지만, 북한에서는 기본권이 현실에서 보장되지 않고 헌법에만 규정돼 있다. 북한에서 권리라는 것은 국가가 보장해주는 것이지,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권리를 주장한다는 개념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다. 기본권이 헌법에 동일하게 규정돼 있다고 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 헌법과 사회주의 헌법상 기본권 보장의 작동원리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北, 중국으로부터의 변화 수용…‘법치주의’ 지향 가능성

그러나 주목해 볼 것은 중국으로부터의 변화다. 중국은 ‘依法治國’과 ‘社會主義法治’를 기본방침으로 정하고 2000년부터는 立法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의법치국’을 강화하기 위해 입법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우리의 표현으로 하면 법치주의를 보다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이다. 북한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사회주의 법무생활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다. 즉, 이전에도 언급되던 사회주의 법치국가 건설론을 근래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이 중국의 영향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북한에서도 1990년대 이후에는 법을 통한 국가운영의 비중을 점차 확대하고 있으며, 특히 해외자본을 유치하고 자유무역지대를 관리하고 규율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하여 전반적인 법령체계를 갖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아직은 법치주의가 확립됐다고 평가하기 어렵지만 중국에서 ‘의법치국’이 전면에 부각되고 북한에서 사회주의 법무생활이 강조되고 있는 점에서는, 북한에서 향후 법치주의 특히 헌법의 존재와 역할이 점차로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법치주의를 강화하거나 최소한 의식하는 것이 인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개혁개방의 목표를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어떠한 동기와 목표에서건 개인과 단체의 이름으로 예견불가능한 조치들이 행해지던 상황에서 ‘의법치국’이건 ‘법치주의’건 국가의 조치에 예견가능성이 주어진다는 것은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필자는 2014년 10월에 개최된 두만강포럼에 참석해 남북한 법령정보교류방안에 관해 발표를 한 바 있다. 두만강포럼은 중국 연변대학이 2008년부터 주도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동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학술대회이며 한국고등교육재단이 공동주최기관이다. 두만강포럼에는 법률분과가 있는데, 북한의 법률가를 접할 수 있는 많지 않은 기회다. 2014년에는 김일성종합대학 법률대학에서 두 명의 법학교수가 참석해 발표했다. 두만강포럼의 법률분과 발표에서 “공화국의 투자환경, 법률적 환경은 끊임없이 개선완비되여 여러 나라들간의 국제협력과 발전에 적극 이바지해 나가리라고 확신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의법치국 혹은 사회주의 법무생활을 사회주의 국가의 법치주의라고 이해할 수 있으며, 이러한 방향성은 앞으로 더욱 진전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성은 한반도 통일이나 분단극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분단극복은 언어나 문화의 영역에서만 실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과 제도의 영역에서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 지구상의 어는 나라든 간에, 예측할 수 없는 통치자의 생각에 따라 모두가 행동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예측가능하도록 규정을 만들고 이에 따라 모두가 움직이는 상황으로 역사는 진전해 왔다. 큰 그림에서 보면 북한도 이러한 역사의 보편적인 궤적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작은 퇴행과 후퇴도 역시 역사에는 항상 존재하지만 개인과 소수의 통치로부터 다수의 통치로 나아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방향성이다. 이러한 역사의 방향성은 이미 우리 헌법과 현실에 구현돼 있고, 북한의 헌법과 현실에서도 머지않은 장래에 구현되리라 본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독일 쾰른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헌법학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최근 저서로 『사회적 쟁점과 법적 접근』, 『사회보험료 관련 입법에 있어서 헌법원칙의 적용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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