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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반세기, 지나온 길 나아갈 방향
사반세기, 지나온 길 나아갈 방향
  • 이영수 발행인
  • 승인 2017.04.17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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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념사] 이영수 발행인
▲ 이영수 발행인

매화며 벚꽃, 개나리, 진달래 같은 봄꽃들이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조금 늦게 피어났습니다. 꽃들이 함께 어울린 먼 산의 풍경이 지난 가을과 겨울, 그리고 이른 봄까지의 요동치던 한국사회에 오버랩 됩니다. 그럼에도 그것은 마음을 평정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봄의 약동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교수신문은 25년 전 바로 이 봄날에, 꽃들이 등불처럼 환하던 때 첫걸음을 옮겼습니다. 25년이란 시간은 걸음을 시작한 아이가 소년의 시기를 거쳐 무르익은 건장한 청년으로 거듭나는 세월의 무게입니다. 여전히 교수신문은 젊은 청년의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 ‘25년’이란 글자가 말해줍니다. 그간 저희 매체에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주시고, 때로 비판의 채찍과 격려로 응원해주신 대학 관계자, 독자분들, 그리고 필자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 고마움을 어찌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최근에 한 소장 학자가 낸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김건우 대전대 교수가 쓴 『대한민국의 설계자들』(느티나무책방)이란 책입니다. ‘학병세대와 한국 우익의 기원’이란 책의 부제가 더 흥미롭습니다. 국문학을 전공한 저자가 ‘지성사’와 대결한 셈인데, 이런 풍경은 그렇게 낯익은 게 아닙니다. 물론 그런 작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해방이후 한국 우익의 기원을 ‘식민지 엘리트’ 출신인 ‘학병세대’를 통해 조망했다는 건, 좀더 강조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학병세대란 누구인가? 장준하로부터 김수환, 지학순까지 포함되는 거대한 산맥의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저자는 이들이 이승만-장면-박정희 등의 정치권력과 함께 오늘의 ‘대한민국’을 설계했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정치,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의 줄기에서도 오늘의 한국사회를 형성한 거대한 흐름을 읽어낼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저자의 해석과 분석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는 매우 중요한 지성사의 內角을 짚어냈더군요.
 
그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산업화와 민주화 운동을 오늘의 한국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역할론으로 보고 싶은 이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그렇지만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자체가 현대 한국사회의 기원을 이원론적으로 접근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대한민국을 처음 설계한 이들이 기획한 ‘현대 한국의 상’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분리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다.”
 
바로 여기, ‘산업화’와 ‘민주화’가 실은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가지들이라는 저자의 독법은 작금의 정치 상황에 큰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바야흐로 5월 ‘장미 대선’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나라를 향한 열망이 사회 곳곳에서 뜨겁게 분출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좀더 생각해보면, 열정은 이성과 함께 움직일 때 광기로 치닫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설계자들』이란 책은 한국 사회의 한 축을 형성하는 ‘보수 우익’의 진정한 뿌리와 그 줄기를 더듬어냅니다.

들마다 산마다 봄꽃은 함께 같이 화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영국시인 엘리엇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지만, 우리에게 4월은 아무래도 역동적인, 새로운 희망을 모색하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이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역사의 변곡점 앞에서 대학은 지성의 活現을 통해 우리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데 더욱 매진해야할 것입니다. <교수신문> 역시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우리사회의 미래 과제들, 그리고 대학의 역할에 무게를 싣고, ‘백척간두 진일보’의 다짐으로 새롭게 뛰겠습니다.

이영수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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