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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지식인 죽었다” 70.2% … 학생 수 급감·구조조정 강풍에 무기력한 교수들
“대학·지식인 죽었다” 70.2% … 학생 수 급감·구조조정 강풍에 무기력한 교수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7.04.17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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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5주년 특집] 2017 대학교수 인식도 조사

폴리페서 ‘부정적’ 71% … 차기 대통령엔 ‘소통’ 바라

대다수의 현직 대학교수들은 선거철이면 정치권을 ‘노크’ 하는 이른바 ‘폴리페서(정치 참여 교수)’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으로부터 참여 요청이 온다면 ‘응하지 않겠다’는 교수도 다수인 것으로 집계됐다. 차기 대통령의 리더십으로는 ‘소통’과 ‘미래전망’ ‘정직’등을 요구했다. 더불어 지식인으로서 교수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절대 다수가 ‘정치권력과 자본’을 지목했다.

한편 대학교수가 갖춰야 할 최고 덕목으로는 ‘전문성’이 도덕성, 비판성, 실천성과 같은 사회 참여 관련 항목을 제치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교수 두 명 중 한 명은 대학교수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교수 신분을 위협하는 최대 불안요인으로는 ‘학생 수 감소’를 첫 손에 꼽아, 최근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녹록치 않은 대학가 분위기를 일선 교수들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결과는 <교수신문>이 창간 25주년을 맞아 온라인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과 함께 한 ‘2017 대학교수 인식도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일~12일 사흘간 이메일을 통해 실시했고, 전국 대학교수 684명이 응답했다. 응답자 분포는 사립대 471명(68.9%), 국공립대 213명(31.3%)으로, 전공별로는 △사회계열(29.8%) △인문계열(28.4%) △공학계열(15.1%) 순으로 가장 많았고, 재직기간 10년 이상의 정교수가 74.6%(510명)로 다수를 차지했다.

교수들의 정치 참여,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

다음달 9일,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의 후보자 캠프에 무려 1천여명의 교수들이 지원에 나섰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폴리페서’ 논란이 이어졌다. 하지만 대다수 현직 교수들의 반응은 싸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684명 가운데 71.3%(488명)가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을 ‘노크’하는 교수들에 대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3명(28.9%)은 “매우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중순부터 이어지고 있는 국정농단 사태(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전현직 교수들의 무능·무책임한 행태가 교수의 정치 참여를 부정적으로 인식케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 요직(장·차관, 청와대 수석, 각종 위원회 등)에 진출하는 교수들은 다른 분야의 전문성 있는 인물들에 비해 공직업무를 수행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라는 물음에 48.1%(329명)가 “아니다·전혀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반면 “그런 편이다·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한 교수는 18.1%에 그쳤다. 이들 중 “매우 그렇다”를 선택한 교수는 1.5%(10명)에 불과했다. 33.8%(231명)는 “보통”이라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되는 ‘폴리페서’에 대한 교수들의 따가운 시선은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교수들의 정치 참여는 기존의 사회적 문제로 회자되던 일부 교수들의 일탈적 사건까지도 집어삼킬만큼 부정적인 인식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교수사회 관련 사건 가운데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무분별한 정치 참여”(29.5%)가 “연구비 유용 등 연구부정행위”(23.4%) “성추행 사건”(14.2%) “논문 표절 등 연구윤리”(13.2%) “학위논문 부실 지도 및 심사”(12.3%)보다 더 시급한 문제라고 교수들은 인식하고 있었다.

이는 ‘정치권의 참여 요청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62.8%(429명)가 “참여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 가운데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20.5%(140명)에 달했다. 그만큼 교수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일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게 다수 현직 교수들의 목소리다. 
 
한 응답자는 “대학교수로서 소명의식이 결여된 채 교수직이라는 이름을 팔아 권력, 돈, 명예 등에 기웃거리는 행태와 대학교수에 걸맞은 전문지식의 함양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는 태도 등 지속적인 연구활동에 불성실한 태도를 극복해야”한다고 일갈했다.

한편 교수들이 꼽은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할 리더십’은 △소통(34.5%) △미래 전망(27.8%) △정직(26.2%) △추진력(7.9%) △성실(3.7%) 순으로 나타났다.

‘학령인구 감소’ 교수들 속마음은 ‘불안·초조’

정부의 재정지원 제한과 학과 통폐합, 정원 감축 권고를 동반한 대대적인 ‘대학구조조정’ 국면이 10여년째 이어짐에 따라 현직 교수들은 여전히 불안함과 초조함으로 냉가슴을 앓고 있었다. 현실적으로 소속학과의 존폐 여부가 불투명하고 성과급적 연봉제가 속속 도입되면서 교수들은 신분 불안문제로 잠을 못이루고 있다.

이번 조사는 응답자의 대다수가 대학에서 10년 이상 재직하고 소속학과에서 ‘고참축’에 끼는 정교수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2년 동안 신분 불안을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41.8%(286명)가 “있다”고 답했다. 신분 불안을 호소한 응답자들의 절반 가량이 ‘학생 수 감소’(50.3%)를 이유로 꼽았고, 고용 조건(14.3%), 학교와 갈등(12.9%), 연구 부담(8.4%) 등에서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같은 기간 ‘대학을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응답자도 신분 불안을 느낀 응답자와 비슷한 40.2%(275명)나 나왔다. 이들은 대학을 옮기고 싶은 이유로 △신분 불안 해소(27.6%) △보다 나은 연구환경(24.4%) △보다 나은 교육환경(20.0%) 등을 선택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22.1%(151명)는 ‘최근 2년 동안 교수가 아닌 다른 직업으로 전직하고 싶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매년 통계청이 집계하는 학령인구 감소 추이를 살펴보면 교수들의 현실적 고민이 읽힌다. 실제로 오는 2023년 대학 입학자 수는 현재의 절반 수준인 40만여명에 불과하고 그 이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대학교수의 미래를 낙관하는 응답자는 17.3%(118명)인 반면, 응답자의 절반 가량(49.0%, 335명)은 비관하고 있었다. 

대학교수의 미래가 여전히 밝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응답자들은 대체로 “교육 수요는 계속 될 것” “높은 교육열” “대체할 인력이 없을 것” “전문성을 지닌 연구자 수요는 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가면 충분히 낙관적인 전망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한 응답자는 “대학구조조정 등으로 학생 규모가 축소돼도 교육자로서 교수가 필요하며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학생을 담당할 수 있게 돼, 오히려 질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며 “정책연구 및 사회활동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역할은 지속적으로 요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불안한 미래를 예측하고 있는 응답자들은 낙관론에 대한 비판적 입장 혹은 교수사회 내부의 성찰적 측면의 분석을 내놨다. 이를 테면 “대학교육의 성과가 취업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는 대학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대학교수들이 진정한 사회변혁에 걸맞은 연구와 교육에 등한시 하는 경향, 정부 프로젝트에 추종하면서 연구와 교육을 죽이는 경향, 대학과 교육, 연구의 자율성과 다양성의 악화” 등의 의견이 그렇다.

또 “대학이 정부와 대학 경영진들의 요구에 따라 ‘직업알선소’가 돼가고 있다”거나“인공지능, MOOC(온라인 공개강의) 활성화 등으로 인한 교육·연구자 역할 축소” “기존의 방식으로 (대학과 교수가) 지식전달자 역할만 한다면 미래엔 다른 대안이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왔다.

‘대학교수=지식인’ 공식 서서히 붕괴돼

인구절벽과 학령인구 감소 나아가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 등을 이유로 정부가 대학에 선제적 구조조정을 주문함에 따라 교수들은 사업기획안을 준비하거나 교육·연구 영역 평가업무에 매몰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된 지 오래다. 대학정책 관련 다양한 실무를 담당해 온 교수들 입장에선 정부와 대학 경영진으로부터 ‘상명하달식(Top-Down)’으로 떨어지는 업무를 소화하기에 바빴던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구조조정 국면은 비판적 지성과 같은 대학과 교수의 사회적 역할과 기대와 멀어지게 했다. 단적으로 ‘대학교수=지식인’이라는 공식이 서서히 붕괴되고 있다는 현실에서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번 설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응답자들은 “대학교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식인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원칙론과 “지식인보다는 실무담당자로서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론으로 나뉘었다. ‘지식인의 죽음’ ‘대학은 죽었다’라고 비판하는 일부 사회적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70.2%(480명)가 “그런 편이다·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반면 ‘지식인으로서 위상을 고려한다면, 교수가 갖춰야할 최고 덕목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전문성”(42.3%)이 다수를 차지했다. 도덕성(24.3%), 비판성(13.3%), 실천성(6.3%)과 같은 현실참여적 덕목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이에 대해 한 응답자는 “요즘 교수들은 대학교수를 일반 회사원과 같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받는 보수만큼만 일하면 된다는 생각, 교육이든 연구든 최소한의 의무만 하면 된다는 생각, 보직을 맡고 있지 않으면 행정을 함께 돕지 않으려는 행동 등에서 그렇다”고 쓴소리를 했다. 또다른 응답자는 “대학교수는 대체적으로 말과 행동이 다른 편인데다 매우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다. 자기비판 보다는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습성이 있다”며 “근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인(전공·학과 이기주의) 사고에서 벗어나, 설령 개인적으로 손실이 있더라도 대의를 위해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교수사회에 자성을 주문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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