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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5호 새로나온 책
875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7.04.1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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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 다시 이어지다: 궁극의 욕망을 찾아서, 한바다·성해염 지음, 김영사, 360쪽, 14,000원

명상가 한바다와 종교학자 성해영의 대담집. 역사·정치·사회·문화·종교를 아우르는 통찰과 실제의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의미와 참된 인간성 회복에 대해 면밀하고 지극하게 의견을 주고받는다. 무엇보다 종교와 명상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그것은 특정 종교의 신념 체계나 수행법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삶을 회복하는 지혜라고 말한다.?그들의 논의는 우리가 생생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분열과 결핍과 고립의 경험을 반복하는 원인을 거쳐, ‘진정한 만남’으로 귀결된다. 삶이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혹은 새로운 뭔가를 끊임없이 만나는 과정이므로, 만남의 경험이 온전할 때 비로소 삶의 의미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남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하나가 되는 경험이고, 그때 우리는 ‘나’라고 하는 한정된 정체성으로부터 빠져나와 기쁨과 경이를 맛봄으로써 본연의 생명력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 데이비드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 데이비드 하비 지음, 최병두 옮김, 창비, 652쪽, 32,000원

이 책에 수록된 엄선 논문 11편은 자본주의가 우리의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지배해왔는지, 왜 우리가 ‘공장 대신 도시’에서 변혁의 열쇠를 찾아야 하는지, 우리가 마르크스를 읽는 방식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미국의 주도권 상실과 중국의 일대일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등 굵직한 질문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20세기 100년간 미국의 시멘트 소비량은 45억톤, 이에 반해 2011년부터 단 2년간 중국의 시멘트 소비량은 65억톤. 통념으로는 예측하거나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가 세계적 차원에서 반복되고 있다. 하비는 전세계 곳곳에서 전개돼온 도시화, 특히 중국에서 엄청난 규모로 진행되는 도시 인프라의 구축과정에 주목한다. 이 지리적·공간적 현상은 사회의 운용방식과 따로 떼어 분석할 수 없으며, 자본축적 과정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논제이자 1970년대 이후 하비의 일관된 연구 목적은 ‘과잉축적의 문제가 어떻게 무분별한 도시화와 그에 따른 사회적 고통으로 이행하게 되는가’다.

 

■ 디지털 시대 인문학의 미래, 일송기념사업회 편, 이중원·신상규 외 지음, 푸른역사, 340쪽, 19,500원

가속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맞아 일부 학자들은 새로운 변화를 근본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그들의 출발점은 근대 이후 ‘인간’을 중심으로 짜여온 가치관, 개념, 학문 등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는 것. 따라서 인간, 생명, 존재, 마음 등의 근본적인 철학적 문제들을 다시 구축하고 있다. 그들은 핵심은 이렇다. 인간이 독점한 ‘생각’의 특권을 ‘인간 이외의 존재’에 부여하는 순간, 철학의 전통적 질문과 인간 중심이 윤리학은 바뀔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인격인 ‘로보사피엔스’의 등장과 생명의 본질을 ‘정보’로 치환하는 ‘하이퍼히스토리’라는 개념의 제기도 그중 하나다. 이 개념들은 인간 중심의 근대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새로운 철학을 위해 학자들은 전통적인 학제를 뛰어넘고 사고한다. 철학, 과학, 신문미디어 등을 중심에 놓고 다양한 논의를 펼친다. 

■ 슈퍼인텔리전스, 닉 보스트롬 지음, 조성진 옮김, 까치, 548쪽, 25,000원

이 책의 저자는 옥스퍼대 철학과 교수이며, 이 대학의 인류 미래 연구소 소장이다. 그는 인공지능이 발전해 인간의 능력을 훨씬 더 능가하는 슈퍼인텔리전스(초지능)의 개발 과정에서 인류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문제점들을 이 책에서 제기한다.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초지능을 개발하기 이전에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함과 동시에, 인공지능 개발의 현재와 미래를 탁월하게 전망한다. 인공지능에서 초지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인류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제기한 이 책은 인류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도전을 맞아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전망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번 세기 안에 개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초지능은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서 막연하게 그려본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는 이 책을 통해서 현실에 바탕을 둔 생생한 현재 진행형으로 새롭게 각인될 것이다.

■ 이상 문학의 재인식, 문학과사상연구회 지음, 소명출판, 348쪽, 24,000원

李箱을 근대문학의 대가라 칭하는 것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뛰어난 작품성과는 달리 난해함으로 인해 쉽게 접하기 힘든 세계관으로 인해, 그 천재성이 곡해되는 일도 빈번하다. 이 책의 저자들은 그러한 이상문학을 재조명하며, 되풀이한다.?수록된 글로는 「이상(李箱) 소설 연구방법론의 역사」(양문규) 등 9편이다. 특히 배현자는 「모나드적으로 연결된 이상의 작품 세계」(배현자)에서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다. 이상의 작품 속에서는 오브제로 쓰인 하나의 기호마저도 하나의 모나드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다양한 해석의 주름을 만들어낸다는 것. 이 모나드는 다른 모나드와 중층적으로 연결되면서 은유의 미로를 파생시킨다. 이 미로는 해석의 출구를 쉽사리 열어주지 않기에 난해할 수밖에 없고 매우 환상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곤란에 직면케 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모나드는 그로 인해 무수히 많은 해석이 나올 수 있는 寶庫로 다시 가치화된다는 주장이다.

 

■ 이성의 역사, 백종현 지음, 아카넷, 872쪽, 38,000원

철학 사상사의 고전들을 헤쳐 가면서 ‘본성을 다스림’이라는 ‘理性’의 본뜻을 밝힌 후, 이에 상응하는 한자 개념 ‘道’와 그리스어 개념 ‘로고스’, 라틴어 개념 ‘라티오’가 가지고 있는 공통의 의미인 ‘말함’과 ‘바른 길’을 성찰하고 있다. ‘말함’은 누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그 내용으로 갖거니와, 사람들이 납득한 ‘말함’의 주체의 변화가 ‘이성의 역사’ 곧 이성 개념의 변천사, 다름 아니라 ‘이성적 동물’인 인간의 문명 변천사를 이룬다. 이성 개념의 역사는 대체로 ‘자연 이성’(자연주의) → ‘신적 이성’(초자연주의) → ‘인간 이성’(인간주의/인본주의)으로 변천해 왔다. 그런데 ‘이성’은 곳곳에서 그 보편성이 의심받고, ‘자연이성’이나 ‘신의 이성’은 허구로 치부되고, ‘인간이성’은 빈번하게 그 입법성(자율성)이 부정되고 있다. 저자는 이성의 역사를 조감하면서, 인간의 인간됨을 반성하는 끝에 도래한다는 ‘포스트휴먼 사회’에서는 혹시 ‘기계가 말한다’라는 ‘기계 이성주의’ 또는 ‘無이성주의’가 풍미하지 않을까 불안한 눈길을 보낸다.

 

■ “지식인이라면 사람됨, 일 처리, 벼슬살이에서 기본적으로 그러한 수양을 지녀야 하는데, 비평을 견뎌내고 아프게 반성하여 자신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것이 유가이고 불가이며 修道이기도 합니다. 정좌 수련을 해야만 수도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정좌 수련을 한 사람에게 만약 뺨을 두 대 때리고 욕을 한다면 그의 수련이 그대로 있을까요? 본래 청정한 수행을 ‘범행(梵行)’이라고 하는데, 이때의 그는 ‘분행(焚行)’으로 변해서 자신의 모든 수련을 단번에 태워 버릴 것입니다. (중략) 맹자는 인·의·예·지·신을 이야기합니다. 이런 종류의 도덕적 작용은 ‘性’의 성과이지 命의 성과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문과 수도는 수행을 중시합니다. 만약 개성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도 자신이 도를 깨달았다고 말한다면 기껏 도리를 알았다 해도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性의 성과는 행위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이뤄지며, 이전과는 다른 심성으로 표현됩니다.”

―남회근, 『맹자와 진심-남회근 저작선 16』(설순남 옮김, 부키, 2017.3)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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