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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공유하고 있는 부분 심화·발전시켜 겨레의 문학으로 위상 새롭게 하자"
"관점 공유하고 있는 부분 심화·발전시켜 겨레의 문학으로 위상 새롭게 하자"
  • 선주원 광주교육대·국어교육과
  • 승인 2017.04.10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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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공동 기획 '통일연구의 현재와 미래'_ 25. 통일시대 아동문학의 발전 방향과 미래상

지금까지 한반도의 통일은 개별적으로 주권을 소유하고 있는 남한과 북한이 단일한 근대 국민국가를 이루는 것으로 이해돼 왔다. 그러나 세계화, 정보화, 그리고 민주화의 거대한 흐름들은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부문의 흐름을 새롭게 결정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민국가의 역할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데, 이는 국제적 네트워크 형성에 의한 한 국가의 자율성이 심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한반도의 통일을 지향하는 현시점에서 ‘통일의 문제’는 전통민족공동체의 보존, 이산가족 등 인도주의적 가치 추구, 평화 달성, 한반도 전체의 공동번영 추구, 동아시아 국제정치에의 공헌, 그리고 지구적으로 모범이 되는 이상적인 국가 달성의 목적 실현과 밀접하게 연관돼야 한다. 한반도가 지향하는 통일의 시대는 국제적 네트워크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한반도가 지향하는 미래의 통일시대는 일종의 네트워크 국가(체제의 자율성을 각자 인정받으면서, 한 국가의 형태를 띠는 것)이 될 필요가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네트워크의 형성을 통한 통일의 시대 대비를 위한 남북한 아동문학의 현황을 살펴보고 발전 방향 및 미래상을 논의하는 것은 남한과 북한의 정체성을 현시점에서 새롭게 진단하고, 그 형성을 위한 단초를 마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통일시대 아동문학의 발전 방향

이념의 차이와 작품 생산의 토대에 따른 현실적 차이를 차치한다면, 통일시대 아동문학 발전 방향은 작품 자체에 초점을 두어 동심의 면, 장르의 면, 창작방법론의 면으로 나눠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논의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직 오지 않았고, 언제 올지도 알 수 없는 통일시대 아동문학의 발전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아동문학계에서 현실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사항부터 논의를 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먼저 동심의 면에서 통일시대 아동문학의 발전 방향을 생각해 보자. 남북한에서는 동심의 특성으로 천진난만함, 순수함 등을 들고 있는데, 이렇듯 동심의 면에서 남북한 아동문학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통일시대의 아동문학은 남북한이 공유하고 있는 동심에 관한 전제들을 더욱 확대해 작품의 문학성을 담보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아동문학이 문학으로서 갖는 보편적 특성, 즉 문학성을 확보하면서, 아동문학만의 독자적인 특성을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장르 구분의 면에서도 남북한의 아동문학은 동시, 동요, 동화, 아동극 등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통일시대 아동문학의 발전 방향은 현재 남북한 아동문학계가 공유하고 있는 장르들을 어떻게 발전시켜 동심의 세계 혹은 그 특성을 잘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남북한이 서로 공유하고 있는 장르들을 발전시켜 동심의 세계를 확산하는 데 발전 방향의 중점을 둬야 한다.

다음은 창작방법론의 면에서 통일시대 아동문학의 발전 방향을 살펴보자. 남북한에서는 아동문학이 어린이들의 경험세계에 부합해야 하며,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표현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구체적인 창작방법론에서는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한에서는 아동문학의 특질로 이상성, 몽환성, 예술성, 단계성, 윤리성, 교육성, 문화성, 흥미성, 단순명쾌성, 생활성 등을 들면서, 아동문학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표현과 구성방법을 동원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북한에서는 “주제의 적극성과 다양성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아동문학은 어린이들의 세계와 생활 감정에 밀접히 침투하면서 생동하는 예술적 형상을 통하여 어린이들을 설득하여 교양하는 아동문학 본래의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는 관점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기에 북한에서 아동문학 창작은 어린이들을 설득하고 교양하는 목적성을 강하게 가지며, 예술적 형상화 방법보다는 주제의 부각에 초점을 둔다. 이러한 창작방법론은 문학성, 즉 형식적 형상화 방법을 강조하는 남한의 창작방법론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 2000년대 이후 북한에서 발행된 아동문학도서들. <사진제공=건국대 통일인문학도서관>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남북한 아동문학이 창작방법론 면에서 관점의 차이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안 중의 하나는 ‘어린이들의 생활세계를 충실히 보여주는’ 관점이 의미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생활세계’는 어른들의 것과는 다르며, 어린이들만의 고유한 패턴과 인식의 체계를 갖는다. 따라서 아동문학은 ‘어린이의 생활세계’라는 본질적인 형상화 대상을 창작함으로써, 여타의 문학과는 차별되는 특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충실히 보여주는’ 것은 반영론의 관점을 전제한다. 그러나 아동문학의 창작방법론이 온전히 반영론의 관점에서만 논의될 수는 없다. 남북한 아동문학의 생산 토대, 즉 이념적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보완으로서 미학적 관점이 필요하다. 미학적 관점에 의해 동심의 특질들을 살릴 수 있는 창작이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어린이의 생활세계를 충실히 보여주는’ 아동문학은 어린이들의 현실을 충실하게 보여주되, 미학적 관점에 의해 동심을 보여줌으로써, 어린이 독자들이 미래의 삶을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원천이 될 필요가 있다.

통일시대 아동문학의 미래상

분단 상황에서 아동문학이 통일시대를 대비하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우선 ‘동질성 확보’가 필요하다. 아동문학의 동질성 확보에 대한 논의는 동심, 아동문학의 특성, 아동문학의 창작방법론 등과 같은 것에 대해 남북한 아동문학계가 공유하고 있는 지점을 확인하고, 그것을 발전시켜는 관점에서 접근될 필요가 있다. 남북한 아동문학계가 공유하고 있는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을 동심의 특질로 규정하고, 동심의 형상화로서 아동문학이 어린이의 경험세계를 형상화해 어린이의 삶에 교육적 의미를 갖는다는 관점이 현 상황에서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남북한 아동문학의 동질성이다. 이러한 동질성을 바탕으로 아동문학은 문학다움을 지향해야 한다.

아동문학의 문학성은 아동문학 작품으로서의 예술성을 뜻하는데, 이러한 문학성에 대한 관점은 남북한이 차이를 보인다. 남한에서 아동문학의 문학성은 주제나 내용보다는 형식과 형상화 방법에 의한 작품의 질적 수준을 의미한다. 반면에 북한에서의 문학성은 형식이나 형상화 방법보다는 주제나 내용에 의한 교양의 수단화 정도를 의미한다. 이렇듯 서로 다른 남북한의 관점은 아동문학의 문학성 확보나 창작방법론에서도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통일시대 아동문학의 문학성 확보 문제는 문학성에 관한 관점의 차이를 어떻게 해소하고, 그러한 해소를 통해 아동문학다움을 견지할 것인가와 관련된다. 이는 결국 국가 체제나 문예이론의 차이를 넘어서 어린이들의 생활과 경험세계를 형상화하는 것으로서 아동문학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러한 가치 인정 속에 아동문학이 문학으로서 갖춰야 할 예술성을 남북한 아동 문학가들이 활발한 교류를 통해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연관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아동문학이 어린이 독자로 하여금 자아와 세계의 인식 속에 자아 성장을 도모해 미래의 건전한 삶을 설계하도록 하는 것이기에 나름의 예술성을 갖춰야 한다는 논의와 연관된다. 그리고 이것은 아동문학의 창작방법론과 연관되는데, 현 시점에서는 남북한 아동문학가들의 교류와 출판문화의 개선을 전제로 한다. 남한에서 아동문학 출판은 출판사의 상업적 이익 속에 이뤄지며, 북한에서의 아동문학 출판은 주체이론에 입각해 교양과 혁명적 임무 인식을 위해 이뤄진다. 그러기에 남북한 아동문학의 출판은 그 이유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아동문학을 출판하는 근본적인 목적과 맥락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그러한 논의 과정에서 접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접점의 마련에 의해 남북한 아동문학 출판은 출판의 근본 목적, 즉 어린이 독자가 아동문학을 읽고 자아 성장을 도모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통일시대에 어린이 독자가 아동문학을 읽고 자아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토대 마련을 위해서는 당연히 남북한 아동문학가들 및 연구자들의 활발한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교류는 서론에서 언급한 문화적 네트워크 형성의 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치적·군사적·경제적 교류가 거의 단절된 상황에서 남북한이 단일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교류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차원, 특히 민간 차원에서의 문화적 교류를 확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적 차원, 특히 아동문학의 차원에서 서로가 관점을 공유하고 있는 부분들을 심화·발전시키고, 이를 토대로 겨레의 문학으로서 아동문학의 위상을 굳건히 정립해야 한다. 이러한 일은 동심, 아동문학의 특성, 아동문학 창작방법론 등에서 서로의 공통점을 계승하고 차이점을 해소하는 틀에서 지속적인 상호논의를 통해 가능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남북한의 아동문학 교류와 협력이 아닌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아동문학 작가회의나 연구자 회의가 활성화되고, 그러한 회의에 남북한 관련자들이 활발하게 참여할 필요가 있다.

 

선주원 광주교대·국어교육과

필자는 한국교원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성과로 『한국현대소설교육론』, 『아동문학교육론』, 『청소년문학교육론』 등의 저서와 「대화적 관점에서의 소설교육연구」, 「동화에 나타난 핍진성에 관한 연구」 등의 논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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