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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인 답은 없다” … 철학과 예술 오가며 ‘참된 앎’ 추구
“절대적인 답은 없다” … 철학과 예술 오가며 ‘참된 앎’ 추구
  • 김홍근 기자
  • 승인 2017.04.10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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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의 철학자’ 故 박이문 포스텍 명예교수 별세
▲ 故 박이문 포스텍 명예교수
‘둥지의 철학자’로 불렸던 인문석학 박이문 포스텍 명예교수(사진)가 지난달 26일 향년 87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남들과는 다른 학문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본명이었던 仁熙를 異汶으로 바꿨던 故 박 명예교수는 철학뿐만 아니라 문학과 예술까지 넘나들며 전방위적인 학문 탐구의 인생을 걸었던 인물이다.
 
고인이 ‘둥지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가 “세계관으로서의 철학이라는 건축활동, 그 동기와 건축구조는 새의 둥지 짓기와 같다”고 말하며 ‘둥지의 철학’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생은 둥지 짓기다. 나 스스로 답을 찾아 자기 존재를 명명하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라며 “세계관으로서의 철학이라는 건축활동, 그 동기와 건축구조는 새의 둥지 짓기와 같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이 하나의 그림이라면 그 像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둥지’와 같은 것이 돼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일제 치하였던 1930년 충남 아산의 유학자 집안에서 막내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에서 불문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이화여대에 전임강사로 발탁됐지만 이내 교수직을 뒤로 하고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다. 파리 소르본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또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 이후 오랫동안 미국 대학에서 학문활동을 전개해왔다.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은 저술활동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1955년 「회화를 잃은 세대」라는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철학이란 무엇인가』, 『나비의 꿈이 세계를 만든다』, 『둥지의 철학』, 『시와 과학』, 『당신에겐 철학이 있습니까』등 100여 권이 넘는 저서를 남겼다. 최근 출판사 미다스북스에서는 고인의 저서를 모아 분류하고 대조하는 작업을 거쳐 10권의 인문학 전집을 내놓기도 했다.
 
1970년 미국 시먼스대 교수를 시작으로 이화여대와 서울대 초빙교수를 맡은 故 박 명예교수는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철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독일 마인츠대 객원교수 등을 거쳐 포스텍 철학과 교수를 지냈다.
 
고인은 “절대적인 건 없다”며 “지금 이 순간 몰입해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말하면서까지 ‘둥지의 철학’을 통해 스스로 계속해서 정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 안팎에서 그를 이 시대의 진정한 철학자이자 스승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고인이 별세한 지 사흘뒤인 29일, 정대현 이화여대 명예교수(철학)는 <한겨레> 기고(「평생토록 묻고 답하던 ‘진정한 자유의 한길’ 찾아가셨나요?」)를 통해 고인을 이렇게 회고했다. “‘어떻게 생각해?’ 항상 물음을 물으시던 선생님이 가셨습니다. 물음을 물을 때마다 빛나던 눈빛, 목숨을 건 물음, 절대적 대답은 없다는 회의주의, 그럼에도 물을 수 있다는 것을 기뻐하던 천진난만한 소년, 개념적 투명성에 이르고자 물음을 묻던 삶을 뒤로 하고 선생님은 가셨습니다. (……) 선생님의 철학책들은 아마도 우리 시대에서 가장 널리 읽혔고 가장 많은 독자의 책이었을 것입니다. 난해한 외국 철학이나 사조들을 선생님의 관점으로부터 자신의 생각으로, 우리말로 언어화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자기 건강보다 유영숙 사모님이 건강을 먼저 챙기셨지만 결국 사모님의 소망대로 먼저 가셨습니다. 아직 다하지 못한 물음들을 뒤에 두고 우리 시대를 떠나 가셨습니다.”
 
김홍근 기자 m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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