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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중·장년, 윤리적 사유를 위해 칸트와 공자에게 길을 물었다
한국의 중·장년, 윤리적 사유를 위해 칸트와 공자에게 길을 물었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7.04.03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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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안과 밖’ 윤리 강연 결산, 빅데이터로 봤더니…

2016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된 네이버문화재단(이사장 오승환) 후원 문화과학 강연 프로젝트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세 번째 시즌의 주제는 ‘윤리와 인간의 삶’이었다. 전체 50회로 진행된 이번 강연은 한국사회에서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인식론적 단절에 가장 걸맞은 주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탓이었을까. 이 강연에 쏠린 눈들은 40대, 50대 중장년이 가장 많았다. 그중에서도 남성들이 이 강연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나라 안의 시급한 사태가 이들 40~50대를 강연으로 불러낸 것일 수도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탄핵 정국’ 등 복잡한 사회 현실 속에서 윤리적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를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지의 갈증’이 존재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런 쏠림 현상은 근래 서양 철학계의 화두인 윤리학의 귀환과도 밀접하다. 세계사적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가속화되는 세계화와 브렉시트,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예외주의의 강화 등, 이른바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는 세계 상황과 마주하며 인류가 공존, 공생할 수 있는 공동의 가치와 보편 윤리가 무엇인지를 되물을 때, ‘윤리와 인간의 삶’ 강연이 어쩐 갈증을 해소하는 우물물이 됐던 것이다.
지난 3월 11일을 끝으로 50회에 걸쳐 이뤄진 강연 무대에 올라온 우리의 모습은 무엇일까. 그 단면을 빅데이터 분석으로 걸러낸 키워드 분석으로 살펴봤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 열린연단 윤리강연 전경.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은 지난 50회차 윤리 강연 원고와 강연 및 토론회 영상 7천9백여 분의 내용에서 총 4만6천여 개의 키워드를 뽑아 빅데이터 분석을 했다. 강연, 토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학자는 비판철학을 통해 서양 근대 철학을 종합한 독일 철학자 칸트였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윤리 도덕을 설명하기 위해 ‘의무의 윤리학’을 완성한 칸트가?가장 많이 언급됐던 것으로 보인다. 서양의 칸트에 맞서서 동양에서는 공자가 2위에 올랐다. 공자가 말한 仁, 禮, 克己復禮, 나아가 정치를 맡아 다스리는 사람을 육성하는 군자에 대한 성찰이 오늘날 우리 사회 공적 영역에서 붕괴된 공공윤리를 설명하는 데 많이 언급됐던 것으로 보인다.

3위는 서양의 고대 사상가 플라톤으로 나타났고 4위는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로 공공성이 붕괴하는 현실에 비춰 어떻게 하면 건강한 정치 공동체를 재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읽힌다. 독일 관념론 철학을 완성한 헤겔(5위)도 빠지지 않았다.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강연마다 빈번히 나올 수밖에 없는 ‘윤리’라는 단어를 제외하면 강연 주제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존재’가 1만 회를 넘어 압도적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2위부터 5위다. ‘권력’, ‘욕망’, ‘정의’, ‘도덕’이 나란히 차지했기 때문. 이는 위기의 민주주의와 소비 자본주의 사회 속 불평등이 만연한, 그래서 ‘각자도생’의 비참한 삶을 견뎌내야하는 현대인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 빅데이터 키워드 분석

또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인 『주역』이 가장 많이 언급된 저작으로 나타났고 공자의 『논어』가 2위로 나타났다. 『주역』과 『논어』에는 철학, 종교, 정치, 문학, 과학 등 현대 사회의 다양한 영역과 연계해 삶의 이치를 성찰하고 삶의 방향을 논할 수 있어 강연, 토론에서 많이 언급됐다는 게 중론이다.

50대 남성 동영상 이용률 가장 높아 … “윤리적 공백 많았는데 사유하는 계기됐다”

윤리 강연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데이터에서는 어떤 결과를 보였을까.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644만 페이지뷰(PV)와 강연 영상 45만 회 재생 수를 기록, 2014년부터 시작된 강연 영상 전체 재생 수로는 228만 회를 돌파했다.

지표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50대 남성의 높은 영상 이용률이었다. 로그인한 이용자 기준으로 50대 남성이 PC(18.2%)와 모바일(21.2%)에서 가장 많은 이용을 했다. 그동안 강연장을 꾸준히 찾은 한 50대 청중은 “그동안 윤리 하면 논리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배워온 터라 우리 사회에 윤리적 공백이 많았었는데 윤리라는 대주제로 묶어 한 번쯤 사유할 수 있는 문제의식을 배우는 계기가 되어 한 강연도 빼놓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중들은 어떤 강연을 많이 찾았을까. 동영상 재생수 기준으로 인기가 높은 강연은 「금욕, 체념, 달관」, 「인공 지능과 인간」, 「성과 결혼, 그리고 가족」, 「윤리와 인간의 삶」,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 윤리강연 성별연령대별 강연 영상 이용률

김우창 자문위원장, “인간의 윤리적 삶의 복구 실현되리란 믿음 가져”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매년 다른 주제의 강연 시리즈를 통해 우리나라 학문의 세계가 전에 비할 수 없이 넓어지고 깊어졌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지금 우리는 도덕과 윤리가 황폐해진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이번 윤리 강연을 통해 인간의 윤리적 삶의 복구도 멀지 않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온라인상에서도 불안한 시대에 끊임없이 지적 성찰을 하게 됐다는 이용자 댓글들이 다수 달렸다. 특히 ‘깊이 없는 인스턴트 같은 시대’에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시대의 윤리 문제를 정확히 짚어낸 강연’을 접하며 ‘또 다른 인식의 틀을 가질 수 있었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3년째 문화의 안과 밖 강연 프로젝트를 후원해온 오승환 네이버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번 윤리 강연은 혼란스러운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사회 전반적인 윤리 문제를 짚어 보자는 취지로 진행했다”면서 “석학들의 수준 높은 강연을 온·오프라인에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후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은 지난 1일부터 한남동 블루스퀘어 3층 북파크 카오스홀에서 ‘패러다임의 지속과 갱신’을 주제로 새로운 시대로 도약을 가능케 한 역사적 인물 34인의 선정해 혁신적 사유를 조명해보는 네 번째 강연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했다.

이번 ‘패러다임의 지속과 갱신’ 강연은 4개 세션, 총 34회 강연으로 혜능, 루터와 칼뱅, 아도르노, 윌리엄 제임스 등을 다루는 1세션 ‘철학/사상(1~10강)’을 시작으로 아인슈타인, 볼츠만, 하이젠베르크, 폰 노이만 등을 다루는 2세션 ‘과학/과학철학(11~21강)’, 로크와 밀, 루소, 케인스 등을 다루는 3세션 ‘정치/경제(22~27강)’, 마지막으로 겐지 모노가카리, 톨스토이, 프루스트, 카프카 등을 다루는 4세션 ‘문학(28~34강)’ 강연을 진행한다.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문화의 안과 밖’은 학자들이 직접 주도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과학 강연 프로젝트로, 7명의 운영위원이 강연 기획부터 강사 섭외, 강연 진행까지 행사 전반을 운영하고 있다.

누구나 강연 신청할 수 있으며 지난 강연 영상과 강연 전문은 열린연단 홈페이지(http://openlectures.naver.com) 및 모바일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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