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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정유라·장시호’ 우수수 “체육특기자제도 재검토”
‘제2의 정유라·장시호’ 우수수 “체육특기자제도 재검토”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7.04.03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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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대학 체육특기자 학사관리 실태조사

17개大 최근 20년 조사, 체육특기자 ‘특혜’ 780명(학생 332·교수 448) 적발
고려대·성균관대·연세대·한양대 등 입학 어렵다는 수도권大 ‘학사관리 엉망’
‘구속’ 최경희 전 이대총장 “우리만 특혜준 것 아냐… 형평성 맞게 형량 결정해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국정농단) 관련자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이화여대)와 조카 장시호(연세대). 이들에 의해 촉발된 대학 체육특기자 입시·학사 특혜 의혹의 불똥이 전국 대학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교육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사경고 누적으로 ‘제적’ 처분을 받아야 할 특기자들이 버젓이 졸업을 하고, 학기 도중 프로에 입단하거나 군입대, 대회 출전 등으로 학점 이수 기준(출석 일수 등)을 채우지 못한 특기자의 시험과 과제물을 교수가 대리 제출하는 등 체육특기자에 대한 ‘특혜’가 대학가에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체육특기자 학사특혜는 입시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 대규모 사립대학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 빈축을 사고 있다.

현재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정씨와 장씨의 학사특혜 의혹이 타 대학에서도 유사한 모습으로,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전국 대학의 ‘체육특기자 제도’까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접한 대학 관계자들은 그간 엘리트체육을 집중 육성하면서 대학과 체육특기생들에게 베풀어온 학사특혜를 관행적으로 눈감아온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어 대학 체육특기자 학사특혜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 같은 논란은 교육부(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이준식)가 지난달 29일 ‘체육특기자 학사관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올해 2월 23일까지 체육특기자 재학생 ‘100명 이상’인 17개 대학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통해 최근 20년간(1996년~2016년)의 학사관리 실태를 점검했다. 조사결과 17개 대상대학에서 총 780명(학생 332명, 교수 448명)이 학사특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대학 체육특기자 학사관리 점검은 △학사경고 누적자 △프로 입단자 △군입대·대회 출전자 △장기 입원·재활자 등 결석, 시험·과제물 미제출 의혹이 있는 체육특기자에게 집중됐다.

■‘3회 이상’ 학사경고 받아도 졸업시켜(4개大, 학생 394명)= 고려대·성균관대·연세대·한양대 4개 대학은 ‘3회 이상’ 학사경고를 받을 경우 ‘제적’ 조치토록 학칙에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학은 총장 결재, 학생 이익 우선 적용 등을 이유로 제적 처분하지 않았다. 학사경고 누적자 ‘특혜’는 최근 20년(1996년~2016년)간 고려대 236명, 연세대 123명, 한양대 27명, 성균관대 8명 등 총 394명에 달한다. 교육부는 이들 대학에 위반 건수 등을 기준으로 ‘기관경고’와 더불어 추가적인 행정 조치를 취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장시호씨가 연세대에 체육특기자로 입학한 1998학년도 입시를 기준점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장씨는 1997년 대통령배 전국승마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1998학년도 연세대 체육특기자 전형에 합격했고, 재학 중 총 세 차례 학사경고를 받았지만 별다른 제재 없이 졸업한 바 있다.

■시험·과제물 대리 응시(5개大, 교수5명·학생 8명)‘ 제2의 정유라’ 적발= 군 입대, 대회 출전 등으로 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체육특기자들을 대신해 교수, 학생이 시험과 과제물을 대신 제출한 사례도 5개 대학(교수5명·학생 8명)에서 나타났다. 지난해 언론보도와 국정감사 등에서 잇따라 지적된 이화여대 정유라씨의 학사특혜 방식과 닮아있다. 정씨는 2016년 1학기와 계절학기 등 세 과목 강의에 결석하고 과제물을 제출하지 않았지만 담당교수가 대리작성해 학점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아무개 이화여대 교수는 특검이 제기한 학사비리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병원 진료 사실확인서의 진료 기간, 입원일수 등을 사실과 다르게 위조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들은 대학의 별도 확인절차 없이 서류를 인정받아 학점을 취득했다. 교육부는 시험을 대리 응시하고 과제물을 대신 제출한 교수를 포함해 병원 진료 사실확인서 등을 위조한 체육특기자에게 징계를 요구했다. 학칙에 따라 해당 교수는 징계를, 학생은 학점 취소와 징계를 받게 됐다.

교육부는 또, 시험 대리 응시, 진료 사실확인서 위조 등의 혐의가 인정되는 교수와 학생들을 ‘사문서 등의 위조 또는 위조 사문서 등의 행사죄’로 고발할 예정이다.

■프로 입단자 출석·성적 부여(9개大, 학생 57명·교수 370명)= 체육특기자가 프로 입단으로 인해 학기 중 수업과 시험에 참여하지 못해 ‘공결’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출석과 학점을 부여한 9개 대학(학생 57명·교수 370명)이 적발됐다. 교수는 학칙에 따라 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한 프로 입단 재학생에게 성적과 학점을 부여하지 않아야 함에도 이를 눈감아준 것이다.

교육부는 체육특기자가 프로로 입단한 학기에 취득한 학점에 대해 관련 법령과 학칙에 따라 해당 학기 학점을 취소하고, 부당하게 출석·학점을 부여한 담당교수·강사들을 ‘징계(고의·중과실)’와 ‘주의·경고(단순 부적정)’ 처분할 것을 대학에 전달했다.

■장기 입원, 재활자 출석·성적 부여(6개大, 학생 25명·교수 98명)= 공결 불인정 대상자가 학점을 취득한 사례는 장기간 입원이나 재활치료를 한 체육특기자에게도 적용됐다. 조사대상 대학 중 6개 대학(학생 25명·교수 98명)은 이들 공결 불인정 대상 학생 즉 학칙 상 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한 입원·재활자에게 출석을 인정해주고 학점까지 줬다. 교육부는 적발된 6개 대학에 해당 학생의 학점을 취소하고, 교수들을 징계(고의·중과실) 또는 주의·경고(단순 부적정) 처분하라고 요구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이유로 출석일수 기준을 채우지 못한 체육특기자에게 출석을 인정하고 학점을 부여한 사례는 13개 대학의 학생 417명, 교수 52명이 적발됐다. 해당 교수들은 모두 징계 또는 주의·경고 처분을 받게 됐다. 

이번 교육부의 체육특기자 학사운영 실태조사에 적발된 교수·학생들은 앞으로 2~3개월간 소명절차를 거친 후 개별적으로 처분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체육특기자 재학생 ‘100명 미만’ 대학은 자체점검, 서면보고를 실시했고, 자체점검의 적정성은 추후 대학별 종합감사 등을 통해 확인키로 했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대학 체육특기자 학사관리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강병구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위반의 정도가 심한 사례는 법령에 따라 엄정히 처분하고, 과거의 부득이한 관행의 경우는 제도 개선에 중점을 두어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유라에 대한 학사특혜·비리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측 변호사는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이번 교육부의 실태조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체육특기자 학사관리 문제가 만연한데, 이화여대 총장과 교수만 탓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형평성에 맞춰 형량을 결정해야 한다”며 사실조회(특정자료에 대한 사실 확인 절차)를 신청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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