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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과학자
엄마는 과학자
  • 노연정 고려대 연구교수·물리학과
  • 승인 2017.03.27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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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노연정 고려대 연구교수·물리학과

“엄마는 무슨 일을 해?”

새 학기가 시작되고 가정통신문을 들고 온 아이가 부모님 직업란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엄마의 일을 설명해주니,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는 “그럼 엄마는 과학자네?”라며 방긋 웃는다. 아! 내가 과학자였구나. 내 어릴 때 꿈인 과학자가 된 것이구나. 박사를 받고 연구를 하면서도 단 한 번도 내 꿈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박사과정 도중에 포기할 뻔 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육아를 위해서 학업을 포기한 선배 언니를 만났을 때는 내가 너무 이기적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공부 욕심 많은 엄마를 둔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학업을 포기할까 심각하게 고민하게 했던 아이가 어느새 자라 엄마가 과학자라는 것을 뿌듯해하는 것을 보니, 학업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또 연구가 바쁘고 퇴근도 없이 이어지는 온라인 미팅 등으로 아이에게 제대로 된 집밥을 먹일 능력도 안 된다며 자책했다. 아이가 “엄마, 오늘은 책 읽어주면 안돼?”라고 말해도 회의를 하기 위해 켜져 있는 컴퓨터를 보고는 이내 “아! 오늘은 안되겠구나”라고 대답했다. 아이는 읽어달라는 책을 들고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그때를 떠올리며 같이 연구를 하는 여후배들 앞에서 울컥해서는 내가 잘하고 있는지 후회한 적도 있지만, 나는 아이가 자랑스러워하는 과학자 엄마다. 포기하지 않고 내가 꿈꾸는 길로 열심히 달려온 덕분이지 않은가.

문득 연구를 포기하지 않도록 연구 사업에 선정된 것에도 감사하고,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기의 길을 가고 있는 다른 여성 과학자들에게도 감사하다. 그들에게 감사의 한마디를 하며 이 글을 마친다.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연구하며 살고 있는 여성 과학자분들, 고맙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오늘도 저는 힘을 내고 있습니다. 저 역시 어디선가 결혼과 육아 등을 떠올리며 고민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뒷걸음치고 있을 미래 여성 과학자들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연구하며 살겠습니다. 단지 결혼과 육아 등의 문제로 여성 과학자의 길로 들어서길 고민하고 있는 여성분들, 용기를 내세요. 과학자 딸! 과학자 아내! 과학자 엄마! 멋지지 않나요?”

 

노연정 고려대 연구교수·물리학과

텍사스공대에서 입자실험으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럽 대형 강입자 가속기 실험에 참여해 드랠-양 프로세스 특성연구에 관한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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