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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 1천명
대학교수 1천명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 승인 2017.03.27 13: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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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대학교수 1천명. 이는 유력한 한 대선 후보의 선거 캠프에 참여한 교수들의 수다. 들리는 말로는 과거 다른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있고, 정치적으로 대립된 사람들도 섞여 있다고 한다.

흔히 정치에 참여하는 교수들을 가리켜 ‘폴리페서’라 부르지만, 이는 긍정적 의미보다는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대개 연구는 뒷전이고, 출세를 위해 권력에 기생하려는 사람들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수석 비서관이나 장관, 차관들이 다 교수 출신이다.

이는 대학교수가 된 사람들 중에 학문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대학교수란 사회적 지위를 위해 교수가 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내 주변만 해도 철학 교수이긴 하지만, 철학에 관심이 없는 교수들도 꽤 있다. 이런 사람들은 철학에 강조점이 있는 철학 교수가 아니라, 교수에 강조점이 있는 그냥 교수다.

물론 대학교수들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교수로서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가 아니다. 또한 대선 캠프에 참여한 대학교수들을 해당 후보자에 대한 단순한 지지자라 보기도 어렵다. 그냥 지지자라면 아마도 1천명보다 많을 것이고, 평범한 지지자라면 굳이 캠프에 참여시킬 이유도 없다. 그렇다고 이들을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 때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아마도 교수가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이는 그 사람의 학문적 업적을 통해서일 뿐, 교수라는 사실 하나가 영향력을 갖는 시대는 지났다.

그럼 폴리페서의 역할은 무엇일까. 왜 정치인은 대학교수들을 원하고, 대학교수들은 정치에 참여하려 할까? 정치를 위해서는 분명 학문이 필요하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가기 위해서 정치인들은 현재 우리 사회에 무슨 문제가 있고,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판단해야 하며, 이러한 판단이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문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정치가 학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정치는 정치인 개개인의 무반성적 선입견이나, 검증되지도 않고, 근거도 없는 편견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다. 더구나 정치인 개개인이 학문적으로 이미 폐기됐거나 실효성을 다한 낡은 이론을 금과옥조로 삼는다든지, 대학 때 한번쯤 읽어본 설익은 지식에 따라 판단한다면,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지 위태롭기 짝이 없다.

그렇다면 지금 대선 캠프에 참여한 교수들이 분야별로 모여 대한민국의 장래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까. 분명 이런 역할을 하는 교수들이 있다. 그러나 분명 1천명이나 되는 교수들이 다 이런 역할을 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또한 필요하지도 않다. 우리사회에 대한 진단과 비전을 제시하는 학문적 입장은 1천명이나 되는 교수가 각인각색으로 말할만큼 그렇게 풍부하지도 다양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나는 교수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받길 원한다. 물론 그 방법은 학문을 통해서 일 것이다. 나는 교수들이 정치에도 기여하길 바란다. 물론 그 방법 역시 학문에 있다. 그러나 학문적 기반과 무관한 정치 참여는 교수들의 사회적 평판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결국 유력 정치인의 세 과시용으로 전락하게 되면 교수들의 자존감마저 훼손할 것이다.

얼마 전 택시를 타고 가다가 기사 양반이 목소리 높여 교수를 욕하는 말을 들었다. 참 낯 뜨거운 순간이었다.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서울여대·현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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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2018-04-14 01:35:28
사치스러운 이야기에다가 교수를 특권층으로 인식하고 있다. 교수가 성직자도 아니고 .... 제법 웃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