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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박사를 다시 생각한다
명예박사를 다시 생각한다
  • 남송우 논설위원/부경대·국문학
  • 승인 2017.03.2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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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남송우 논설위원/부경대·국문학
▲ 남송우 논설위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이후 대학은 다시 새로운 하나의 고민을 안게 됐다. 퇴진 당한 전직 대통령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대학들이 수여한 학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명예 학위가 수여된 기록은 1479년에 옥스퍼대가 영국의 주교 라이오넬 우드빌에게 수여한 것이고, 한국에서는 1948년에 서울대가 더글러스 맥아더에게 명예학위를 수여한 것이 처음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후 많은 대학들이 명예박사학위 제도를 운영해 오면서 명예학위에 대한 원래의 순수성이 시대의 변화와 함께 서서히 훼손되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의 대학들이 각 대학 나름의 이미지화와 대학 발전을 위해 이 명예박사 학위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명예박사 학위제도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대학들이 재정적 압박이 심해지자 대학 스스로 자본의 논리를 따라 명예박사학위 제도를 활용해서 대학발전기금을 확보하는 데 만 힘을 쏟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들이 명예박사학위를 남발한다는 교내외적인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던 것이다.

2005년도에 고려대는 당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지만, 교내 학생들이 이에 대해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진 일이 있으며, 2009년도에는 전남대에서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인 정몽준씨에게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하려했으나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되고 말았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대학의 경우도 명예박사 학위 취소가 이루어진 곳도 있다. 짐바브웨 대통령 로버트 무가베는 1984년 에딘버러대에서, 1986년 매사추세츠대에서, 그리고 1990년 미시건주립대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2007년 에딘버러대는 무가베 대통령의 명예박사 학위를 취소했고, 2008년 매사추세츠대가 부정부패와 억압적 통치를 이유로 명예박사 학위를 취소했으며, 2008년 미시건주립대도 인권 탄압을 이유로 명예박사 학위를 취소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대학에서 시행하는 명예박사학위 제도가 온당하게 운용되지 못하면,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명예로운 학위가 아니라, 불명예로운 학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환기시켜주고 있다. 문제는 대학이 엄정한 심사를 통해 제대로 된 대상자를 선정하는 명예박사 학위 제도를 투명하게 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대학들이 자본의 논리에 의해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명예박사학위를 남발하고 있는 현상이나, 정치적 계산에 의해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 명예박사학위 남발은 한계치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정진후 전 국회의원(정의당)이 2015년 전국 26개 국립대의 명예박사 수여 현황을 분석한 결과 명예박사를 받은 인원은 865명에 달했다. 이들 중 명예로운 박사학위자로 존경받는 자들이 얼마나 될까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얼마 전 대학교육연구소는 그동안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전국 156개 대학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99개 대학만 정보를 밝혔다고 했다. 상당수 대학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명예박사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 또 정보공개를 결정한 99개 대학 가운데 32%인 32개 대학은 이름과 직업을 뺀 정보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 그대로 명예로운 학위를 주었다면 정보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인데 그렇지 못하다는 말이다.

이제 대학도 명예박사학위 수여에 대한 자기 점검을 제대로 해서 대학의 위상을 지켜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다.

남송우 논설위원/부경대·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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