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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있는’ 교육부 관료 ‘도피처’ … 교수들 “우리가 만만하니?”
‘문제 있는’ 교육부 관료 ‘도피처’ … 교수들 “우리가 만만하니?”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7.03.23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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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한국교원대 사무국장 인사 논란
▲ 한국교원대가 연이은 사무국장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한국교원대 본관 전경. 사진출처= 한국교원대 홈페이지

신임 사무국장 朴씨, 역사교과서 국정화 앞장·촛불집회 폄하 前歷 
2015년 ‘뇌물수수’ 金 전 교육부 대변인도 한국교원대 사무국장에
한국교원대 교협 “부적절 인사 반복 … 국립대 인사, 총장과 협의”

한국교원대가 연이은 ‘사무국장’ 인사 파동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수들은 성명서까지 발표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교내에선 신임 사무국장 인사 철회를 외치며 촛불집회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교육부가 임명한 한국교원대 사무국장 박 아무개씨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앞장서고, 국정농단을 비판한 촛불집회를 폄하한 전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교수들은 지난 21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무국장 인사가 비교육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번 교육부의 ‘부적절’ 인사에 대해 전면 철회는 물론, ‘공식 사과’까지 요구하고 있다.

21일 한국교원대 교수협의회(의장 김종우)에 따르면,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박씨는 역사교과서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을 역임했다. 교수들은 “박씨는 역사학계는 물론이고 전 사회적인 지탄을 받아 사실상 폐기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앞장서서 추진해왔던 장본인”이라며 “범국민적 민주화의 열망 속에서 4개월 이상 전개됐던 촛불집회를 폄하하고 교사와 학생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징계 요구를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당시 교육부는 국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박씨에게 ‘주의’ 조치했다. 하지만 국회는 징계조치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항의했고, 교육부는 추후 추가로 인사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인사조치가 한국교원대 사무국장직인 것이다. 교수들은 박씨가 비교육적 인식을 가진 인물로, 한국교원대 사무국장에 임명하기엔 부적절하다며 사무국장 인사를 철회할 것을 교육부에 촉구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지난해 12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토론회에서 나왔다. 박씨는 “교사는 설렁설렁 가르치고 내용도 좌편향으로 가르친다” “아이들도 역사 인식이 없고 촛불집회 한다니까 막 우르르 몰려다닌다”는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교수들은 “이는 학교 현장에서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교육에 임하고 있는 교사들에 대한 모독이자, 아무런 근거도 없이 역사교육 현장을 이데올로기적으로 매도하는 시대착오적 색깔론일 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인 국가 운영에 정당한 비판을 가하는 학생들과 국민들의 인격과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비교육적 작태”라고 규정했다. 

성명을 통해 교수들은 박씨의 문제적 발언에 대해 “전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던 교육부 고위 공직자의 이른바 ‘개·돼지 발언’ 못지않게 심각한 막말로, 비정상적인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결실을 이루어낸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보은인사로 대학 활용…씻을 수 없는 상처 남겼다”

한국교원대 교수들은 사무국장 인사에 왜 이렇게까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일까. 이번 사무국장 인사를 두고 강하게 반발하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교수들에 따르면, 최근 한국교원대가 이른바 ‘문제 있는’ 교육부 관료들의 도피처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9월 뇌물수수 혐의가 포착된 김 아무개 교육부 대변인을 전보 발령한 곳도 한국교원대 사무국장직이었다. 교육부는 당시 김 아무개 대변인의 뇌물수수 혐의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슬그머니 한국교원대 사무국장에 임명했다가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자 결국 직위해제한 바 있다. 특히 이때의 전보 발령은 검찰이 김 전 대변인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7시간 전에 이뤄진 것이라 한국교원대 구성원은 물론이고 여론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교원대가 교육부의 반복되는 ‘피난처 인사’에 활용되자, 교수들은 참아왔던 울분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교수들은 성명에서 “대학의 사무국장은 직원을 통솔하고 행정을 관장하는 중책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지금까지 줄곧 그 인사를 편의적이고 일방적으로 시행해 왔다”며 “이번에도 시대착오적이고 비교육적인 인물을 한국교원대 사무국장에 발령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한 ‘보은 인사’를 감행함으로써, 한국 교육의 중심을 자부하는 한국교원대와 구성원들의 자존심과 명예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선을 그었다.

부적절한 인사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교수들은 국립대 사무국장 임명 과정을 해당 대학의 총장과 협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신임 사무국장을 재임명할 것을 교육부에 요구했다. 김종우 한국교원대 교수협의회 의장은 “앞으로 한국교원대 구성원은 이번 인사 조치가 철회될 때까지 촛불집회를 개최하고 대학평의원회와 전교교수회의 차원에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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