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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의 寬容과 적응력
다양성의 寬容과 적응력
  • 김치경 충북대 명예교수·미생물학
  • 승인 2017.03.2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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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김치경 충북대 명예교수·미생물학
▲ 김치경 명예교수

지난겨울 조류독감(Avian Influenza, AI)이 만연해 전국적으로 수백만 마리의 닭들이 매몰 살상처리 됐다. 달걀 값이 두 세배로 치솟았고 미국의 하얀 달걀을 수입해오니 맛이 어떠니 영양가가 어떠니 말이 많았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환경변화에 따라 H(hemagglutinin)과 N(neuraminidase) 단백질이 쉽게 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 그 결과 증식력이나 병독력이 강한 변이종이 나타나면 유전적으로 방어력이 취약한 종류의 조류(닭)들은 병에 걸리게 된다.

양계농가에서는 난계든 육계든 생산성과 생육성이 우수하면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한 품종의 닭을 집단적으로 사육한다. 그러므로 한 곳에서 발병하면 동일품종에 대한 전염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기 위해 미발병 근거리 지역의 닭들을 전부 매몰 처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계에서는 조류의 종류도 다양하거니와 같은 종의 새들도 그들의 유전적 특성이 상이하기 때문에 일부가 병에 걸리더라도 널리 전파되지 않는다. 그것은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의 특성 때문이다.

자연계에서 생물의 다양성은 생물 종뿐 아니라 같은 품종 안에서도 유전적 다양성의 의미가 매우 크다. 자연계에서 생물종의 다양성이 높을수록 병원균에 대한 면역력이 크고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커서 종족유지에 유리하다. 그와 같은 다양성은 어느 종이 절대적으로 좋고 나쁘고를 말할 수 없다. 생물의 여러 가지 특성과 소질은 함께 어울려 존재할 때에 위기환경에 대처하는 적응력이 강해진다. 그것은 서로 관용하면서 부족한 것을 상호보완하고 협력함으로서 나타나는 시너지효과라고 할 수 있다.

온 들판에 벼농사만 하는 논에서는 한 종류의 식물(벼)이 우점종을 이루어 다양성이 작기 때문에 도열병을 비롯해 여러 가지 병충해에 대한 방어력이 취약하다. 이러한 병충해를 방지하기 위해 농부들은 인체에까지 유독한 농약을 퍼부을 수밖에 없다. 백 년 전에는 자연계에 없던 수 백 가지의 화학물질들이 오늘날 우리 환경에 오염돼 있다. 예를 들면 DDT를 비롯해 다이옥신, 피시비, 프탈레이트 등 수많은 맹독성 화학물질들은 유기합성기술이 발달됨으로써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환경호르몬 물질들이다. 그 결과 생태계에서는 암수 성비가 파괴돼 생물들이 멸종되고 다양성이 축소돼 인간의 생명마저 위협받고 있다.

다양성의 중요성은 비단 생태환경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사회에서도 소질과 취미 그리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법과 목적 등, 사람들의 다양성은 그 의미와 기능적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협력하면서 그들의 다양한 소질과 기술이 적재적소에서 최대한 발휘될 때, 그 사회는 활력이 넘치고 대외 경쟁력이 높아진다.

요즘 우리생활에서 의류복장이나 먹을거리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문화예술 활동은 엄청나게 다양해졌다. 그런데 국민들의 생각은 획일적인 교육이나 지나친 편견 때문인지 오히려 편협해져서 다양성이 위축돼 있다. 지난주 박대통령이 탄핵심판을 받는 동안 양단의 시민집회 참가자들은 상대편을 수용하지 못하고 대립했다.

내 생각과 다르면 남의 생각은 모두 틀리다고 주장하는 것은 편견이고 독단이다. 그것은 다르다(different)와 틀리다(wrong)는 의미를 구분하지 못하는 처사이다. 헌재의 판결이 난 뒤에도 자기의 주장만을 고집하는 길거리 집회자들은 편견에 사로잡혀 다양성을 부정하는 행위이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독선이다. 지금 북한의 폐쇄된 현실 상황에서 보듯이, 인간사회에서 다양성이 무너지면 패권주의가 지배하고 독재와 억압이 자행된다.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서로 관용하고 양분된 국론을 대화합하자는 주장은 바로 끝없는 집안싸움만 하다가 외세에 의해 모두 낭패당하는 불행한 결과를 예방하자는 뜻이다. 조류독감으로 수많은 닭들을 매몰 처리하는 사태를 미리 막기 위해서처럼 말이다.

우리는 자연생태계에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배워야 한다. 즉 생물들이 멸종의 위협에서 벗어나 다양한 유전적 특성들이 발휘되는 생태환경을 보전해야 한다. 사람 사회에서의 다양성도 마찬가지이다. 생각과 주장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대화하면서 협력할 수 있는 사회가 적응력이 강한 건전한 사회이다. 성격이 다르고 소질이 다르고 뜻이 다른 사람들이 상대편을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함께 살아갈 때 행복한 국가사회가 만들어진다.
 

김치경 충북대 명예교수·미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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