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9-16 17:43 (월)
“고등직업교육육성법, 전문대만을 위한 게 아니다 … 거시적 국가 직업교육 고민하자”
“고등직업교육육성법, 전문대만을 위한 게 아니다 … 거시적 국가 직업교육 고민하자”
  • 김홍근 기자
  • 승인 2017.03.20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징검다리 3선’ 전문대 ‘구원투수’ 이기우 전문대교협 회장
“목마른 사람이 우물판다고…”

결국 전문대학이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 고령화 사회 진입, 학령인구의 급감, 여기에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정책까지. 전문대가 기사회생할 기회와 시간은 그리 넉넉지 않은 듯 보인다. 격변의 시기, 전문대는 ‘오래된 위기’를 이제는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지금껏 전문대 정상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위기를 기회로 뒤바꿔놓을 힘 있는 혁신안이 부재했던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해, 정부의 2주기 대학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변화와 혁신에 목마른 쪽은 다름 아닌 전문대였다.
벼랑 끝에 몰린 현실을 반영한 것일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는 14대, 15대 회장을 지낸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을 다시 불러들였다. 최근 17대 회장에 선출된 이기우 총장이 3회 연임이 아닌 징검다리식 재임이라는 것도 전문대 내부의 치열한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
앞선 지난달 20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전문대 대토론회 ‘고등직업교육에서 길을 찾다’에서는 고등직업교육 체제혁신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직업교육대학’으로의 전환을 통한 미래사회의 산업수요 대비, 고등직업교육정책실 설치, 직업교육 대학과 평생직업교육 체제 강화를 위한 ‘고등직업교육 육성법’ 제정 등에 관한 정책제안이 쏟아져 나왔다.
3선을 시작하는 이기우 회장은 전문대 정책제안을 실현시키겠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그는 “이번만큼은 지금까지의 제안과는 확연히 다르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전문대만의 생존 방안을 찾는 게 아닌, 능력중심사회로의 전환에 따른 일반대학과 고등학교 차원의 직업교육까지 포괄할 수 있는 거시적 안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학력보단 실력, 전문화된 직업능력을 인정받은 ‘잡 프론티어’가 이끌어 가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 길은 느리지만 탄탄한 돌길처럼 만들어 질 것이다.”
전문대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이기우 신임회장을 지난 14일전문대교협 회장실에서 만났다.
 
•일시: 2017년 3월 14일 오전 11시
•대담: 최익현 편집국장
•사진·정리: 김홍근 기자 mong@kyosu.net
 
△지난해 재임에 성공하면서, 전문대교협회장으로만 세 번째 취임입니다.
“많은 고민 끝에 회장 선거에 나섰고, 총장님들로부터 다시 선택을 받았습니다. 14·15대 전문대교협 회장으로 일하면서 전문대의 여러 현안들을 해결했다고 자부합니다. 사회적으로 전문대 위상을 높이고, 역할 영역을 넓혔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회장 임기동안은 학령인구의 급감과 대학구조조정 등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대한 대비와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전문대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고등직업교육의 비전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다시 한 번 책임감과 도전의식이 생깁니다. 무엇보다 폭넓은 의견수렴을 전제로 하는 상향식의 소통방식을 강화할 것입니다. 수도권과 지방 전문대학이 균형 발전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소외되는 대학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대교협이 모든 전문대에게 비빌 언덕이 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水高船高’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이 높아야 배가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큰 배라도 물이 낮으면 배도 함께 낮아지게 돼 있습니다. 물이 높아져야 물 위에 떠있는 배도 높아집니다. 서로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길 줄 아는 데서 모든 것을 출발해야 됩니다. ‘소통과 공유’. 이것이 이번 전문대교협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갖추고 준비해야 할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9월 17대 회장에 취임하면서‘화이부동, 구동존이’, ‘상호이해’와 ‘공동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어떤 뜻입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앞으로 전문대는 개별 대학들은 물론 정부와 학부모를 포함한 국민과 사회, 일반대학까지 포괄해 상호이해와 공동협력의 틀을 보다 강고하게 구축해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먼저 신뢰받는 전문대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전문대를 고등직업교육을 선도하는 기관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와 산업체에서 신뢰받는 ‘교육광장’으로 만들겠습니다. 두 번째로 기본에 충실한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전문대가 되려고 합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저출산 고령화 사회 속에서 학령인구 감소 등 큰 사회적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전문대의 장점은 그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성을 갖춘 사회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이 명제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전문대의 기본적 역할이자 사회의 요구라 생각합니다. 세 번째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우리 사회와 소통하고 교감하는 전문대가 되고자 합니다. 교육은 모두가 참여해 고민하고 그 속에서 합일점을 찾아가야 탄탄한 힘과 추진력을 얻는다고 봅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세 가지 내용을 전문대의 역할로 삼고 발전시켜 나가 공감과 이해의 영역을 더욱 확장하고자 합니다.”
 
△지난달 열린 ‘고등직업교육 대토론회’에서 전문대의 교육과제 해결방안으로 여러 가지 정책제안이 제시됐습니다. 전문대를 ‘직업교육대학’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은 가장 눈길을 끌었습니다.
“고등직업교육의 중요성을 제안한 이유는 먼저 사회가 학문중심사회에서 능력중심사회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일반대학에서는 취업을 잘 시키는 전문대의 학과들을 벤치마킹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에서도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먼저 졸업유예 학생이 늘고 있습니다. 산업현장에서는 졸업시즌의 학생을 요구하다보니, 학생들은 취업이 될 때까지 졸업하지 않고 기다리게 된 것입니다. 학문중심사회에서는 대학을 잘 나오기만 하면 취직하기가 쉬웠는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은 현실입니다. 능력중심사회는 결국 전문대와 일반대학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 것입니다. 일반대학은 그 설립 목적이 학문에 있고, 전문대는 직업교육에 있다고들 말하지만 이제는 그 구분 자체가 애매해지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둘째로 제4차 산업혁명과 저출산 고령화 시대가 맞물리면서, 대학에 다니면서 배웠던 것들이 50대 이후에는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100세 시대를 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다시 배워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입니다. 이때 대학에 요구되는 것이 바로 ‘평생교육’입니다. 결국 먹고살 방안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평생 동안 직업교육을 필요로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제는 고등직업교육을 하나의 중심체로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그 안에 전문대만이 아니고 일반대학의 고등직업교육, 고등학교에서의 고등직업 교육까지 담아내야 합니다. 현재는 미래창조과학부,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 지자체 등에서 각각 자체적으로 직업교육을 하고 있다 보니, 총괄적인 관리를 할 수도 없거니와 제대로 된 정책 또한 없습니다. 제가 교육부에 40년 가까이 몸담았었고, 대학에서도 여러 가지 보직을 맡아오면서 고등직업교육에 그 중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슴 깊이 통감했습니다.”
 
△그렇다면 ‘직업교육’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제안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먼저 고등직업교육이라는 큰 축을 담아낼 수 있는 법 제정이 있어야 합니다. 시장이 어떠한 일을 하려 한다면, 가장 먼저 법으로 기틀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 역시 ‘고등직업교육 육성법’을 통해 일반대학이나 전문대 등 각자 시행하고 있는 고등직업교육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아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게 첫번째 과제입니다. 두 번째로는 고등직업교육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고등직업교육의 총괄지원기구로서 ‘고등직업교육정책실’ 신설을 함께 제안합니다. 컨트롤타워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차관보급의 직급을 가진 고등직업교육정책실장이 임명돼 고등직업교육 발전의 책무성과 영속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이를 위한 ‘고등직업교육 재정교부금법’제정을 통한 안정적 재원 확보도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고등직업교육 발전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이와 같은 제도적·재정적 토대가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공허한 메아리가 아닌, 가능한 현실을 만드는 노력이라고 봅니다.”
 
△거시적 차원에서의 정책 제안을 하셨는데, 한편으로는 일반대학들의 동의 역시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것은 전문대만을 위한 제안이 아닙니다. 고등직업교육이라는 거대한 틀 속에는 일반대학의 직업교육과 고등학교 단계에서의 직업교육도 담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고등직업교육 전반의 것들을 하나의 법으로 총망라하자는 제안입니다. 일반대학 역시 이제는 직업교육에 등한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대학은 학문 중심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에 직업교육에 있어서 시설부족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 발생 시 ‘고등직업교육정책실’과 같은 중앙 컨트롤타워에서 적절한 지원과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하자는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일반대학에서는 ‘평생교육직업단과대학’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실질적으로 직업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한 대학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등직업교육 육성법’은 이러한 상황의 일반대학 문제를 해결 가능하도록 돼있습니다. 일반대학에서 하는 고등직업교육에 필요한 예산은 이 안에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제안은 고등직업교육에 있어서, 각자도생하던 그동안의 낭비를 없애고, 중앙기관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게 핵심입니다.”
 
△대선정국을 맞이하면서 초·중등과정부터 고등교육과정까지 교육개편에 대한 제안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2017년 새 정부에게 전문대를 대표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교육계에 오랫동안 몸담고 다양한 교육현장을 겪으면서 한 가지 확실히 느낀 것은 현재 대한민국의 일반교육은 틀이 잡혀있는데 직업교육은 체계적 틀이 부재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현 대선주자들의 교육공약에서도 빠져있는 부분입니다. 직업교육은 우리 사회에서 국민들이 먹고살 수 있는 최소한의 방편이자 계층 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소외시키며 사회통합을 논의하고 기타 교육공약을 내는 것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일입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하고 우대해주는 참교육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저는 앞서 제안한 고등직업교육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단순히 전문대학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의 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본질은 민생의 문제입니다. 체계적인 직업교육은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2017년 새 정부는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적 책무성을 가지고 공적인 의무를 다하는 정부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기우 회장은 안양대 행정학과, 부산대 교육대학원을 거쳐, 경성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무총리비서실장,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등을 역임하고, 지난 14·15대 전문대교협 회장을 연이어 맡았다. 현재는 인천재능대 총장과 17대 전문대교협 회장으로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