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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의 마음가짐
연구자의 마음가짐
  • 김태우 카이스트 연구교수·의과학대학원
  • 승인 2017.03.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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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김태우 카이스트 연구교수·의과학대학원

학부시절 학과 교수님의 추천으로 실험실 생활을 시작하면서 연구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됐다. 하지만 막연히 알고 있었던 연구를 본격적으로 접하고 배우는 시기는 대부분이 대학원 과정에 진학할 때부터일 것이다.

처음 대학원 과정을 들어가면 관련분야의 기초적인 실험들은 일반적으로 실험실 선배들을 통해서 많이들 배운다고 하지만, 나는 운이 좋았다고 할지 나빴다고 할지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지도교수님께 지도를 받았다. 배우는 시간동안 실험 방법의 노하우를 배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월히 실험을 했던 기억도 없다. 오히려 교수님의 눈치를 보며 실수나 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보냈던 기억이 난다.

다만 교수님께 배우는 과정에서 들었던 것 중에 “지금 하는 이 간단한 피펫팅(pipetting)도 하는 순간에는 세계에서 누구보다 가장 정확히 한다는 마음으로 임하라”라고 하신 말씀은 아직도 가슴 속 깊이 각인돼 있다. 이른바 ‘세계적인 과학자’나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연구실적도 그 시작은 연구를 임하는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박사학위를 받고 박사후연구원으로 전공분야가 아닌 면역학 분야에서 생소한 실험을 할 때도 항상 그 말씀을 떠올린다. 실험을 하는 순간에도 보이지는 않는 경쟁자를 옆에 두고 즐기며 실험을 하는 착각도 하곤 한다. 이 같은 습관적 마음가짐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자신감과 연결 됐고, 그것이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학문후속세대양성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이제는 연구책임자로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도전과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즐기려고 노력할 것이다. 영리한 사람보다 부지런한 사람이 앞서가지만, 그 부지런한 사람조차 앞서갈 수 있는 사람이 ‘즐기는 자’라고 한다.

우리는 매일같이 반복하는 실험을 할 때, 때론 연구를 위한 실험이 아닌 계획된 오늘의 일 만큼 해야만 하는 단순 노동으로 취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도 밤낮없이 열심히 학위 과정 중인 대학원생들이 매일같이 토로하는 말 중에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다’는 말이 가장 많다. 이미 그런 과정을 경험해 본 나로서는 너무나 공감될 수밖에 없는 말이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재미와 즐길거리를 찾을 수만 있다면 큰 위안이 될 것이고, 원하는 연구 결과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직도 나는 무엇을 향해 계속 도전하고 걸어가고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누구나 갖기 마련이지만, 그것을 알 수 없는 도전에 대한 흥미로 바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길 자세가 돼 있다면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김태우 카이스트 연구교수·의과학대학원
분자생물학 전공으로 충남대에서 박사를 했다. 암 관련 유전자 발굴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후보 타깃 유전자의 기능성 검증에 관한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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