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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호 새로나온 책
870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7.03.0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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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의무와 윤리와 덕의 윤리 간에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두 가지 유형의 윤리가 상호 보완하는 가운데 우리의 도덕적 상상력과 창의성을 수용하면서도 규칙에 기반한 의무윤리가 갖는 현실성도 차용할 수 있는바, 제3윤리의 가능성을 구상할 기회를 선용해야 할 것이다. 사회구조와 도덕체계 간의 상관성을 경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소규모 공동체에 적합한 전통적인 도덕체계를 오늘날과 같이 더 복잡하고 다원화된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 할 것이다. 그러아 보다 명시적이고 최소주의적인 의무의 윤리를 기반으로 하여 그것이 갖는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덕의 윤리를 부분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의무윤리와 덕윤리가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도덕 공동체의 가능성을 타진해봐야 할 것이다.”
―황경식 서울대 명예교수, 『법치사회의 예치국가』(철학과현실사, 2017.2) 중에서

 

■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 민족문제연구소 기획, 김민철·김승은 외 지음, 생각정원, 496쪽, 19,000원

일제 강제동원 피해의 진상규명과 보상을 위해 싸워온 피해자·유족·한일 시민의 목소리를 한 권에 응축한 책으로 18명의 필자가 집필했다. 길게는 20년, 많게는 30차례에 걸쳐 시베리아에서 파푸아뉴기니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남아 있는 비극의 역사 현장에 찾아가 취재하고, 피해당사자와 유족, 목격자의 구술·인터뷰를 생생하고 촘촘하게 기록했다. 책은 총 4부로 이뤄져 있다. 1부에서는 ‘군함도’라 불리던 하시마와 인근의 다카시마를 직접 취재해 강제동원의 실상을 담았다. 2부에서는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역에 걸쳐 전쟁의 군수품 조달에 동원됐던 조선인 노무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3부에서는 시베리아에서 파푸아뉴기니까지, 미처 알지 못한 다양한 모습으로 일본의 침략전쟁에 동원됐던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4부에서는 일본정부와 전범기업에 맞선 피해자와 유족들의 법정투쟁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진상규명, 일본정부의 공식적 책임 인정과 배상 등 여러 가지 남겨진 과업을 제시한다.

 

■ 사회·기술시스템전환: 이론과 실천, 송위진 엮음, 박인용·성지은 외 지음, 한울엠플러스, 302쪽, 30,000원

기후가 변화하면서 갑작스런 자연재해가 일상을 뒤흔든다. 화석 연료는 환경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매장량도 한정돼 있다.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사회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이런 글로벌 수준의 거대 사회문제들로 지구촌 곳곳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사회·기술시스템전환론’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과학기술정책이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넘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까지 확장된 것이다. 사회·기술시스템전환론은 기존의 시스템을 넘어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한다. 또한 경제성장, 사회통합, 환경보호, 시스템혁신, 거버넌스를 핵심 개념으로 제시하고 에너지시스템, 물시스템, 도시시스템, 자원시스템, 농식품시스템, 보건·의료시스템의 전환 전략을 실천적으로 다룬다.

 

■ 쟁점 한국사-전근대·근대·현대편, 한명기·이기훈·박태균 외 지음, 창비, 전근대편 252쪽, 근대편 250쪽, 현대편 288쪽, 각권 15,000원 세트 45,000원

역사를 둘러싼 다양한 관점에 대한 이해와 올바른 역사관을 제시한다. 전근대, 근대, 현대의 3권으로 구성된 ‘쟁점 한국사’ 시리즈는 단군조선의 강역 논란부터 한일 역사교과서 논쟁까지 역사학자들이 가려뽑은 한국사의 24가지 핵심 쟁점을 담았다. 통사 구성의 일반적인 교양서들과 달리 역사적 논쟁과 이슈를 중심으로 한국사를 재구성했다. 한명기, 이기훈, 박태균 등 각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23명의 쟁쟁한 역사학자가 전쟁, 인물, 외교, 과거사, 민주화, 역사교과서 논란 등 다양한 주제를 각자의 관점으로 재해석해 ‘하나의 올바른 역사’가 아닌 ‘24가지 다채로운 한국사’를 만들어냈다. 고심 끝에 걸러진 이 책의 주제들은 과거를 새롭게 반추해 오늘날의 현실을 제대로 성찰하게 할 뿐 아니라, 미래를 이끌어갈 대안과 문제의식까지 제시한다.

 

■ 지배의 논리와 경계의 사상, 정선태 지음, 소명출판, 380쪽, 27,000원

이 책은 문학을 근간으로 하되 역사를 시야에 두고서 지배의 논리를 보여주며 ‘소재하되 소속되지 않는’ 태도로 경계의 사상을 모색한다. 특히 저자는 근대계몽기의 담론장에서 <태극학보>의 ‘국민’ 담론이 ‘망국’이라는 위기 상황 아래에서 형성된 것인 만큼 근대국민국가가 위기 상황을 지속적으로 조성함으로써 ‘국민’의 존재를 자연화=영속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가’는 권력을 소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힘의 관계의 표현이며, 그 표현이 제도화한 것이다. ‘제도화한 것’이므로 그것은 사후적으로 구성된 것이다. 그것은 어느 순간 ‘신화’가 돼 비판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릴 정도로 무소불위의 존재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길은 ‘국민-국가’라는 근대적 개념이 이곳의 지적 토양에서 어떻게 발아되고 싹을 틔었는가를 계보학적으로 추적하는 것이다. 

 

■ 폭력과 소통: 트랜스내셔널한 정의를 위하여,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기획, 이창남 엮음, 세창출판사, 176쪽, 15,000원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강한 국민국가들의 정의론에 머물러 있으며, 이른바 글로벌화된 지구촌에서 일상적으로 심화되는 경제적 불평등과 인종/민족적 갈등들에 대한 진단과 대응도 과거적 정의의 관념에 의존하고 있다. 더욱 심화한 현재 의식에 기초한 폭력에 대한 성찰과 전망만이 폭력의 평가와 해법에 있어서 나타나는 이러한 편향과 시대착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이 책은 그 문제 해결의 단초를 숙고할 수 있는 폭력에 대한 성찰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크게 ‘폭력과 기억’, ‘자유의 역설’ 2부로 나눠, 전시 성폭행 문제, 오키나와와 라틴아메리카 등 실제적 문제를 정의론 관점에서 분석하는가 하면, 지구화 시대의 폭력과 인정이론적 폭력 개념, 민주적인 사회적 공공성, 과두적 불평등 등의 문제를 짚었다.

 

■ 현대 엔지니어와 산업자본주의: 비교사 관점에서 본 엔지니어의 세계, 피터 메익신스·크리스 스미스 지음, 김덕호·이은경 외 옮김, 에코리브르, 432쪽, 21,000원

이 책은 교육받은 노동자와 자본주의 사회 일반에 관한 비교 연구 속에서 발전한 것이다. 아울러 ‘교육받은 노동자’ 중 규모가 가장 크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엔지니어, 즉 자본주의 산업화의 핵심을 이루고 있음에도 제한적인 관심밖에 받지 못한 그룹에 주목한다.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일본 등 산업자본주의 6개국의 공학에 대한 역사적 사례 연구를 보여준다. 이 책의 핵심을 이루는 사례 연구는 엔지니어에 관한 비교 연구가 갖는 더 넓은 함의를 보여주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각 사례 연구는 한때 자본주의 선도 국가로서 지위를 지녔던 나라 혹은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산업 및 사회 조직의 모델로 여겼던 나라에 초점을 맞춘다. 엔지니어의 양산과 조직화 방법은 이들 국가의 역사를 구분하는 변수 중 하나이며, 이들 국가의 상이한 경제적·사회적 역학의 핵심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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