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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3천655만원
연봉 3천655만원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서울여대·현대철학
  • 승인 2017.02.2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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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서울여대·현대철학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연봉 3천655만원. 누구의 것일까. 1000대 기업 대리급 평균연봉 3천970만원보다 적고, 금융계 공공기관 신입사원 평균연봉 3천985만원보다 적고, 도시근로자가구 연평균소득 5천780만원에는 턱없이 못 미치지만, 20대 가구주 연평균 소득 3천650만원과 유사한 연봉. 이것은 학사, 석사, 박사 다 마치고 평균 42세를 넘긴 비정년 전임교원의 평균연봉이다. 이에 반해 정년직 전임교원의 평균 연봉은 7천426만원.
 
비정년 전임교원은 정년직 전임교원과 하는 일이 다를까? 전임교원이 대학에서 맡는 핵심적 역할이 강의라면, 교육전담 비정년 전임교원은 정년직 전임교원보다 더 많은 강의를 한다. 그게 아니라 전임교원의 핵심적 역할이 연구라면, 연구전담 비정년 전임교원은 비교도 안될 만큼 많은 연구 성과를 낸다. 더구나 전임교원의 핵심적 역할이 산학협력이라면 산학협력 비정년 전임교원은 아예 이 업무를 전담한다. 그리고 별다른 명칭 없이 그냥 계약직 교수로 불리는 비정년 전임교원은 강의도 하고, 연구도 하고, 산학협력은 물론 소속 학과의 온갖 일을 다 떠맡는다.

그렇다면 3천655만원과 7천426만원이란 연봉 격차는 어디서 온 것일까. 이것이 적은 비용으로 전임교원 충원율을 높이기 위한 꼼수라는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그렇다면 왜 대학들은 전임교원 충원율을 높이려고 할까? 그야 교육부의 대학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함이다. 그래야 교육부의 재정지원제한 대학에 걸리지 않고, 각종 지원사업을 따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신임교수 중 56.6%가 비정년 전임교원이라고 한다. 이런 추세면 머지않아 전체 교수의 절반이 비정년 전임교원으로 채워질지도 모른다.

정부는 해마다 수천억원을 대학에 지원한다. 이런 재정지원은 분명 대학의 교육 여건 개선에 기여해야 한다. 그런데 역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대학들이 비정년 교수를 양산한다면? 일부에선 비정년 전임교원이라도 교수충원율을 높이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그러나 정년직 연봉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는 비정년 전임교원의 확대가 교육과 연구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다면, 이는 교육여건 개선이라 볼 수 없다. 더구나 이런 질적 저하가 없다면 비정년 전임교원의 확대는 이를 통해 절감한 예산으로 정년직 전임교원의 연봉 수준을 유지시켜 주는 셈이기 때문에, 결국 이들에 대한 착취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분명 대학교육을 단지 비용논리로만 본다든지, 아니면 교수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해, 혹은 정년직 전임교원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비정년 전임교원의 채용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비정년 전임교원 확대를 통해서라도 예산을 절감하려는 것은 무슨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들 대학들은 대개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해 있고, 그나마 입학생 급감이 코앞에 닥친 마당에 전임교원을 정년직으로만 충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발상을 바꾸어보자. 교육부가 수천억원의 대학지원금을 전임교원 충원율 등 교육여건이 좋은 대학이 아니라, 순수한 재정적 이유 때문에 정년직 전임교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대학에 지원함으로써 전임교원 충원율을 높이게 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교육부의 대학지원은 비정년 전임교원을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정년직 전임교원을 늘릴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리고 이를 통해 대학의 교육 여건 개선 역시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조만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면 대학 지원도 발상의 전환이 있기를 바란다.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서울여대·현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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