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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의 본질은 ‘나를 찾는 것’ …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면 학문도 못해”
“대학교육의 본질은 ‘나를 찾는 것’ …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면 학문도 못해”
  • 김홍근 기자
  • 승인 2017.02.27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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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창업 시대, ‘교양교육’ 강조한 원종철 가톨릭대 신임총장
대학들은 2017년을 ‘변화의 해’라고 말한다. 정치적인 변화, 사회적인 변화와 더불어 2주기 대학구조개혁까지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몇 대학에서는 파격적인 인사까지 감행하면서 변화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5일 가톨릭대도 원종철 신부를 새로운 총장으로 맞이했다. ‘잘 가르치는 대학’정부 인증까지 받았던 가톨릭대의 신임총장은 어떤 변화를 추구할까. 원 총장은 의외의 답을 내놨다.
“나를 찾는 대학을 만들겠다.”
가톨릭대 총장실의 분위기가 그랬다. 격변의 대학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오래된 듯한 원목 소재의 스피커에서는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원 총장은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연주곡’이라고 소개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대학들을 생각하면 베토벤의 ‘운명’이 더 어울렸을지 모르겠지만, 원 총장이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교양교육’과 잔잔한 클래식은 왠지 모르게 조화로운 인터뷰를 이끌었다.
4차 산업혁명과 첨단산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도 모자를 시기에, 과연 교양교육이 대학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지 묻자, 원 총장은 단호하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럴때 일수록 근본으로 돌아가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나’를 찾고, 스스로 미래를 탐색하고 선택하도록 돕는 것, 그것이 대학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원 총장. 앞으로 4년을 같이할 새내기들이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던 날, 취임 후 첫 학기 개강을 앞두고 있는 원 신임총장을 지난 21일 가톨릭대 총장실에서 만났다.
 
•일시: 2017년 2월 21일 오전 10시
•대담: 최익현 편집국장
•사진·정리 김홍근 기자 mong@kyosu.net
 
 
△앞으로 4년의 임기 동안 대학을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크고 작은 계획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취임사에서는 ‘나를 찾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강조하셨는데요.
“전공이 교육학이다 보니 항상 교육의 역할은 무엇인지, 참된 교육을 하는 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평생 저의 화두였습니다. ‘나를 찾는 대학’이라는 개념은 제가 평생교육을 하면서 교육이 가야 할 길에 대해서 스스로 정의를 내린 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대학들이 교육의 역할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하는데, 근본적으로 자기를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오늘날 대학이 정치적·사회적으로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예컨대 정부에서 대학 재정지원사업을 했을 때 대학 입장에서는 안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몰려드는 것처럼요. 그런데 과연 교육이 이렇게 흔들려서야 되겠느냐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교육의 본질을 찾자. 그리고 그 본질 속에서 대학의 역할은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나’를 찾고, 스스로 미래를 탐색하고 선택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를 찾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표현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습니다. ‘나를 찾는 대학’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대학에 오기 전까지 많은 것들을 부모들이 결정해주는 것에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누구인지를 잘 모르고 자신이 무엇을 선택할지를 모르는 거죠. 일전에 학생들에게 앞으로 누구와 결혼을 하고 싶은지를 질문한 적이 있는데, 과반 이상의 학생이 부모가 선택해주는 배우자를 선택하겠다고 하는 답변을 듣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왜 이렇게 됐는지 고민을 해봤습니다. 부모님들이 모든 것을 실패 없이, 좋은 길만 가도록 옆에서 계속 도와주다 보니, 결국 학생들이 무엇인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잃는 것이죠. 선택에 대한 두려움이 취업까지 못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고요. 내가 좋아하는 색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친구를 좋아하는지, 대학에서는 어떤 동아리를 가고 싶은지, 이러한 하나하나의 선택들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연습해야 합니다. 이제까지는 부모님의 선택에 따라서 지내왔더라도, 이제는 수강신청에서부터 전공까지 스스로 선택하고, 졸업한 다음에 이 사회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찾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나를 찾는다’는 것을 조금 더 철학적으로 얘기하면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고, 그 표현에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들이 발전해 나가는 모든 철학의 시작이 거기서 됐듯이, 나를 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취업의 선택, 배우자의 선택 등 수많은 선택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학문을 시작하는 시발점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양교육에 대한 남다른 의지를 갖고 계십니다. 교양교육 강화 정책이 가톨릭대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리 사회는 보통 교양이라는 개념을 국어, 수학과 같은 과목에 한정된 것처럼 얘기합니다. 하지만 저는 교양이라고 하면 인간이 다른 인간과 함께 살아가면서 인생관이나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양교육은 한 인간이 세상을 어떻게 바르고 의미 있게 살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해줍니다. 가톨릭대가 교양교육을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착한 인간이 되라고 하기보다는, 그들이 인생을 정말 가치 있게 살도록 가르치려는 뜻에서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의사들이 생체실험을 했던 경험이 있잖습니까? 아무리 공부를 잘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비윤리적인 일에 사용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돈도 많이 벌어야겠고, 가족을 위해야 하는 의무감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진 것을 기쁘게 나눌 수 있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생각하는 가치관을 자꾸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대학에서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교양교육’입니다. 전공만을 강조해 가르친다면 학생들에게 모래 위에 집을 짓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교양교육 강화를 통해 학생들이 정말 든든한 바위 위에 집을 지어서, 사회에 나가더라도 흔들림 없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또, 가톨릭대가 교양교육이나 인간학연구소를 계속 강조하는 이유는 그 근본에 그리스도적 가치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우리 가톨릭 대학의 존재 이유가 교회 정신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스도교적인 기본 가르침이 교양교육을 강조하는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총장님께서 강조하시는 교양교육을 어떤 형태로 교과에 반영할 계획이십니까?
“예를들어 CAP(Creativity, Analytical Competence, Problem-solving Competence)라고 학생들이 창조적이고 분석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수업이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처럼, 생각하고 분석할 수 있는 창조적인 인재를 양성하도록 하는 교과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체험해볼 수 있는 수업도 개설돼 있습니다. 또 요즘 대학에서는 교수들과 학생들의 일대일 상담이 굉장히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교수들을 통해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과의 면담을 통해서 수업 외적으로도 교양교육을 실천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대학개혁의 시대입니다. 전직 기획처장으로서 대학개혁에 관한 총장님의 의중이 궁금합니다.
“오늘날은 사실 사립대학의 위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 약 80% 정도 대학이 사립대인데도 불구하고 사립대들이 대학구조개혁이나 재정지원사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자율성을 점점 잃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것이 심각해지면 사립대들의 준공립화까지도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립대는 재정이 부족하기 때문에,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태고, 재정지원을 받으려면 어느 정도 국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국가가 사립대학에 대해서 자율성을 보장하고, 스스로가 노력해서 좋은 대학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여건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가톨릭대 같은 경우에는 가톨릭재단의 대학이기 때문에 더욱더 ‘가톨릭’다운 대학 만드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이사회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해서 스스로의 힘으로 학교를 만들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한편으로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학부 인원을 줄여야 하는 것이 불가피한 일이라고 한다면 그에 대한 자구책을 생각했을 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대학원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합니다. 특수대학원이나 일반대학원에 여러 가지 강화·발전시킬 것들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교수 임용 계획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총장님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인재상이 있으십니까?
“아무래도 대학이다 보니까 우수한 교수, 잘 가르치는 교수를 우선적으로 뽑아야 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대학의 교육이념을 잘 실현할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객관적인 지표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가톨릭대의 교육이념을 지지해줄 수 있는지, 또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사립대학을 바라보는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하셨는데,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합니다.
“사회에서 사립대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왜 그런지를 생각해보니 지난 수십년간 일부 사립대학의 재단이 사리사욕을 품거나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다수의 사립대학이 똑같은 잣대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사회에 이바지하려는 뜻으로 설립자의 소신에 따라, 사립대학을 설립·운영하고 있는 분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또, 자유로운 운영을 통해 사립대학이 각 대학만의 색깔을 갖고, 사립대학으로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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