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4:25 (토)
868호 새로나온 책
868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7.02.22 1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왜 이 여자들은 서울 남자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게 될까? 아니, 왜 서울 남자들이 시골에서 섬 처녀와 행복하게 산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답은 명확하다. 근대화가 보장해주리라 믿었던 행복은 시골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의 가사는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지만, 그 ‘총각 선생님’이 ‘섬 색시’를 서울로 데리고 가 결혼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해피엔딩 아니겠는가. 그러니 핵심은 ‘희망’이 서울을 향해 있다는 점이다. 시골은 ‘잘살아보세’ 바람에서 배제돼 있었고, 사람들은 ‘무작정 상경’의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기어이 서울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를 행하지 못한 사람들은 섬과 육지를 가로막은 바다를 바라보는 듯한 절망적 심정을 갖게 됐을 것이다.”
―이영미 성공회대 초빙교수, 『동백아가씨는 어디로 갔을까: 대중문화로 보는 박정희 시대』(인물과사상사, 2017.2) 중에서 

 

■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 19세기 음향학의 수사학적 분석, 구자현 지음, 서강대출판부, 324쪽,  19,000원                                                                                                      

    이 책은 그 동안 저자가 19세기 음향학에 대해 다각적으로 수행해 온 과학사적 연구를 토대로 최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수사학을 접목시켜 19세기 음향학사에 대한 새로운 측면을 드러내고자 기획한 것이다. 최근에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수사학의 방법론을 통해 텍스트 분석을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함으로써 과학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의 새로운 지평을 발견하고자 한다. 국내에서 과학 수사학은 새로운 분야로 거의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분야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과학 수사학이 어떠한 학문인가를 본격적으로 국내에 알리는 연구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1장과 2장을 통해 저자는 수사학과 과학 수사학의 국제적 연구 동향을 소개함으로써 이러한 주제에 관심을 갖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한다. 3장부터는 본격적으로 19세기의 음향학의 다각적 측면을 다양한 수사학적 방법을 동원해 가능한 한 역사적 순서를 따라 살펴본다.

 

■ 바이마르 헌법과 정치사상, 헤르만 헬러 지음, 김효전 옮김, 산지니, 994쪽, 70,000원  

       독일 현대 정치학의 아버지 헤르만 헬러의 저작과 논설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총 5편으로 구성돼 바이마르 헌법, 국가이론, 정치사상 등을 다룬다. 번역을 담당한 김효전 동아대 명예교수는 “헤르만 이그나츠 헬러는 한국의 헌법학이나 정치학에서 그리 알려진 편은 아니지만 바이마르 독일이 고뇌하고 경험한 민주주의 실험과 헌법 현실의 경험은 현재의 우리들에게 어떤 교훈과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말한다.?바이마르 헌법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혁명으로 독일 제정이 붕괴되고, 보통·평등·비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민의회가 의결하고 공포했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헌법으로 평가받으며 각국의 헌법 제정에 큰 영향을 미쳤고, 대한민국 제헌 헌법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다가오는 2019년은 바이마르 헌법 제정 100주년으로, 이 책을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와 헌법, 그리고 국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수학, 세계사를 만나다: 역사에 숨은 수학의 비밀, 이광연 지음, 투비북스, 404쪽, 16,800원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출발해 고대를 거치고 중세를 지나 근세에 이르러 현대로 이어지는 세계사의 흥미진진한 명장면 스물여덟 개를 선정해 역사적인 장면들이 왜 그렇게 펼쳐질 수밖에 없었는지, 수학이 그 장면들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는지, 역사 속 인물들이 어떻게 수학의 지혜를 구해 역사를 움직였는지 간단하고 단순한 수학으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저자는 그동안 여러 책을 통해 수학이 단지 수학자들만의 지루한 전유물이 아님을, 이미 대중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을 기발한 발상과 쉽고 재미있는 입담으로 흥미롭게 들려줘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수학자로서는 대단한 역사 지식과 인문 교양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역사를 바라보는 눈으로 ‘수학’이라는 신선한 시각이 있을 수 있음을 알게 한다. 『비하인드 수학파일』을 개정한 이 책은 역사 유물, 명화, 시사 등 관련 이미지를 더 풍부하게 넣어 수학과 세계사의 만남을 훨씬 생생하게 보여준다.

■ 조선의 생태환경사, 김동진 지음, 푸른역사, 364쪽, 20,000원

생태환경사를 통해 한국사회경제사를 재정립하고 이를 역사교육의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지속해온 김동진 한국교원대 교수의 책이다. 저자는 산업화 이전 한국인들의 일상생활을 강력히 규정하고 다른 지역·시기의 사람들과 차별화된 삶을 살아가게 한 생태환경의 제반 특성과 변화 양상에 대해 아직까지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한반도의 생태환경과 한국인의 삶이 크게 바뀐 15~19세기 조선시대에 주목한다.?조선시대 한국인의 여러 활동으로 인해 이전까지의 생태환경이 급속한 변화를 겪었고 당대인들 또한 그렇게 변화된 생태환경에 영향을 받아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야생동물, 가축, 농지, 산림, 미생물, 전염병 등 우리를 둘러싼 생태환경 전반을 아우르며 살핀다. 저자는 이런 접근은 조선시대 이해의 폭을 넓혀 역사학을 더욱 역사학답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 중국은 어떻게 서양을 읽어왔는가, 왕첸 지음,홍성화 옮김, 글항아리, 312쪽, 18,000원

일본 학계에서 활약하는 중국인 학자 왕첸의 책으로, 중국의 사상적 개혁개방의 상징인 <讀書>의 창간부터 현재까지 약 30여 년 동안 중국 지식인들이 서양의 현대사상을 어떻게 읽고 수용했는지를 다룬다. 저자가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묘사하고자 하는 것은 약 사반세기 동안 선진국의 현대 사상을 소개하고 수용한 중국 사상계의 역사다. 단순히 학술사적인 소개가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동기는 무엇인지, 중국 사회의 역동적인 변화를 염두에 두고 사상과 사회의 연동에도 주목하면서 고찰하고자 한다. 그리고 기나긴 역사를 가진 고유의 사상 문화와 외래의 사상 문화가 충돌하는 속에서 중국 지식인이 어떻게 선진국의 사상 문화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는가에 대해서도 소개하고자 한다. 푸코나 데리다와 같은 철학자들의 수용 면면을 짚어낸 대목은 인상적이다. 

■ 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아름다운 삶을 위한 철학의 기술, 빌헬름 슈미트 지음, 장영태

옮김, 책세상, 316쪽, 16,800원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철학자인 저자는 이번 책에서 욕망, 관계, 고통, 분노, 시간, 죽음 등 삶을 둘러싼 여러 근원적 질문을 던지며, ‘삶의 기술로서의 철학’이라는 관점에서 인간의 삶 전체를 총체적으로 새롭게 이해하도록 이끈다.?현대 문명 한가운데에, 질주하는 시간 문화 한가운데에 철학과 성찰의 순간으로서 ‘정지’를 시각화한 호퍼의 그림에서 슈미트 교수는 삶의 문제를 제시하기 위한 공간, 잠시 멈추어 자신과 자신의 시대를 조회하기 위한 공간으로서 철학 본연의 모습을 포착해낸다. 불안, 분노, 우울, 허무, 스트레스 등을 느끼며 삶의 가치에 대한 혼돈과 실존적 고통을 겪고 있는 현대인에게 고독과 외로움은 늘 경계의 대상이 되며, 멈춰 있는 시간의 무게감은 견딜 수 없다.?하지만 저자는 혼자만의 쓸쓸함이 동반되는 고독의 시간이야말로 깊은 사색의 행복과 충만한 삶을 확보할 수 있는 통로, 즉 철학이라 불리는 독특한 공간으로의 소풍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