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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시민단체 언론 편향…새로운 방향성 모색 필요”
[학술대회] “시민단체 언론 편향…새로운 방향성 모색 필요”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2.1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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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의 주제를 정하는 것은 어렵다. 시기적절한 주제를 제시하고 학자들의 다양한 관심을 조율하면서 공유된 문제의식으로 만들어 내는 전초이기 때문이다. 지난 6일 한국사회이론학회(회장 김철 숙명여대 법학과)는 ‘사회운동과 우리사회:NGOs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연세대 알렌관에서 후기학술대회를 열었다. ‘사회운동’과 ‘우리사회’ 둘 다 포괄하는 분야가 크다 못해 거대한 주제인지라 어떻게 소화해 낼지 사뭇 궁금해지기도, 또 주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겉도는 논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그러나 그간 한국사회이론학회가 개최해 온 학술대회의 주제를 보면 이들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평등문제와 우리사회’, ‘갈등과 우리사회’, ‘윤리와 우리사회’, ‘민주주의와 우리사회’, ‘인터넷과 우리사회’, ‘정신분석과 우리사회’ 등 ‘우리사회’와 매개한 다양한 요인들을 논의해 온 것이다. 이 같은 형식으로 개최한 학술대회만 20회에 달하니 10년간 ‘우리사회’를 화두로 안고 있었던 셈. 그 행보의 뒤를 이어 이번에는 ‘사회운동과 우리사회’가 선정됐다.

이 자리에는 박영신 연세대 교수(사회학)를 비롯해 김광수 명지대 교수(법학과), 박창호 경북대 교수(사회학)등 8명의 발표자가 참석했다. 흥미로운 것은 발표자의 대다수가 현재 NGO 활동을 하고 있는 현역 교수라는 점. 박영신 교수는 녹색연합의 대표이며, 송보경 서울여대 교수(사회학)는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대표이다. 이인재 한신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경기복지시민연대 운영위원장이며, 조현옥 한신대 교수(정치학)는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희 21세기 여성 포럼 공동대표도 참석했다.

‘우리사회’를 둘러싼 10년간의 문제제기

참석자의 면면에서 볼 수 있듯이 학계와 시민운동의 양 진영에서 활동하고 있는 발표자들인 까닭에 시민운동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과 과제, 그리고 학술적인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용이해 보였다. 김철 회장은 “NGOs라는 용어가 익숙해진만큼 사회운동이 삶의 영역 가까이 들어왔지만, 혹자는 이를 두고 사회운동 단체의 권력화 현상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우리의 사회운동이 사명의 격렬함과 의미심장함을 잃어버렸다고 말한다”라며 “사회적 존재와 사회 운동 간의 관계를 새로운 각도에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라고 학술대회 개최 의도를 설명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경험에 기반한 사례들을 분석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시민단체의 현 위상을 점검했다.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비판을 넘어서기 위한 시도이기도 했다.

박창호 교수는 발표문 ‘정보사회와 NGOs 운동’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한 NGO와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NGO를 비교·분석했다.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연합, 참교육 학부모회, 녹색연합의 서울과 대구 단체의 재정, 회원수, 회원들의 참여를 분석한 결과 박 교수가 내린 결론은 “중앙의 NGO의 활동은 주로 언론 중심의 활동에 치우치는 경향이 강한 반면, 대구의 NGO의 경우 대 시민 활동에서 두드러진 모습을 보인다”는 것. 그는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과 같은 시민단체들은 서로 그 목적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실제는 비슷한 활동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즉 언론의 관심에 따라 시민단체의 활동이 방향성을 잃고 좌지우지된다는 것이다. 시민의 목소리보다는 상근활동가의 의견이 언론을 통해 부각되는 현실도 지적했다.

시민없는 시민단체’를 넘어서

‘시민운동과 사회경영’을 발표한 양참삼 한양대 교수(경역학)가 제시한 방법은 시민단체의 방향성을 정립을 위한 대안이기도 했다. 양 교수는 “시민운동을 경제정의의 실현의 문제, 환경문제, 소비자주권 운동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중심으로 한 ‘큰 컨셉트’ 사회 경영과 시민생활의 불편을 더는 일 등 일상의 문제들을 다루는 ‘작은 컨셉트’ 사회경영으로 나눌 것”을 제안했다. 전문가와 일반인의 활동을 쉽게 나눌 수 있어 인력배치에도 효율적일 뿐 아니라, 각각의 시민단체들이 자신의 성격을 명료하게 함으로써 방향성을 잃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다층적인 시민단체의 활동이 구현될 수 있다는 이상도 담았다.

이밖에도 ‘내부로부터 본 여성운동: 여성 연합 활동을 중심으로’, ‘한국의 소비자 운동: 소시모의 식품 안정성 확보 운동을 중심으로’ 등 생생한 활동의 보고서도 발표됐다.

각기 다른 학문을 전공한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시민단체’라는 매개가 있었기에, 또 ‘우리사회’라는 공통의 화두를 지녔기에 가능했다. 이 날의 논의는 내년 가을 수정과 보완을 거쳐 학회지 ‘비판사회’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한 발표가 1년 뒤 숙성된 논의로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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