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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는 연구자의 자세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는 연구자의 자세
  • 남윤호 가톨릭대 박사·방사선과학교실
  • 승인 2017.02.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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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남윤호 가톨릭대 박사·방사선과학교실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의 이해(Mastering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였다. 포럼 이후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다양한 시각들이 대중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산업 전반에 걸쳐 자동화와 연결성이 극대화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우리의 친구인지 적인지 알 수 없는 인공지능이 있다.

최근 몇 년간의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가 사람보다 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믿어왔던 많은 분야 (얼굴인식, 외국어번역, 자동차운전, 바둑 등)에서 사람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월등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기존의 많은 일자리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거나 역할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내가 현재 몸을 담고 있는 연구분야에도 인공지능의 물결이 매우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나는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자기공명영상장치(MRI)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지금은 대학병원 영상의학과에서 영상의학전문의들과 함께 의료영상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많은 매체들에서 영상의학과 의사는 의료영상을 판독할 수 있는 인공지능에 의해 큰 위협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으로 얘기하고 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쉽게 일어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의사들이 수행하는 역할에 있어 일정 부분 인공지능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학자인 나를 포함한 많은 연구자들에게도 이러한 변화의 물결이 비껴가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러한 시대적인 변화 속에서 학위과정의 의미와 연구자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박사과정 초기에 지도교수님께 이런 질문을 드린 적이 있었다. 지금 내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가 흥미롭지만 학계에서 주류가 아닌 것 같고 졸업 후에 이 연구로 쌓은 지식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 같아 미래가 걱정이 된다고 말씀을 드렸었다. 이에 덧붙여서 박사라고 하면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칭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당시로써는 연관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여러 분야를 수행하느라 전문성을 쌓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고민이라는 말씀을 드렸다.

그 때 교수님께서는 여러 조언을 통해 나에게 박사과정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셨다. 지금 쌓고 있는 지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배워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셨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셨다.

다가오는 인공지능의 시대에서는 지식의 양과 질이 경쟁력이 되기는 더욱 더 어려워질 것이다. 연구자를 평가하는 잣대도 양적인 성과보다는 어떤 문제를 제기해왔고 어떻게 해결했느냐가 보다 더 중요해 질 것이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인공지능 시대의 연구자로서 필요한 자세는 본인의 연구를 좋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위자체를 즐길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인공지능이 가지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남윤호 가톨릭대 박사·방사선과학교실
전기공학 전공으로 연세대에서 박사를 했다. 자기공명영상기법에 관한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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