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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時局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時局
  • 남송우 논설위원/부경대·국문학
  • 승인 2017.02.2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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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남송우 논설위원/부경대·국문학

벌써 겨울 방학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학생들은 봄 학기 수강 신청을 끝내고 개강을 기다리고 있으며, 교수들도 신학기 강의준비를 마무리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밖 사회는 아직 끝나지 않은 정국 혼란으로 질고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가까워져 오면서 사회 분위기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촛불 민심으로 대통령 탄핵이 진행 중인 이 시점에서 태극기를 앞세우고 탄핵을 반대하는 무리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박사모를 중심으로 한 집단들과 이에 동조하는 자들이 이 모임의 주체가 되고 있다. 심지어는 정치인들도 가세하고 있는 형세다. 그래서 나라의 여론이 탄핵 찬성과 반대로 양분되고 있다. 대통령의 잘못된 통치 행위가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분노하기 시작한 촛불 시위 초기에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대다수 국민이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탄핵돼야 한다’는 당위적인 사실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회의론으로 변해가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사실을 두고 생각을 달리할 수는 있다. 각기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권리와 자유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탄핵 사실을 두고는 근원적으로 찬반양론이 생길 수 없다는 사실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몇 가지 사실만 두고 보더라도 통치권자가 공의롭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것이 온 천하에 다 드러났다. 그리고 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국민주권을 훼손했다. 그래서 80% 전후의 국민들은 탄핵에 찬성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문제가 된 통치자에 대해 무엇을 잘 했다고 옹호하는 무리가 생겨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의 모임이 자발적인가, 아니면 어떤 배후 세력에 의한 조종인가 하는 의문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우리나라 국민의 수준이란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른바 원로 법조인 몇 사람이 탄핵 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헌재의 신속한 결정에 제동을 거는 이상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이것이 한 나라의 최후의 법질서와 정의를 세워가야 할 원로 법조인들의 수준인가 하는 점에서 가슴 아픈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원래 사법 정의는 약자와 억울한 자를 보호하는 데서부터 세워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통용되는 사회로 전락한 지 오래 됐다. 사법부 개혁의 필요성을 논의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지금 현재 온 국민이 원하는 바는 빠른 시간 안에 탄핵 정국이 정리되고, 나라가 바로 세워져 모두가 자신의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헌재는 하루라도 빨리 탄핵 문제를 헌법의 정신에 따라 정의롭고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 문제가 빨리 정리되지 않고 계속 시간을 끌게 된다면, 모든 국민은 더 많은 고통스런 시간을 견뎌야 하는 질고를 짊어지게 된다. 현재도 국민은 정국의 혼란뿐만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이 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더 격한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하루라도 빨리 헌재의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대학이 개학을 한 뒤에도 이 문제가 빠른 시간 안에 정리되지 않는다면, 젊은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강의만 듣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상황이 계속되기는 힘들 것이다. 이른바 9포세대가 돼버린 젊은이들의 불만은 자연스럽게 촛불 광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사태가 전개되지 않기만을 기원할 뿐이다.

남송우 논설위원/부경대·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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