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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간결하게 더 강렬하게”…외국인 유학생 시선 사로잡을 디자인을 찾아라
“더 간결하게 더 강렬하게”…외국인 유학생 시선 사로잡을 디자인을 찾아라
  • 김홍근 기자
  • 승인 2017.02.20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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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치열해진 이미지 홍보 경쟁, 대학 UI를 말하다
대학가의 ‘UI 바꾸기’ 열풍이 여전하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전북대가 개교 70주년을 맞아 새로운 UI와 엠블럼, 캐치프라이즈 등을 선보였다. 전북대의 경우 ‘70주년 맞이’라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대학가에선 새로운 UI에 대한 도전과 실험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UI는 최근 이미지 홍보용으로 주로 쓰이면서 여러 대학들이 이를 통해 간단하고도 명료하게 대학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한다. 최근엔 온라인과 SNS의 발전으로 표출 빈도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UI 교체’ 바람이 또다시 대학가를 강타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광고만으론 부족해 … UI는 선택 아닌 ‘필수’
대학들이 UI 제작에 힘을 쏟는 까닭은 단연 학교 이미지 홍보다. 그런데 UI가 이미지 홍보에 얼마나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를 정량적으로 산출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제작에 시간과 자본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으니, 그 속내가 궁금하다.
 
UI는 University Identity의 약자로 흔히 ‘대학 이미지’ 또는 ‘대학 이미지 통일화 프로그램’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대학마다 UI 세부 구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것들은 △엠블럼 △심볼 △시그니처 △마스코트 △슬로건 등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미지 홍보에는 이렇다 할 관심을 가지지 않던 대학들이,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광고의 필요성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대학구조조정에 따른 수요의 감소, 교육 시장의 개방 등을 이유로 대학이 생존의 갈림길에 서게 되면서 학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홍보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한차례 UI 교체 열풍이 불었을 때, 상당수의 대학들은 각자의 정체성과 어울리는 엠블럼과 슬로건 등을 내놨다. 그런데 최근 또다시 대학들의 UI를 통한 이미지 변신 시도가 꿈틀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들의 ‘수요 신시장 개척’에서 이유를 찾았다. 대학 입학 정원의 감소는 곧 대학의 존폐 여부와 직결된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수요는 분명히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대학들은 곧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바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다.
 
때맞춰 당시 정부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정책이 나오면서 대학들은 적극적으로 유학생 유치 경쟁에 뛰어들게 된다. 국내 유학생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지 홍보 수단으로는 이미 많은 대학에서는 ‘광고’에 힘을 쏟고 있었지만, 이를 통해 유학생들에게 ‘어필’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외국인들에게도 언어적 한계 없이, 간단하고 명확하게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 대학들은 그것을 UI를 통해 실현하고자 했다. 엠블럼, 슬로건 등과 같은 UI는 국내 학생들은 물론이거니와 유학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학들은 UI에 건립·경영이념 등을 담아냄과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쉽고 강렬하게 인식될 수 있도록 색채와 디자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UI 중에서도 홍보수단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심볼마크는 트렌트에 가장 민감한 종류다. 특히 근래에 들어서는 다수 대학들이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심볼마크를 만들기 위해서 대학 이름의 국·영문 이니셜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기도 했다.
 
서울대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흔히 ‘샤’의 모양으로 알고 있는 서울대의 심볼마크는 사실 ‘국립서울대’의 머리글자인 ‘ㄱ’ ‘ㅅ’ ‘ㄷ’을 형상화한 모양이다. 누구나 이 심볼을 보고 서울대를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서울대는 UI를 통한 이미지 각인에 성공한 대학 중 하나다.
 
UI 변경 후 이전의 것에 비해 이미지 각인 효과가 높다는 대학가의 호평을 받고 있는 건국대의 ‘Communication Mark’ 역시 원형 심볼에서 직사각 형태의 모양으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건국대를 상징하는 ‘KU’ 영문자 이니셜과 함께 상징적 색상인 Bright Green과 Dark Green을 동시에 사용했다.
 
이처럼 대학들은 학교를 상징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시각언어를 통해 대중에게 쉽게 각인시키기 위해 UI를 활용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대학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대학 간 홍보 경쟁력과 차별화 전략이 온전히 드러나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은 일이기도 했다.
 
교체비용 ‘4억원’ 후끈 달아오른 UI 경쟁
대학가에 ‘UI 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던 때,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다. 2005년 건국대가 상허기념관 전경, 인공 호수 일감호 등을 새긴 휘장과 녹색바탕에 건국대의 이니셜인 KU를 써넣은 영문로고 등 새 UI를 발표했다. 그러자 고려대가 발끈했다. 건국대가 이니셜로 정한 ‘KU’는 이전부터 고려대가 ‘Korea University’의 약자로 정하고 ‘글로벌 KU’라는 슬로건을 고려대만의 이미지로 홍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고려대는 KU로 상표권을 등록하려고 했지만, 일반명사이기 때문에 고유 상표로 등록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문을 듣고 포기했다는 게 뒷얘기다.
 
이처럼 대학 간 UI 이미지 홍보 경쟁은 결국, 대학들로 하여금 상당한 자본과 시간을 투자하게 만들었다. 대학 UI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2013년 당시 18년간 써온 UI를 새롭게 제작한 카이스트는 새 UI 디자인 개발에만 1억원 이상의 거금을 투자했다. 건물들의 로고를 교체 하는 것까지 따지면 약 4억원이 지출됐다고 한다. 당시 카이스트 관계자는 “기존 UI가 카이스트를 국내외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대학으로서 혁신적이고 국제적인 이미지로의 변경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새 UI를 만드는데 ‘돈’만 들었던 것은 아니다. 카이스트는 브랜드위원회를 만들고 사업설명회를 열어 UI 개발용역 업체를 공개입찰로 공모하고, 학교 구성원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의 과정을 거쳤다. 기간도 6개월 이상 소요됐다.
 
대학들은 UI를 활용한 다양한 홍보 전략을 꺼내들고 있는데, 이화여대는 지난 2013년 ‘한류 마켓 선점을 위한 글로벌 섬유 패션 리더 사업 기반 구축’이라는 연구과제로 전시회를 개최했다. 전시회에서 이화여대의 로고나 심볼이 삽입된 제품을 판매하면서 동시에 학교 이미지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였다.
 
University Identity, 대학 정체성이라고 직역되는만큼 UI 변경이나 제작을 추진하기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학교 이미지의 쇄신, 개교 기념, 글로벌 경쟁 시장 진입 등을 이유로 대학들은 여전히 기회를 엿보고 있다.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대학 관계자는 “앉아서 학생을 기다리는 시대가 끝난 만큼 학교 존립을 위해서는 UI를 통해 학교 이미지를 높여 신입생을 한명이라도 더 확보하고 재학생들의 이탈을 최대한 막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하니, 학령인구 감소와 국제화 시대에 각 대학 홍보실 교직원들이 입학 지원 시즌만 되면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홍근 기자 m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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