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0:30 (목)
867호 새로나온 책
867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7.02.16 2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물리학자들의 최대 과제는 우주의 모든 섭리를 담은 간략한 방정식을 찾는 것이다. 뉴턴 시대의 물리학자에게는 그것이 F=ma였을 것이고, 패러데이와 맥스웰을 거치면서 맥스웰 방정식도 그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다시 세월이 흐르면서 다양한 입자들이 발견되고 우주의 모든 현상을 네 종류의 힘(중력, 강력, 약력, 전자기력)과 십여 개의 입자로 설명하는 표준모형이 입자물리학의 정설로 자리 잡고 있다. 여섯 종의 쿼크와 여섯 종의 렙톤으로 이뤄진 표준모형이 미완의 모습을 벗고 모순을 없애 완벽해지려면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입자가 필요하다.?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경은 단순한 그림을 겨울에 비춰서 복잡한 형상을 만들어낸다. 망원경에 잡힌 별도 중력이라는 렌즈를 통해 변형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신의 입자’로 명명한 힉스입자 역시 표준모형 뒤에 숨어 있는 단순한 대칭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리언 레더먼 전 페르미연구소 소장, 『신의 입자: 우주가 답이라면, 질문은 무엇인가?』(리언 레더먼·딕 테레시 지음, 박병철 옮김, 휴머니스트, 2017.2) 중에서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 글로벌 주택시장 트렌드와 한국의 미래, 진미윤·김수현 지음, 오월의봄, 424쪽, 18,500원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주택정책에 관해 꿈의 나라라고 생각하는 국가들을 포함해, 주요 국가들의 주거사정과 주택정책 흐름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있다. 비록 지상의 낙원은 없다지만, 수많은 사회적 논의와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물들이다. 특히 각국이 겪는 주거문제나 정책 대응이 최근 유사한 경향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우리에게도 여러 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그동안은 먼 곳의 부러운 정책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우리도 주택시장이 거의 성숙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에 실제 검토하거나 추진해볼 만한 단계에 들어서기도 했다.?따라서 이 책은 먼저 선진국들의 주택정책 트렌드가 어떻게 변해왔고, 현재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미각의 비밀: 미각은 어떻게 인간진화를 이끌어왔나, 존 매퀘이드 지음, 이충호 옮김, 문학동네, 380쪽, 16,000원

저자는 미각을 현 세기의 놀랍게 발전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신화, 철학, 문학을 경이로운 솜씨로 종합해 맛의 유래와 미래, 그리고 그 변화의 이유를 풀어내면서 독자들이 계속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게끔 이끌어간다.그는 이 책에서 주방과 슈퍼마켓, 농장, 레스토랑, 거대 식품 회사, 과학 연구실을 직접 방문하고 탐사하면서 지금도 계속 드러나고 있는 향미 개념과 앞으로 수십 년 사이에 우리의 미각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즉, 유전자가 우리의 미각을 어떻게 빚어냈는지, 숨어 있는 맛 지각이 우리 몸의 모든 기관과 계에 어떻게 파고드는지, 마음은 다섯 가지 감각이 보내온 향미와 우리 몸의 대사 계들에서 보내온 신호를 어떻게 모아서 결합하는지, 단맛이 즐겁게 느껴지는 이유와 그것의 위험한 중독성, 왜 같은 음식인데도 어떤 사람은 역겨움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즐거움을 느끼는지, 현대인의 극단적인 맛에 대한 집착이 뇌에 대해 무엇을 알려주는지 등을 설명한다.

■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김희상 옮김, 열린책들, 344쪽, 16,000원

독일에서 가장 촉망받는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이 내놓은 독창적인 철학 대중서이다. 인식론, 존재론, 유물론의 주요한 철학 개념을 다양한 생각 실험과 비유, 위트를 버무려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명료하게 정리했다. 2013년 독일에서 출간 즉시 16주간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철학서로는 드물게 5만 부 넘게 팔리며 큰 화제를 모았다.?“철학은 엘리트나 즐기는 신비의 학문이 아니라, 폭넓게 열린 작업이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철학사의 핵심적인 논의를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 놓는다. ‘부풀려진 철학 용어의 괴물’ 대신, 무선 전화기, 소파, 거미, 일각수 등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떠올리는 다양한 대상들을 동원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높인다. 세계관의 부정은 그 자체로 정치적 함의를 띤다. 특히 저자는 오로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관점들을 관리하는 것만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사상의 자유는 관점의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가브리엘이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이유다.

 

일본 이데올로기, 다케우치 요시미 지음, 윤여일 옮김, 돌베개, 384쪽, 18,000원

평론가 다케우치 요시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책이다. 1952년의 다케우치 요시미는 『일본 이데올로기』의 서문에서 자신의 사상이야말로 이전의 도사카 등이 하려 했던 이데올로기 비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운을 띄우며, 내재하는 일본 이데올로기로부터의 탈각을 기도하고자 『일본 이데올로기』를 세상에 내놓는다고 밝힌다. 즉 다케우치는 도사카 준이 일찍이 지적했던 문제적 일본 이데올로기가 “형태를 바꾸어 실제로 부활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다케우치 요시미가 갈구한 것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사상’이었다. 그가 말하는 사상이란 ‘생활로부터 나와, 생활을 넘어선 곳에서 독립성을 유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그는 일본에 아직 싹트지 않은 사상만이, 혹은 아직 생활에 매개되지 않은 따옴표 친(외래의) 사상만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한 성찰을 바탕으로 과연 노예구조의 지배로부터도 독립해야 할 새 일본의 진정한 사상이란 어떤 형태와 방법으로 가능한지 고민했다.

■ 주권의 야만: 밀항, 수용소, 재일조선인,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권혁태·이정은·조경희 엮음, 한울엠플러스, 408쪽, 36,000원

식민지 제국 붕괴 후 주권의 상징인 국경을 넘어 ‘밀항’을 감행한 조선인들의 ‘탈국경의 역사’를 조명한 책이다. 공식 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은 역사적 경험과, 이를 관리하고 외부화한 ‘주권의 폭력’의 실체를 보여준다. 개인들이 양국 사이에서 밀항이라는 위험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 즉 미완의 탈식민화와 동아시아의 냉전 질서가 갖는 구조적 모순을 낱낱이 밝혀냈다. 1부 ‘국경 관리와 밀항’에서는 해방 전후를 통해 구조화된 조선인들의 밀항의 조건과 실태, 이를 단속한 권력의 시선을 다루고, 2부 ‘수용소의 지정학’에서는 냉전-국민국가 체제하 한일 양국의 각축장으로서의 오무라 수용소의 위치에 초점을 맞추며, 3부 ‘주권의 틈새에서’에서는 한일 양국의 냉전적 질서 바깥에서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고 사상과 운동을 전개한 자들의 흔적을 따라간다.

 

 

■ 프로이트의 편지: 새로운 삶을 위한 동일시 이야기, 김서영 지음, 아카넷, 256쪽, 12,800원

지독한 일벌레 프로이트는 방대한 분량의 저술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표준판으로 불리는 영역본은 24권에 이르고 한국어판 전집도 15권에 이른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방대한 출판물에 버금가는 7천쪽 분량의 편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청년 시절의 친구 플리스와 제자였던 카를 융, 루 살로메 등 수많은 사람과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던 이 서간들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슈테판 츠바이크가 프로이트와 주고받은 편지를 일부 갈무리해 출간한 것 말고는 중요 서신조차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못한 상황이다. 『프로이트의 환자들』, 『내 무의식의 방』의 저자 김서영 교수는 이번 책에서 유년부터 만년에 이르는 프로이트의 편지들을 소개하면서 정신분석의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프로이트는 한평생 환자들의 무의식을 ‘과학’으로 읽어내고자 한 위대한 학자인 동시에 양육, 직업 선택, 결혼, 성장의 문제로 괴로워한 생활인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