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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여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인터뷰] 김여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2.1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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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일에 열릴 ‘인문학의 새로운 방향에 관한 국제심포지엄’ 개최 준비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분주했다. ‘공동가치포럼’, ‘문명간의 대화 사업’ 등 보편가치를 지향하는 유네스코가 이번에는 인문학의 방향성을 주제로 제시했다. 무수히 많은 인문학 담론들 사이에서 김여수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지향점은 무엇일까. 김 사무총장을 지난 3일 한국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문제제기지만 이미 인문학 위기론과 대안들이 무수히 많이 제기됐습니다.

“형식상으로는 국제철학인문학협의회가 같이 회의하자고 제안했고, 협의해서 결정했습니다. 인문학 위기설이 분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제대로 된 논의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인문학은 항상 변화하는 세계에 새롭게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분야입니다. 최근 정보기술과 생명공학의 발달과 이런 변화가 야기하는 상황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인문학이 과학 기술의 새로운 변모를 어떤 식으로 수용하고 또 변화할 수 있는지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어느 담론이나 그렇듯이 한두번의 회의로 결론 내릴 수 있는 주제는 아닙니다만.

“저 역시 이 회의를 통해 정답을 내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인문학자들이 모여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또 논의를 전개하는 과정입니다. 책을 읽고 교양을 쌓는 고전적 가치의 인문학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시대에 과학과 기술의 합리성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유네스코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동가치포럼’, 역시 어떤 것이 공동가치라고 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몇십년 몇백년을 두고서라도 공동가치를 정립하는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될 것입니다.”

△행사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철학과 교수들입니다.

“그 점은 저도 아쉽게 생각합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과학과 인문학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을 초청하고자 했는데, 쉽지가 않았습니다. 메타적인 논의여서 그런지 인문학이 가지는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쉽게 응해주시지 않더군요. 해외학자들은 국제철학인문학협의회가 추천한 분들과 우리가 발굴한 분들 해서 6분을 초청했는데, 서양인문학계를 대표할 만한 분인지는 대회가 지나봐야 알 것 같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우선은 국제철학인문학협의회 회장인 칼비니스 터프츠대 교수가 전반적인 흐름을 짚어주리라 기대됩니다. 또 하나는 쇼리스라는 분이 발표를 하는데, 이 분은 대학 교수가 아니고 저술가입니다. 저술 과정에서 극빈자들과 접촉을 하다가 인문학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그들과 함께 플라톤, 소크라테스를 같이 읽는 겁니다. 5~6년 전부터 시작됐는데, 그동안 대여섯개 나라에 전파되고 미국 내 20여개 대학과 시설에서 이 프로그램을 실험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극빈자들이 굉장히 열성적으로 참여했다고 합니다. “인문학이 극빈자를 해방시켜 준다”라고 말입니다. 쇼리스가 직접 참석하지는 못하고 화상 회의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 대회 마지막에는 발표자 모두가 함께 토론회를 열고자 합니다.”

△대학에 몸담고 계시다가 유네스코로 자리를 옮겼는데, 학계와 사회를 조율할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됩니다.

“유네스코에서의 활동이 학계와 관계 깊기 때문에 전혀 다른 곳에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생각해 왔던 것은 학문은 삶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인데, 지나치게 상아탑적인 접근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1997년 IMF라는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국내학계에서도 현실과의 관계를 고민하는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런 요구를 어떻게 소화해 나갈지 버거워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학계의 고민과 현실의 매개점을 찾는 것이 위원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네스코는 학술진흥기관도 연구 기관도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네스코 활동의 지적인 위상은 중간의 매개 역할이라는 위상을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2000년 10월에 취임한 후 4년 임기의 절반이 지났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사무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생각한 것은 활동의 질적 수준과 우리사회에 대한 적실정을 높여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취임하고 보니 한국위원회의 재정이 적자이고 직원들이 능력발휘를 못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일단 재정을 충실히 하고, 직원들의 처우와 사기진작을 통해 활동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거꾸로 일을 진행한 셈이지요. 지금까지 기반을 닦았으니 앞으로 활동에서 사업의 질적 수준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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