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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경의 세계만화읽기]
[성완경의 세계만화읽기]
  • 교수신문
  • 승인 2001.0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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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17 11:14:04
크리스 웨어의 ‘지미 코리건 -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

만화속으로 떠나는 하이퍼텍스트 여행

크리스 웨어는 올해 34살의 현재 미국과 유럽을 통틀어 가장 주목받는 만화가 중 한 사람이다. 만화 개념을 혁신한 작가로서 그의 작품은 이미 90년대의 고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오랫동안 화젯거리가 되어왔던 ‘지미 코리건-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 연작이 완성되어 그 전체가 거의 4백 페이지의 하드커버 단행본으로 묶여 출간되었다.
주인공 지미 코리건은 조용하고 비사교적인 성격의 중년 독신자다. 그는 어렸을 적 부모가 이혼하여 어머니 손에서 자랐다. 성장한 후 따로 양로원에 들어가 사는 어머니와의 전화통화나 타인이나 진배없는 생부와의 형식적인 교류가 드문드문 있기는 하지만, 그는 완전히 고아나 다름없다. 직장에서건 집에서건 사람들과의 교류가 없이 늘상 겁먹은 듯 조심스럽고 표정 없는 얼굴로 황량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비활동적이고 외로운 주인공의 삶 때문이겠지만 이 만화에는 이렇다 할 스토리 상의 기복이 없다. 단지 일상적이고도 사소한 이야기들, 시간과 시간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한 작은 순간들과 심리의 흐름 등만이 작가의 관심사인 것처럼 보인다.
시간의 흐름을 미분화시키는 크리스 웨어의 솜씨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집요한 통찰과 짝을 이룬다. 사물들을 내러티브의 맥락에 따라 자유자재로 클로즈업시키고, 사물들 속에 들어가 또 다른 사물들을 만들어내고 연결하면서 크리스 웨어는 원인과 결과의 순환을 만들어낸다. 때로는 일종의 다이어그램 같은 도해를 사용하기도 한다(도판 참조). 미세한 시간과 에피소드의 갈피 갈피에 플래시백으로 삽입되는 기억과 연상, 그리고 욕망과 환각 등의 모든 시각적 기호들이 ‘손톱을 씹으며 외롭게 살아가는’ 주인공의 어렸을 적 자신을 억압하고 늘 춥게 만든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 그리움과 배신감 같은 것들을 어둡게 드러낸다. 또한 마마보이로서 어머니에 대한 끔찍하리 만치 애절하면서도 바보스러운 심리적 종속이 묘사된다.
크리스 웨어의 만화를 읽는 것은 그래서, 칸과 칸 사이에 즉각적으로 판독되는 만화를 읽는 것이 아니라, 모든 페이지들 전체에 감추어진 내적 연관을 읽는 것이다. 독자들은 비연속적, 비순차적으로 제시되는 이 시각적 힌트들을 따라가면서 과거와 현재, 회상과 현실, 실재와 픽션 사이를 가로지르며 여행한다. ‘웨어적 언어’ 속의 이 여행은 인간의 연상작용과 비슷한 하이퍼텍스트의 비순차적(non-sequential) 여행과 닮아 있다. 웨어는 자신의 만화의 구석구석에 ‘연상’의 통로들을 무수히 많이 숨겨 놓는다. 사실 이 같은 표현형식은 다른 어떤 미디어에서도 불가능하다. 웨어의 만화에 이르러 우리는 비로소 만화가 그 복합적 구조 때문에 멀티미디어의 기반구조가 된다는 논리를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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