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전형 너무 복잡해요” 95% … 고교교육 신뢰도 높일 ‘평가혁신’ 필요하다
“대입전형 너무 복잡해요” 95% … 고교교육 신뢰도 높일 ‘평가혁신’ 필요하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7.02.1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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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의원·사걱세 공동설문 ‘대입전형 인식 실태조사’ 발표

‘학종’은 혼란만 가중 “차라리 수능으로 돌아가자” 목소리 나와
“수능 회귀 시 영재·특목·자사고가 수도권 대규모 대학 휩쓸 것”
교육전문가들 “고교·대학 서열화 개선않곤 대입전형 실효성 없다”

수능 중심 대학입시에서 탈피해 입시전형을 다양화한 것이 오히려 수험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교육 불평등’까지 초래하고 있다는 설문결과가 나왔다. 이른바 ‘학종(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표되는 현 대입전형이 상당부분 부모의 능력에 따라 학생의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수험생들 사이에선 “복잡한 학종보다는 단순했던 수능 중심의 대입제도로 돌아가는 편이 낫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입시전문가들은 고교와 대학의 ‘서열화’가 개선되지 않고는 대입전형 다양화든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간소화’정책이든 어느 쪽도 실효성을 얻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 전국 교사·학생·학부모 2만4천912명 대상 ‘대입전형 인식 실태조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공동으로 진행한 ‘대입전형 인식 실태조사’는 전국 고교 교사(1천434명)·학생(1만6천176명)·학부모(7천302명) 총 2만4천912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10월 한달여간 실시했다. 현행 대입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물었다.

설문결과 교사·학생·학부모 모두 “대입전형이 복잡하다”(95%)고 입을 모았다. ‘대입전형이 복잡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학부모 96.6%, 교사 96.0%, 학생 93.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대입전형의 복잡성의 주요인은 ‘학종’으로 모아졌다. 학종은 수시모집 전형 확대에 따라 대입전형의 핵심 중 하나로 떠올랐다.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 설문결과 학종은 ‘준비해야 할 영역이 너무 많다’에 교사 72.2%, 학부모 72.1%, 학생 71.7%가 응답했다. 특히 고교교사의 절반 가량은 ‘대학이 객관적으로 학생을 공정하게 선발하지 않는다’(46.1%)고 느끼고 있었다. 

‘소논문 및 R&E’ ‘교내대회’ ‘각종 인증시험’등 비교과활동에 대한 준비가 부담스럽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여기에는 교사 92.5%, 학생 86.7%, 학부모 85.3% 순으로 집계됐다. 학생들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종 요소’(복수응답)로 △외부스펙(58.6%) △수능최저학력 기준(35.8%) △교사추천서(28.9%) △내신성적(26.3%) 등을 꼽았다. 

이밖에도 과학고·영재고 등에서도 일부 학생만이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특기자전형(수학·과학·어학)’은 학교 교육만으로는 대비하기 어려운 공인어학성적이나 외부수상 실적 등에 대한 부담이 큰 탓에 공교육의 취지와 벗어나 있는 대입전형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우세했다. 

‘논술전형’도 학부모(54.1%), 학생(42.8%), 교사(34.8%)로부터 종합적 사고력을 평가하기에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신성적이 불리할 것 같아서 논술전형에 응시한다는 학생·학부모 의견도 각각 32%, 33.9%로 가장 많았다. 

“수능 회귀 시 ‘일반고의 슬럼화’ 초래”

이번 설문결과에 대해 유 의원과 사걱세 측은 “현 정부가 대입 간소화 정책을 펼쳤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대입전형이 복잡하다고 말하고 있으니, 현행 대입제도는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일부 수험생·학부모들은 대학입시의 기준점을 수능(점수)으로 일원화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사걱세 측은 “입시 성적에 의해 고교가 서열화 된 현실에서 수능 중심의 대입제도는 교육 불균형을 강화시킬 수 있다”며 기존의 학종의 취지를 살려가는 방향으로 대입제도의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게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현 학종 중심 대입제도에서도 수능 상위 성적을 차지하는 학생 비율이 고교 유형별로 편차가 크다는 말이다.

8일 사걱세에 따르면, 이번 설문조사 결과 수능 모의고사 성적 상위 10%(1등급 이상 2등급 이하)에 해당하는 학생 비율이 △외국어고·국제고 36.6% △전국 단위 모집 자사고 34.4% △지역 단위 자사고 28.1% △과학·영재고 27.1%로 나타났다. 반면 일반고는 8.7%에 불과하다. 수능 상위 10% 학생 분포에서 일반고와 외국어고·국제고 간의 격차는 산술적으로 4.2배에 달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적은 비율을 나타낸 과학·영재고와 격차도 3배를 웃돈다.

사걱세 관계자는 “영재고·특목고·자사고의 수능 상위권 학생 비율이 일반고보다 현저히 높은 상황에서 수능 중심의 대입제도로 전환할 경우 ‘상위권 대학’에 특목고·자사고 출신 학생이 대거 합격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는 다시 고교 서열화의 고착화와 일반고 슬럼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야기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대입전형 인식 실태조사’ 

이번 설문결과를 분석한 유 의원과 사걱세 측은 고교 수업과 평가의 혁신을 통해 고교 내신(학생부 교과·기록 등)을 대학이 신뢰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교과별로 평가항목을 만들고 항목별 성취도를 A~E로 나눈 후 ‘성취과정’을 교사가 기술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입 1단계에서 대학이 요구하는 교과의 7∼8개 성취도를 점수로 산출해 2∼3배수 학생을 선발하고, 2단계에서 학생부 교과와 관련된 교사의 서술 기록과 학생이 작성한 논술·서술형 평가 등 수행평가 자료를 포함, 서류 종합평가(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자는 것이다.

이날 유 의원과 사걱세는 현 대입제도의 단기적 개선 방안으로 △불필요한 전형요소를 제외한 학종 개선 △특기자전형(수학·과학·어학) 폐지 △선행교육 규제법에 의한 논술 등 대학별 고사 관리 △학교의 수업과 평가 혁신 등을 제시했다. 

한편 고교와 대학이 서열화 된 교육환경을 바꾸지 않고는 어떤 합리적인 대입전형을 개선책으로 내놓아도 효과가 없을 것이란 게 교육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현행의 학종 중심이든 수능 중심이든 특목고·자사고 등을 진학하기 위한 과열된 고교입시의 결과가 대학입시에 고스란히 반영되면 대입준비 기간이 초·중학교로 내려가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설문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교사·학생·학부모들은 개별 학교(고교)의 정규수업을 내실화 하는 동시에 평가방식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길 원하고 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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