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1:00 (토)
862호 새로나온 책
862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7.01.25 15: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에서 재벌을 해체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어렵다지만 사실 한국에서 재벌을 해체하기는 굉장히 쉽다. 그냥 자본주의의 원칙대로만 하면 된다. 정말로 자기 지분에 의해서만 회사 경영에 참여하게 하는 것. 이사회와 전문경영인에 의한 회사 경영. 회사의 이익을 중시한 회사 운영. 자본주의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이 기본들만 엄격히 지켜도 재벌가의 문제는 다 해결된다. (……) ‘한국적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자본주의를 원칙대로 도입하는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를 원칙대로 도입하면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민주주의를 도입했다고 해서 한국이 아무 문제없는 천국이 된 것은 아닌 것처럼, 자본주의를 도입한다고 한국 경제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적 민주주의’보다 그냥 민주주의에서 우리는 더 살기 좋아졌고 문제가 해결되었다. 마찬가지로 ‘한국적 자본주의’보다는 그냥 자본주의가 지금 한국 경제보다는 더 나아질 것이다.”
―최성락 서울대 교수,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인가』(페이퍼로드, 2016.12) 중에서
 

동아시아 고전학과 한자세계, 고노시 다카미츠 외 지음, 소명출판, 421쪽, 28,000원
이 책은 한중일의 주요 고전 텍스트를 비교 분석해, 동아시아의 문학·문화·학문이 한자를 공통분모로 무엇을 공유했으며, 어떻게 자신의 학문 세계를 구축해 갔는지에 대한 문제를 논의한다. 한국과 일본의 고전문학 연구자들로 구성된 필자들은 이러한 동아시아의 한자세계 속에서 이뤄지는 학문의 쌍방향적 영향 관계와 텍스트 변주 등에 대해 탐구하며 고찰한다. 대개 세계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지역적인 경계를 긋고 그 안에서 생산되고 향유되는 지식의 세계만 그려본다. ‘동아시아 고전학’의 ‘동아시아’라는 말도 그러한 지역적 선 긋기를 전제한 말이고, 동아시아 고전학이라고 하면 그 경계 안에서 전개된 고전학문을 가리킨다. 다만 이 경계 짓기는 동아시아 세계 밖의 타자와 차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경계 안에서 전개되는 사상적·문화적 현상과 사유의 실체를 하나의 동질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또 다른 탈경계적 전제다. 이 책은 서구와 대별되는 ‘동아시아’만의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고, 한자 사용권에서 만들어진 고전학문들이 어떻게 전파돼 나갔는지를 탐문한다.
 
보재 이상설 평전: 독립운동의 선구자, 김삼웅 지음, 채륜, 275쪽, 18,000원
이상설의 유언에 의해 유품과 저작 대부분이 불태워져 공훈에 비해 전해지는 자료가 많지 않음에도, 저자는 그의 작은 흔적마저 놓치지 않고 살피고 있으며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평론을 덧붙이고 있다. 남은 자료의 부족함 탓에 이상설 전기는 윤병석 교수의 『이상설전』을 빼고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어 이 평전은 하나의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이상설을 잘 모를 것이다. 안다고 하여도 헤이그특사의 일원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겠지만 그는 최초의 망명정부인 대한광복군정부를 세웠던, 독립운동사에 그리고 역사교과서에 선명히 기록해야 할 독립운동의 독보적인 선구자다. 25세에 조선조 최후의 과거인 갑오문과에 급제한 자질과 능력으로 보아 시대와 적당히 타협하고 이에 따라 처신하면서 살았으면 일생 평안하게 권부를 누리면서 지낼 수 있을 인물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랬다면 그의 후손들은 선대가 남긴 유산으로 대대로 권문세가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권력과 타협하지 않고 늘 正道를 지키며 끝까지 치열하게 국권회복을 위해 일제와 싸웠다. 저자는 그런 이상설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일렉트릭 빅뱅: 전기가 이끄는 제4차 산업혁명, 한근우 지음, 사과나무, 338쪽, 16,000원
전기공학 박사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전기에 관한 모든 것을 들려주고 있다. 에디슨의 백열등 발명부터 오늘날 자율주행 자동차까지 전기가 인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가를 세세하고도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전기가 우리 생활에 확고히 자리잡은 것은 제2차 산업혁명부터였다. 18세기에 시작된 제1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을 기반으로 한 기계화 혁명이었다면, 19세기 말~20세기 초에 발생한 제2차 산업혁명은 전기에너지, 화학, 자동차, 석유 부문을 주축으로, 사회 전반에 큰 변혁을 가져왔다. 특히 전기에너지를 기반으로 전기 조명, 전기 동력(전동기, 발전기)이 발명됐고, 그로 인해 공장은 환한 조명 아래 24시간 컨베이어를 가동시켜 대량생산 체제를 가능케 했다. 이후 전기는 IT와 융합된 자동화 기술로 대표되는 제3차 산업혁명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고, 2015년부터 시작된 제4차 산업혁명에서도 전기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잉여로서의 생명: 신자유주의 시대의 생명기술과 자본주의, 멜린다 쿠퍼 지음, 안성우 옮김, 갈무리, 352쪽, 20,000원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에 걸친 기간 동안 형성된 정치, 경제, 과학, 그리고 오늘날 미국의 문화적 가치들 간의 관계에 대한 예리하면서도 중요한 연구다. 호주 시드니대 사회학 및 사회정책학 부교수인 저자는 정치적 힘이자 경제 정책으로서의 신자유주의의 부상을 논의하지 않고서는 생명기술의 역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명징하게 보여 준다. 1970년대 재조합 DNA 기술의 발전에서부터 줄기세포 연구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유토피아적 주장을, 점증하는 상업주의적 생명 과학 내부의 모순과 연결시켜 보여 준다. 생명공학 혁명은 경제적 생산을 유전적, 미생물적, 세포적 수준으로 이동시켰다. 생명이 가치 창조의 회로 내로 포섭됐다는 가정을 출발점으로 삼아 저자는 과학적,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실천들의 관계를 그려 나간다. 레이건 시대의 과학 정책, 생명 과학의 군사화, 제약 제국주의, 신체조직 공학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저자는 생명경제의 성장을 활성화시킨 투기적 충동을 밝히고 있다.
 
자본론 함께 읽기, 박승호 지음, 한울엠플러스, 496쪽, 36,000원
자본주의 사회의 운동법칙을 상품, 화폐, 잉여가치, 임금 등의 개념을 통해 논리적으로 알려주는 경제서이자 자본주의의 일대기를 역사적으로 서술한 역사서다. 신자유주의가 심화되면서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 오늘날 『자본론』의 분석과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많은 사람이 『자본론』을 읽기 어렵다고 생각하거나 마르크스주의를 한물간 이론으로 여기는 경향이 적지 않다. 저자는 이러한 편견을 바로잡고자 마르크스 본연의 관점에 집중한 『자본론』 해설서를 내놓았다. 이를 위해 마르크스의 마지막 교정본으로 알려진 불어판을 부분적으로 참조했고, 독자들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8편을 먼저 배치했다. 또한 『자본론』의 경제학적 가치에 집중하는 대부분의 관련 입문서와 달리, 역사유물론과 인간해방사상의 관점에서 마르크스의 사상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데 집중했다.
 
향연/파이드로스/리시스, 플라톤 지음, 박종현 역주, 서광사, 472쪽, 28,000원
이 책은 헬라스어 원전 역주서로서, 옥스퍼드 고전 텍스트(Oxford Classical Texts(OCT)) 중에서 J. 버넷이 교열 편찬한 Platonis Opera, 제2권(1901) 및 제3권(1903)에 수록된 해당 대화편들을 기본 대본으로 삼고, 그외 다수의 판본들을 참조해 번역하고 주석을 단 것이다. 플라톤이 사랑과 우애(우정)를 다룬 세 개의 대화편들을 함께 수록했는데, 시기적으로 초기 대화편에 속하는 『리시스』 편이 중기 대화편에 속하는 『향연』 편과 『파이드로스』 편보다 앞선다. 따라서 세 대화편 중에서 가장 먼저 읽어야 하는 것은 사랑과 우정에 관해 먼저 멍석을 깔아 놓은 『리시스』 편이다. 하지만 박종현 교수는 흥미롭고 흥분까지도 안길 그러한 대화편부터 먼저 읽는 게 책 읽기의 보람 면에서도 권할 일일 것 같아서 이 책의 배치를 이렇게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 세 개의 대화편들 첫머리의 해제에서는 집필 시기와 배경 등에 관한 정보와 더불어 독보적인 해설까지를 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