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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0호 새로나온 책
860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7.01.2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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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적 개혁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가져오지 못한 데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의 결여가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요즈음 새로이 각광을 받고 있는 행태경제이론(behavioral economics)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추구하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공정성을 위해 때로는 자신의 이익을 서슴없이 던져 버리기도 하고, 아무런 이득이 없는데도 단지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 어떤 일에 자신의 노력과 시간을 아낌없이 쏟아붓기도 한다. 공공부문도 궁극적으로 인간에 의해서 움직여 가는 것이라면 이와 같은 인간의 본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거기에 알맞은 개혁의 방식을 찾아야 그 노력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이제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인간의 본성과 부합하는 참신한 개혁의 방안을 찾아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 『미국의 신자유주의 실험』(문우사, 2016.11) 중에서
 
 
데카르트적 성찰, 에드문트 후설·오이겐 핑크 지음, 이종훈 옮김, 한길사, 560족, 28,000원
후설은 평생 학문에만 매진한 철학자다. 그가 내놓은 선험적 현상학은 ‘후설 현상학’이라 불릴 정도로 후설 고유의 철학 체계이자 20세기 서양철학 전반을 휩쓴 일종의 ‘브랜드’다. 후설은 1928년 자신의 후임에 하이데거를 추천하고 정년으로 은퇴한다. 이듬해 2월 프랑스 학술원 주관으로 소르본 대의 데카르트 기념관에서 그는 과연 선험적 현상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틀간 열강(독일어)을 펼친다. 몇몇 제자의 도움을 받아 프랑스어로 ‘강연 요약문’을 만들어 나눠주었다. 이것이 바로 『데카르트적 성찰』의 모체가 된 요약문이다. 이 강연에서 후설은 선험적 현상학은 철저한 자기성찰과 자기책임에 입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좋은 모델로 데카르트를 제시한 것이다. 데카르트는 자아에 대한 성찰로 논의를 시작하고 모든 대상을 자아와 관련된 현상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후설은 데카르트야말로 현대 현상학의 선구자라고 선포했다. 그래서 이 책은 데카르트에 대한 헌사로서 ‘데카르트적 성찰’이란 제목을 갖게 됐다.
 
 
디자인학: 사색의 컨스텔레이션, 무카이 슈타르 지음, 신희경 옮김, 두성북스, 512쪽, 33,000원
일본 최고의 디자인 이론가이자 하라 켄야를 비롯한 걸출한 디자이너들을 키워낸 교육자 무카이 슈타로가 평생에 걸쳐 실천하고 다져온 디자인 철학을 집대성한 책이다. 국내에서 그의 단독 저서가 정식으로 번역·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은 무카이 슈타로가 ‘디자인학’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오랫동안 몸담았던 무사시노미술대를 퇴임하며 했던 최종 강연 기록을 보완, 보충해 엮은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는 무카이 슈타로가 디자인학을 어떻게 생각하고 형성해왔는지에 대한 ‘디자인 像’이 담겨 있다. 그의 디자인에 관한 사색의 정수가 담겼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한 무카이 슈타로가 키워낸 제자들과의 합작품이란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언어로 서술하면서도 만질 수 있는 듯한 형태의 텍스트로 짜내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이는 편집과 디자인 작업을 맡은 제자들을 통해 독특하게 형상화됐다.
 
 
서울의 기원 경성의 탄생, 염복규 지음, 역사비평사, 416쪽, 22,000원
식민지 경성의 문화풍경을 짚어낸 책과 달리 이 책은 ‘1910~1945년의 도시계획’을 중심으로 서울과 경성의 기원을 더듬어냈다. 일제강점기가 겹쳐진 이 시공간은 친일과 반일 사이에 모습을 흐릿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시공간이 만들어낸 풍경은 생각보다 역동적이고 다면적이다. 친일파들이 종로 재개발 문제를 두고 지역 토착 상권과 손잡고 총독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기도 하고(물론 자신들의 이익 때문이다), 종묘를 가르는 도로를 내는 문제를 두고 지역 시민들이 오히려 총독부의 계획에 찬성하며 도로를 내 달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총독부 역시 그때그때의 이해관계에 따라 일본의 자본가들을 비판하기도 하는 등, 각자의 욕망과 이해관계가 엇갈린 경성의 풍경은 양단할 수 없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현대 서울의 도시 계획이 어떻게 경성에서 이어져 왔는지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 헤로도토스 지음, 김봉철 옮김, 도서출판 길, 990쪽, 50,000원
그 자신이 ‘발로 뛰는 역사가’였던 헤로도토스가 남긴 『역사』는 지리학적, 인류학적, 민속학적 자료의 보고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역사』는 3~4종 된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사’ 전공자에 의한 희랍어 원전 번역은 이 책이 최초다. 즉 이전까지의 번역본들은 ‘역사’ 전공자에 의한 번역이 아니었다. 특히나 번역자 김봉철 교수는 이미 역사가로서의 헤로도토스와 그의 주저 『역사』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해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이 책을 번역했다. 번역의 원칙으로 역자는 원문을 가급적 충실하게 직역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음을 밝히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책이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학 고전이므로 그 문장과 자구 하나하나가 독자들에게 충실하게 전달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 번역과 출간에는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3~4년 전에 초벌 번역이 끝난 이후에도 서구의 새로운 연구 성과 등을 반영함은 물론, 방대한 역주 작업을 거치는 대장정이었다.
 
 
탈서구중심주의는 가능한가: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우리 학문의 이론적 대응, 강정인 편저, 아카넷, 440쪽, 26,000원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우리 학문의 다양한 이론적 성찰과 대응을 다루는 책이다. 여기서 저자들이 말하는 ‘우리학문’은 정치학, 사회학, 심리학, 서양사학 등에서 이뤄진 문제의식을 포함한다. 1990년대 말부터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연구를 자신의 전공 분야인 정치학을 중심으로 해 오던 대표 편저자 강정인 교수가 다른 학문 분야에서는 서구중심주의의 학문적 폐해가 어떤 양상으로 존재하고, 그 분야의 국내학자들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이론적 노력을 경주하는지에 대한 학문적 호기심에서 출발한 책이기도 하다. 서구중심주의의 폐해는 우리의 일상적 삶에도 만연해 있지만, 학문적 폐해가 서구문명의 수용과 함께 도입된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 걸쳐 관철, 관찰된다는 점을 부정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이에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국내학자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의 관심과 관점에 따라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이론적 성찰과 대응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한 글들을 한데 모아 놓았다.
 
 
황금 족쇄: 금본위제와 대공황, 1919~1939,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박복영 옮김, 미지북스, 803쪽, 38,000원
국제 금융의 대가인 저자가 대공황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분석한 역작으로 금본위제 연구의 기초가 되는 저작이다. 저자는 1929년의 불황이 왜 대공황으로 이어지게 됐는지에 대해 금본위제라는 세계적 범위의 고정환율제가 정책 당국의 손발을 묶는 족쇄 역할을 함으로써 팽창적 경제 정책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이 핵심이었다고 말한다. 금본위제하에서라도 국제적 정책 공조가 이뤄졌다면 대공황을 피할 수도 있었는데, 1차 대전이 남긴 국가 간의 반목과 갈등, 그리고 글로벌 경제에서 자신이 가진 지위와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미국의 협소한 시각이 국제적 협력을 불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늘날 우리에게, 금본위제의 역사는 확장적 경제 정책과 국제적 협력 및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역사의 전범으로서 중대한 경제사적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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