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3:45 (토)
858호 새로나온 책
858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7.01.25 1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현대사상은 끝난 것인가’라는 질문을 생각해보고 싶다. 1950년대부터 시작해서 1960년대에 폭발적으로 유행한 프랑스 현대사상이 이제 그 정점을 지났음은 확실하다. 또 21세기에 이르러 데리다와 레비스트로스가 사망한 이후 유행을 만들어낸 사상가 중에서 살아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 점에서 프랑스 현대사상의 시대는 종말을 맞이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결론을 내리기 전에 프랑스 현대사상의 역사적 의의를 다시금 확인해두고자 한다. (……) 만약 프랑스 현대사상을 이러한 ‘기호적·언어적 전회’로만 파악한다면 이미 끝났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나 프랑스 현대사상이 부누가 말한 것과 같이 3단계 전체를 포함한다면 현재에도 진행 중이며 나아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오카모토 유이치로 일본 타마가와대 문학부 교수, 『흐름으로 읽는 프랑스 현대사상사』(차은정 옮김, 포도밭, 2016.11) 중에서

갑골학 연구, 손예철 지음, 박이정출판사, 796쪽, 55,000원
중국 청대 말엽인 광서 25년(1899년)에 중국의 하남성 안양현 소둔촌 원수 주변의 상고시대 은허에서 발견된 甲骨文은, 商代 중엽에 상왕 盤庚이 은허로 천도한 이후부터 紂王 즉 『史記·殷本紀』에서 말하는 帝辛의 망국까지, 周代 이후의 거의 모든 古書들에서 일관되게 폄칭된 ‘殷’이라는 왕실의 273년간의 實錄이라고 할 수 있는 실물 자료다. 이 갑골문의 내용은 왕실의 제사·왕의 안위와 출입·전렵과 전쟁·기후와 천문·농업을 비롯한 제반 경제현상·질병 등등에 대한 占卜 기록이다. 이 책은 지난 한 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된 갑골학에 대한 연구 업적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하고 국내에 소개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의 갑골학 연구를 촉진하고 관련 학문 분야와의 융합 내지 응용 연구의 기초 자료를 제공함은 물론, 갑골학 각 분야의 미진한 부분을 심화 연구하고 또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국가 이성 비판, 김덕영 지음, 도서출판 다시봄, 232쪽, 15,000원
사회학 고전 번역과 연구, 집필에 집중하고 있는 사회학자 김덕영이 한국 사회를 분석한 책이다. 한국에서 ‘국가’란 도대체 무엇이고 왜 이런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담았다. 저자는 먼저 국가의 실상을 살폈다. 대한민국에서 국가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 즉 종이 회사와 같은 종이 국가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무책임하게 외면하는 괴물 같은 키클롭스 국가이다. 재벌에겐 마름 국가이고, 반공과 친미에 빠진 콤플렉스 국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이런 국가의 실상이 만들어낸 현실이다. 그리고 계보학적으로 친일 세력, 연고주의, 재벌, 기능적으로 미분화한 사회 등을 추적했다. 이런 국가가 국민들에게 건 주술은 무엇이고 이 주술은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고민해본다. 국가는 국민에게 끊임없이 주술을 걸었다. ‘경제성장’만이 살 길이라고 외쳤고, ‘4만 달러 시대’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은 희생하라고 주술을 걸었다. 이제 이 주술에서 깨어날 때다.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1·2), 김명남 옮김, 1권 396쪽 19,500원, 2권 616쪽 24,500원
1권 ‘어느 과학자의 탄생’ 편은 도킨스가 직접 밝히는 어린 시절과 지적 성장기, 그리고 생물학계에 일대 지진을 일으킨 『이기적 유전자』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아프리카에서 보낸 목가적인 유년기, 지적으로 깨어나는 계기였던 옥스퍼드의 교육, 그의 과학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전설적인 스승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2권 ‘나의 과학 인생’ 편은 『이기적 유전자』 출간 이후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생물학자가 된 인생 후반부를 다룬다. 평생 지칠 줄 모르고 이어온 지적 모험들, 그의 인생을 수놓은 유명 과학자와 학자들, 탁월한 저서들과 그 저서를 관통하는 위대한 과학적 통찰과 해설, 가장 대담한 과학서로 평가받는 『만들어진 신』의 출간에 얽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깊은 재치와 넓은 박식함, 시적이지만 결코 정확성을 잃지 않는 문장, 자연의 아름다움에서 얻는 영감과 기쁨, 신랄한 유머와 재치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도킨스의 일대기와 주요한 사건을 담은 컬러 화보도 인상적이다.

먹고 사는 것의 생물학: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으로 읽는 20억 년 생명 진화 이야기, 김홍표 지음, 궁리, 388쪽, 23,000원
외부에서 섭취한 음식물로부터 최대한 에너지를 뽑아내는 방법의 개선 혹은 참신성은 캄브리아기 이전 세 개 문에 불과했던 동물의 종류를 현재 38개에 달하는 동물문의 진화로 이끌었다. 이 책은 단세포 생명체가 다양한 종류의 다세포 생명체로 진화하기까지, 그 긴 생명의 역사에서 ‘소화기관’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소화기관을 중심으로 생명의 역사를 새롭게 재배치해서 들려준다. 동물의 진화 역사가 ‘세포 내 소화에서 세포 밖 소화로’ 변해간 과정을 따른다는 것이다. 먹는 일, 소화기관이라는 작고 평범한 것에서 출발해 자연 혹은 생명의 법칙에 이르는 과정을 담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인 저자는 세상을 그리고 거기에 곁들어 사는 생명체를 장구한 지질학적 시간이라는 변수를 넣고 바라본다. 나아가 영양학, 발생학, 기초 생물학, 진화생물학, 진화의학, 물리학, 지질학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연구했고 전 세계 과학자들의 최근 연구 동향을 폭넓게 살폈다.

정상 인간: 시대의 인간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김영선 지음, 오월의봄, 324쪽, 16,000원
현대 사회에서 시간 관리와 자기계발은 필수 덕목이다. 끊임없이 자기를 관리하는 인간형이 이 시대의 ‘정상 인간’형으로 인정받는다.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정상 인간’형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고 있다. 그런데 표준화된 ‘정상 인간’을 상정하는 이 사회는 과연 ‘정상’인가. 역사 속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변화해왔다. 과거에는 정상이던 것이 현재에 비정상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저자는 당대를 지배한 세력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상과 비정상이 나뉜다고 말한다. 국가와 자본으로 대표되는 지배세력은 사회를 원하는 대로 만들기 위해 ‘정상 인간’을 상정하고 그에 맞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실시해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회의 모습이, 일상의 풍경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뜨려준다.

쫓겨난 사람들, 매튜 데스몬드 지음, 황성원 옮김, 동녘, 540쪽, 25,000원
2007년 미국 사회학회가 주는 막스 베버 학술상을 받은 바 있는 매튜 데스몬드 하버드대 사회학과 교수의 이 책은 빈곤의 풍경을 마치 세밀화처럼 그려낸 독특한 책으로 평가받으며 2016년 미국에서 최고의 화제에 올랐다. 대도시의 주거 정책이 어떻게 가난과 불평등을 야기했으며 또 지속시키고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고, 빈곤의 현장을 흡사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치밀하게 써내려간 저자의 문제의식은 미국 내 주거 빈곤 문제에 관한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수년 동안 밀워키 지역 도시 빈민들과 함께 살았던 시간을 책으로 옮겼다. 도시 빈민층에 해당하는 여덟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문제의 핵심에 가닿고 있다. 통계를 사용해 숫자로 사회 문제를 인식하는 방법은 바로 그 통계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모습을 사상하기 쉽다. 저자는 그런 한계를 넘어 자신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제대로 된 빈곤 연구’를 하기 위해 현장으로 들어갔다. 이 책은 그 기록이자 결실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