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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으로 융복합에 접근해보자
감성으로 융복합에 접근해보자
  • 김지은 가톨릭관동대·영어교육과
  • 승인 2017.01.23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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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김지은 가톨릭관동대·영어교육과
▲ 김지은 가톨릭관동대

한 때 영어로 타 과목을 가르치는 몰입 교육의 바람이 불었던 때가 있었다, 그 때 나도 초등학생들을 위한 몰입 교육 책을 집필하기도 했었다, 융복합은 공학과 자연과학에서 선도했던 것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생각해 보면 통합, 복합의 개념은 영어 교육에서도 일찍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몇 년 전부터 융복합이 대학에서도 관심을 받으면서, 나는 잠시 접어두었던 영어 몰입 교육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예전엔 타 학문에 대한 연구 보다 내용을 영어로 전달하는 것에 더 신경을 썼다면, 이번엔 결합되는 내용 학문에 좀 더 신경 썼다. 영어와 예체능과의 결합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에 일단 체육부터 시작했는데, 좀 더 효과적인 융복합을 위해 체육 교육을 비롯한 스포츠 전반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스스로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 전문가의 필요성을 느껴, 체육 전문가들과 함께 공동 연구를 했다.

‘융복합’에서 ‘복합’은 개별 학문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즉 각 학문의 전문성이 인정돼야 되고 당연히 학문 간 우위를 정해서도 안 된다. 두 과목을 결합하고 의견을 많이 듣고 지속적으로 교환하면서 서로의 학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가치를 인정하게 됐으며, 상대 학문에서 배운 점도 많았다. 연구하면서 참 즐거웠고 많이 웃었고 인간미와 따뜻한 분위기를 느꼈다. 그리고 논문을 쓸 때는 양쪽 분야에서 모두 이해 될 수 있도록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국내에서 융복합은 학자들로부터 시작됐다기보다는 정책적으로 시작됐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학자들의 자기 학문에 대한 우월감, 영역 나누기, 기득권에 대한 생각을 줄여 줄 수도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순히 정책에 따르는 것이 아닌, 학자들 사고의 전환을 바탕에 두고 아름답고 배려있고 따뜻함으로 융복합에 접근해 보면 어떨까.

융복합에서는 아직도 과학 기술, 공학 등과 결합된 것에 좀 더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고, 여전히 영역 나누기를 하면서 소통하지 않으려 하고 애매한 융합, 복합, 통섭, 협업의 기준을 보수적으로 좁히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예를 들면 도구의 상호작용적 활용 역량 중 언어 활용 역량도 포함된다고 봐야한다. 내가 수행한 연구에서 융복합 교육 역량의 경우, 영어로 타 학문을 가르칠 때 도구에 해당하는 영어는 내용에 해당하는 과목들과의 융복합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융복합 연구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에게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일단 나의 융복합 연구에서는 두 분야의
연구자 모두 상대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소통을 했으며, 훌륭한 부분을 인정하는, 즉 융복합의 가장 기본 소양을 실천했기 때문에 외로웠던 나의 연구 과정이 좀 더 따뜻해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스티브잡스, 레오나르도다빈치와 같은 소위 융복합적, 통섭적 인재를 양성하려면 일단 우리 교수들부터 융복합의 가장 기본이 되는 소양을 갖추어야 한다. 융복합적 소양이라면 그동안 많이 언급돼 온 인문학적 소양, 예술 문화적 소양, 창의 등이 먼저 생각나겠지만 한번 감성으로 접근해보자. 그러면 무엇보다도 가장 기본이 되는 소양은 타학문에 대한 관심과 인정 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소통해 보고자하는 자세일 것이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소양으로 온도를 조금만 더 높인다면 현재 대학에서의 구조개혁을 포함한 여러 상황들에서 상처 받는 사람들의 얼은 마음들이 조금은 녹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김지은 가톨릭관동대·영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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